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연대측정 결과 고려 또는 이전시대 판명
'부결'은 "일부 문화재 위원이나 직원의 독단"
"일제 약탈 문화재에 출처 따지는 것은 어불성설"
2017년 국감장에서도 "파벌,알력에 의한 부결" 질타

2017년 5월 26일 서울 서대문구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한국서지학회 학술대회'에서 남권희 경북대 교수가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가 지난 4월 보물로 지정할 가치가 없다고 결론지은 '증도가자'에 대해 문화재청의 조사 방식에 오류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7년 5월 26일 서울 서대문구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한국서지학회 학술대회'에서 남권희 경북대 교수가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가 지난 4월 보물로 지정할 가치가 없다고 결론지은 '증도가자'에 대해 문화재청의 조사 방식에 오류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0년 9월1일 서지학자인 남권희 교수가 공개하며 촉발된 고려시대 금속활자(일명 '증도가자') 진위논쟁은 2017년 정부의 부결방침에도 잠잠해지지 않고 13년이 지난 지금까지 현재 진행형이다. 

그동안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 일단 연대기별로 진·위(眞·僞) 논쟁일지를 만들어 보았다. 

고려시대 이후 사용되지 않은 '닭 종' 활자 : 위 활자의 음훈은 1013년에 증수된 '대광익회옥편'과 1039년에 편찬된 '집운'에 실려 있다. 특히 1973년에 출판된 '중문대사전' 제9권 1393쪽 '집운'편에는 음이 '장용절'로 'ㅈ+ㅛ+ㅇ(종)'이며, 훈(뜻)이 '계(鷄)' 즉 '닭'이라고 기록된 활자다. [다보성갤러리 제공]
고려시대 이후 사용되지 않은 '닭 종' 활자 : 위 활자의 음훈은 1013년에 증수된 '대광익회옥편'과 1039년에 편찬된 '집운'에 실려 있다. 특히 1973년에 출판된 '중문대사전' 제9권 1393쪽 '집운'편에는 음이 '장용절'로 'ㅈ+ㅛ+ㅇ(종)'이며, 훈(뜻)이 '계(鷄)' 즉 '닭'이라고 기록된 활자다. [다보성갤러리 제공]

 

#2017년 국감장에 공개된 '문화재위원회 회의록' 논란

위의 일지에서 볼 수 있듯이 '증도가자' 논란은 지난한 검증과정과 국감장에까지 등장하는 등 해묵은 '진위 공방'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 

그같은 과정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이 2017년 4월 13일 문화재청(문화재위원회 동산분과회의)의 발표다. 

당시 문화재청은 "보물 신청된 '증도가자'에 대해 보물로서의 가치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아 보물로 지정할 수 없다"고 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당시 의결사항을 다시 한번 옮겨 본다. 

바. 의결사항

ㅇ 부결

- 1. 증도가자로 지정 신청된 활자는 서체비교, 주조 및 조판 등 과학적 조사결과 『증도가』를 인쇄한 활자로 보기 어려움

2. 신청 활자의 중요성에 비추어 고려금속활자의 여부에 관해서도 검토한 결과, 방사성탄소연대측정을 비롯한 과학적 분석에 의하면 고려시대에 제작된 금속활자일 가능성은 있음

3. 그러나 출처와 소장경위가 불문명하고 금속활자와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청동 수반, 초두와의 비교조사가 불가능하여 고려금속활자로 판단하기도 어려움

이처럼 문화재 지정이 부결되자 기초학술조사팀(남권희 교수 등)과 소장자(다보성갤러리 김종춘)측은 즉시 반박에 나섰다. 

여기서 남권희 교수가 좌장을 맡은 기초학술조사팀은 2014년 문화재청 산하 국립문화재연구소의 용역을 맡아 연구를 수행한 기관이다. 

문화재청의 부결 결정에 남권희 교수는 3군데의 권위 있는 기관(한국지질자원연구원, 일본 Paleo Labo社, 서울대학교 기초과학공동원기기원)에서 4차에 걸친 탄소연대측정분석결과 모두 고려시대(780〜1300. 보정연대 '하한연대'), 또는 이전시대의 먹으로 판명되었다고 주장했다.  

또 1년간(2016. 1 〜 2016. 11)에 걸친  과학적 조사(조사기관 : 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재보존과학센터)결과, "투과 및 CT 촬영결과 접합된 흔적이나 균열이 관찰되지 않아 한 몸체에서 주조된 것으로 보이며, "주조시 발생하는 기포가 관찰됨" "표면 분석결과 덧칠, 유기물 등은 확인되지 않음" 결론(위조가능성 없음) 등을 근거로 문화재청의 심의 결과로 나온 '부결' 결정을 반박했다.

이와더불어 검증 과정에서 고려활자인 증도가자를 이보다 500년이나 후에 제작된 조선시대 임진자와 비교한 것을 확인, 이에 대한 문제점을 문화재청에 서면으로 지적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증도가자의 문화재 지정 '부결' 과정에는 '출처'나 '탄소연대' 측정 등의 기본 적인 검증 결과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증도가자의 문화재 지정이 부결된 후 같은 해 10월 문화재청이 국회 교육문화위의 문화재청 국정감사가 열리는 동안 공개한 당시 문화재위원회 회의록(제2차 동산문화재분과위원회 회의록) 내용이 바로 그것이다. 

증도가자의 탄소연대 측정 결과표. [다보성갤러리 제공] 
증도가자의 탄소연대 측정 결과표. [다보성갤러리 제공] 

당시 회의록을 살펴보면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의 부결 발표에 앞서 문화재청이 직접 결성한 '고려금속활자 지정조사단'은 다음과 같은 종합의견을 내놓았다. 

지정조사단의 의견을 공개한다. 

"연대 측정 결과 신청 활자에서 채취한 먹의 연대는 11세기 초에서 13세기 초로 추정됨. 그러나 활자의 제작과 조판, 활자의 쓰임, 활자의 유전 과정 등과 같은 ‘활자’ 자체의 역사성을 이해하는 데에는 현 수준에서는 아직도 미흡한 점이 많음. 상기 내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신청 활자를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하기보다는 검증 방법이 더 개발되고 발전될 때까지 유보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판단됨."

이 의견에 따르면 조사단은 결론 ‘유보’를 권하고 있다. 

'고려금속활자' 지정조사단은 2015년 6월 문화재청 동산문화재분과 문화재위원회가 중심이 돼 만들어졌으며  서체비교, 연대측정, 제작기법 등 3개 소위원회에 12명의 전문가가 참여했다. 

지정조사단은 증도가자에 대해 먹의 방사성 탄소연대측정, 서체비교, 주조, 조판 등의 방법을 검토하며 진위 여부를 조사했다.  

그러나 지정조사단의 그같은 의견에도 불구하고 문화재위원회는 "고려시대에 제작된 금속활자일 가능성은 있다"는 설명을 달면서도 지정조사단의 의견을 물리친 채 문화재 지정을 부결했다.

문화재위원회 회의록이 공개된 2017년 10월 국감장에서는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의원들의 문화재청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유성엽 당시 교문위원장(국민의당)은 "그동안의 경과를 살펴보니 증도가자의 보물 지정 심의과정을 보면 할 수 있으면 어떻게 해서라도 지정해야겠다고 움직이기보다 안 할 수 있으면 어떻게든 (지정을) 안 해야겠다고 끌어온 점이 역력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만약 진품으로 확인되고 인정되면 세계금속활자의 역사를 새로 써야 하지 않나. 그에 대한 기초학술조사 연구용역을 2014년에 1억8000만원을 들여서 했는데 결론이 뭐였나. 진짜일 가능성이 높다는 걸로 알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유 위원장은 증도가자에 대한 문화재청의 그간 심의과정을 조목조목 열거하면서 "연구용역 결과와 지정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보면 보류를 해야지 왜 부결을 했나. 고려시대 유물일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부결 쪽으로 몰고가려고 (문화재청이)안달을 부린 흔적이 역력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문화재위원회 심의 과정을 보면 지정을 안 할 수 있으면 안하려는 것"이라며 "관련 전문가들의 파벌과 알력에 의해 부결 쪽으로 몰고갔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하는 문화재위원회의 전 전문위원은 “지정조사단이 그처럼 유보 의견을 냈음에도 부결 처리한 것은 일부 문화재 위원이나 문화재청 직원의 독단과 무단이 반영됐다는 증거”라는 의견까지 내놓았다. 

#'출처'가 문제라면 출처 불분명한 기존 문화재 지정 다 해제해야

부결 사유 중의 하나로 거론되는 '출처와 소장경위가 불분명'도 계속 논란이 되고 있다. 

문화재 지정심의를 함에 있어 출처 및 소장경위 등을 확인함은 매우 중요한 일이고, 관련자들은 또한 이에 최대한 협조해야 한다. 

따라서 증도가자의 소장자로서 문화재 지정을 문화재청에 신청한 김 회장도 취득(출처)경위 등 관계자료 확보에 심혈을 기울였다. 관계자들(구키야 마코토, 박진규, 김병구, 소장자)로부터 제출받은 매매증명서, 사실 확인 증명서, (변호인)의견서 등을 낱낱히 제출했다. 

사실 현장에서 발굴한 유물(문화재)이나 역사적 고증을 통해 전래되는 유물들이 아니면 출처 등을 명확히 밝혀내기쉽지 않다. 특히 증도가자가 고려시대의 활자라면 지금부터 최소 780여년 전의 유물이다. 

이와관련 고미술업계 관계자들은 다음과 같은 의견을 내놓고 있다. 

"증도가자는 일제강점기에 약탈된 고려 문화재로 추정됩니다. 그런데 1995년 구키야 마코토에게 물건을 판매한 다다가 작고한 관계로 더 이상의 추적은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출처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것은 '문화재' 지정을 해주지 않으려는 의도로 밖에 읽히지 않습니다."

출토 문화재의 경우 기껏해야 생존자들을 대상으로 그 유물의 전래(흐름)과정을 최대한 역 추적하는 것이 고작이고, 그것도 100년이 지난 것은 흐름이 끓어지기가 다반사다. 

사실 그같은 이유 때문에 연대측정 및 가공흔적(위조) 등을 밝혀 내기위한 각종 과학적 감정(분석방법)이 동원된다. 

이와관련 증도가자 소장자인 김종춘 회장은 "출처가 대부분 불분명한 출토문화재의 특성을 감안할 때 문화재청 주장대로라면 우리나라 지정 문화재 중 출처와 취득경위가 불분명한 것은 모두 지정문화재에서 해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경동 기자 weloveyou@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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