‘무책임 경영’ 비판에 시달려온 카카오 최대주주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급기야 ‘국기문란’ 논란에 휩쓸리고 있다.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및 소관 감사대상기관에 대한 종합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카카오 장애에 대한 사과를 하고 있다. 2022.10.24. [사진=연합뉴스]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및 소관 감사대상기관에 대한 종합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카카오 장애에 대한 사과를 하고 있다. 2022.10.24. [사진=연합뉴스]

카카오는 그동안 ‘쪼개기 상장’으로 계열사 수를 불려왔으나 실적하락 추세는 깊어지고 있다. 대부분의 계열사는 지난해 영업 적자를 기록했고 올해도 반전의 기미는 없다. 급기야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주식시장의 개미투자자들 사이에서 ‘국민 밉상주’로 등극한 지는 이미 오래이고, 카카오 직원들 사이에서도 김범수 센터장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고 있는 모습이다.

쪼개기 상장으로 개미투자자들 비판 받아온 카카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대명사?

모기업인 카카오 주가는 최고점 대비 4분 1토막이 난 상태이다. 2021년 6월 17만원대로 올라 정점을 찍은 카카오 주가는 2년 만인 지난 6월 말 5만원 선이 무너졌고, 지난 6일 종가는 4만 2천50원이다. 카카오게임즈,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 상장 계열사 주가 역시 비슷한 흐름이다.

올해 상장을 추진 중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하반기 카카오 주가 상승의 가장 큰 모멘텀이 될 것이라는 증권가의 분석도 있지만, 오히려 자회사 IPO에 대한 기대감은 선반영됐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장기적으로는 쪼개기 상장이 많아질수록 기업가치가 분산됨으로써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불리는 주가하락을 피할 수 없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범수는 사법리스크 직면= 금감원 특사경이 에스엠 인수과정 시세 조종 의혹 수사 중

‘오너 사법리스크’도 깊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시세 조종 의혹에 대해 수사 중이다. 지난달 10일 특사경은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의 개인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4월 6일 카카오와 카카오엔터 사무실도 강제 수사했다.

이런 와중에 김 센터장의 주식재산은 40개 주요 그룹 총수 가운데 가장 많이 줄었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김 센터장의 주식평가액은 올해 초 5조6천130억원에서 9월 말 4조6천 486억원으로 1조원 정도 줄어들었다.

김 센터장은 국회 국정감사 단골손님이라는 불명예도 가지고 있다. 2021년에는 ‘플랫폼 갑질’, ‘골목상권 침해 기업’ 논란으로 인해 국감장에 불려 나와 질타를 받았다. 2022년에는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카카오톡 ‘먹통 사태’와 관련해 국감장에서 사과해야 했다. 올해 국감에서도 증인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비상식적인 ‘다음’= ‘로그인’ 뉴스 댓글창은 폐지하고, 아시안게임 응원페이지는 ‘비로그인’으로 방치해

카카오가 운영하는 포털 ‘다음’(Daum)의 여론조작 논란은 새로운 리스크로 부상했다. 관련 뉴스 댓글에서는 김 센터장과 카카오에 대한 비난 댓글이 폭발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다음’에서 제공하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응원페이지가 여론조작 대상이 됐다는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이번 사태의 가장 큰 문제점은 ‘다음’이 여론조작 가능성을 사실상 방치했다는 점에 있다. 네이버는 로그인을 해야 응원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했기 때문에 동일인이 반복 응원을 할 수 없다. 반면에 ‘다음’은 로그인을 하지 않고 응원을 하도록 허용했다.

이는 이해할 수 없는 조치였다는 비판이다. ‘다음’은 로그인을 해야 쓸 수 있는 뉴스 댓글창 기능을 폐지하고 한시적 대화만 나누는 ‘타임톡’ 기능만 신설할 정도로 누리꾼에 의한 여론조작 가능성을 차단하는 데 역점을 둬왔다. 이처럼 로그인 댓글 기능을 폐지한 ‘다음’이 항저우 아시안게임 응원페이지만 로그인 없이 사용하도록 방치한 것은 사실상 여론조작을 하라고 문을 열어준 것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정부여당 내년 총선 여론 조작 가능성 차단 나서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3일 논평에서 “2일 오후 4시 기준 다음에서는 ‘중국 응원 클릭’이 2000만건에 달한 반면 ‘한국 응원 클릭’은 200만건에 그쳤다. 전체 응원 클릭 건수 중 91%가 중국에 쏠렸고 단 9%만이 한국을 응원한 셈이다”고 밝혔다. 같은 시간대 네이버에서는 94%인 560만건이 한국을 응원하는 클릭이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강 수석대변인은 “드루킹 사건, 뉴스타파 허위 인터뷰 등에서 보듯 여론조작이 선거 개입을 통한 공작으로 이어져 왔음을 우리는 충분히 경험했다. 이번 사건의 전모를 반드시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내 양대 포털 중의 하나인 다음에서 여론조작 정황이 포착된 것은 중대사태라는 입장인 것이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은 4일 ‘다음’의 항저우 아시안게임 응원페이지 여론조작 의혹에 대해 “이런 게 방치하면 바로 국기 문란 사태가 된다”면서 “이것은 진보와 보수, 여야 문제가 아니다. 만약 이런 사태가 매크로 기술을 동반해 선거 때나 긴급 재난 시, 금융 시장에서 엄청난 충격을 주는 사태로 일어나면 큰일이기 때문에 긴급 입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앞줄 가운데)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국무위원들과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앞줄 가운데)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국무위원들과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도 이날 “포털 다음이 여론조작의 숙주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면서 “좌파 성향이 강한 포털 사이트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점에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또다시 여론조작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고 다음이 여론조작을 방치했을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하루 전인 북한과의 여자축구 8강전에서 포털 다음은 북한팀을 응원하는 비율이 75%에 달한 반면, 한국팀을 응원하는 비율은 25%에 불과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카카오 경영진과 최대주주인 김범수, 포털의 정치사회적 책임에 눈감아

‘다음’은 PC·모바일에서 이용자가 계속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 인터넷트렌드의 웹사이트 분석 데이터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3일까지 MAU(한 달에 1번 이상 서비스를 쓴 이용자 수)를 바탕으로 한 ‘다음’의 점유율은 3.9%다. 같은 기간 네이버(57.5%), 구글(32.9%)의 점유율에 비하면 ‘새발의 피’ 수준이다. 더욱이 5월 5.1%였던 ‘다음’의 MAU 점유율은 6월과 7월 4.5%, 8월과 9월 4.1%로 감소해왔다.

모바일 시장에서도 ‘다음’은 고전 중이다. 모바일 빅데이터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 통계에 따르면 5월에 804만1천760명이었던 ‘다음’ 모바일 MAU는 6월 785만4천547명, 7월 784만2천8명, 8월 783만9천630명, 9월 762만4천265명으로 급락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이처럼 MAU 하락을 만회하기 위해 아시안게임 응원페이지를 비로그인 시스템으로 방치하는 ‘무리수’를 둔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럴 경우 카카오 경영진과 창업주인 김 센터장은 포털이 정치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가진 기업이라는 점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중국 응원 폭증한 여론조작 사태로 카카오 ‘중국 자본론’ 다시 불거져

일부 누리꾼들은 카카오의 3대 주주가 중국자본이라는 점을 이번 여론조작 사태의 배경으로 연결짓기도 한다. 이는 근거가 부족하지만 그만큼 카카오에 대한 국민여론이 악화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카카오의 최대주주이자 창업자인 김 센터장의 카카오 지분율은 지난 6월말 기준으로 13.3%이다. 중국 빅테크 기업인 텐센트의 자회사인 막시모(MAXIMO)는 2012년 카카오에 720억원을 투자하면서 지분 13.3%를 취득했으나, 이후 5~6% 안팎의 지분율을 유지한 3대 주주이다.

카카오 경영진은 올해도 국정감사장에 설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카카오 경영진은 올해도 국정감사장에 설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올해 초 카카오가 에스엠에 지분 투자를 할 때도 “K팝 기업이 중국 자본에게 넘어간다”는 논란이 일었다. 지난 연말 기준 에스엠의 5% 이상 주주는 △김범수 창업자와 케이큐브홀딩스 및 특수관계인 24.14% △국민연금공단 6.05% △막시모 5.93% 등이었다. 이처럼 소수주주에 불과한 막시모를 겨냥해 중국 자본론이 다시 불거진 것은 카카오에 대한 국민정서가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을 알려준다.

이번처럼 ‘다음’이 중국 매크로의 놀이터로 전락될수록 카카오에 대한 시장평가는 하락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여론조작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한 이유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이상한 민주당= 포털에 의한 여론조작 사태 ‘긴급 대응 요구’를 조롱해

해외 IP를 통한 ‘다음’ 여론조작 의혹은 사실로 확인된 상태이다. 다음·카카오가 한·중 8강전 응원페이지 3130만 건의 클릭 중에서 2294만 건에 대해 IP 주소를 긴급히 확인한 결과, 네덜란드 1개 IP에서 1539만 건이, 일본 1개 IP에서 449만 건이 각각 들어온 것이 확인됐을 정도이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여당의 문제제기에 대해 거의 조롱하는 분위기이다. 최민석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스포츠 경기에서 중국 응원 비율이 높았다는 이유만으로 여론조작 운운하는 것은 호들갑”이라면서 “포털을 검열하고 여론을 통제하기 위한 억지 근거로 삼으려는 속셈”이라고 말했다. 포털에서 대규모로 여론조작이 이루어진 사태에 대한 원인 조사와 재발방지 입법을 추진하는 것이 오히려 ‘포털 검열’이라고 규정한 가짜뉴스를 생산하는 것이다.

최민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다음 여론조작 의혹에 대한 정부여당의 문제제기'에 대해 거의 조롱하는 논평을 내놓았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최민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다음 여론조작 의혹에 대한 정부여당의 문제제기'에 대해 거의 조롱하는 논평을 내놓았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오는 10일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대상 국정감사를 진행하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아직 김범수 센터장을 증인으로 채택하지 못하고 있다. 현안을 잘 알고 있는 실무자를 불러야 한다는 의견이 많기 때문이다.

‘다음’ 사태 규명하고 내년 총선 여론조작 가능성 봉쇄하려면 김범수 증인 채택 필요

하지만 뉴스타파 등에 의한 ‘가짜뉴스’와 함께 이번 과방위 국감의 최대 이슈로 부상한 ‘다음’에 의한 여론조작 의혹을 제대로 규명하고 이를 토대로 내년 총선 여론조작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김 센터장에 대한 추가 증인 채택이 필수라는 주장도 커지고 있다. 추가 증인은 국감 마지막 날인 오는 27일 종합감사까지 언제든 여야 간 합의로 채택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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