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배의 경고에도 최재경이 박영수를 선택한 이유는?

 

박영수 전 특검/연합뉴스
박영수 전 특검/연합뉴스

최근 공개된 2021915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와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의 인터뷰 녹음파일에는 김씨가 신 전 위원장에게 자신이 박영수 변호사를 국정농단사건 특별검사로 만들었음을 자랑하는 대목이 나온다.

김씨는 신 전 위원장에게 대한변협 회장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하고 할 일이 없던 박영수 변호사가 자신에게 최재경 청와대 민정수석을 만나서 특검이 될 수 있도록 부탁했고, 이에따라 최재경 수석을 만나 박 변호사를 추천하는 과정을 설명한다.

박영수 변호사의 부탁에 김씨는 그러면 대통령을 어떻게 할건데라며 특검이 된 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사법처리 방향을 물었고, 이에 박 변호사는 잘 수사해서 국민들한테 잘 설득할 수 있게 하겠다라고 말했다고 김씨는 전했다.

김씨는 이후 자신이 최재경 수석을 만나 , 영수형이 찾아왔는데 특검하고 싶대. 그런데 어차피 누구 시켜야 되는데,우리가 잘 아는 사람을 시키는건 나쁘지 않잖아?”라며 박영수 변호사를 적극 추천했고, 이에 최 수석이 (영수) 고검장이야 그렇지.옛날에 모셨으니까라며 긍정적으로 반응해 박영수 특검이 성사된 것처럼 말한다.

이에 덧붙여 김씨는 자신이 최재경 수석에게 그런데 형, 잘 생각해. 내가 볼 때 배신할 것 같애라는 우려까지 했음을 신 전 위원장에게 전한다. 여기서 김씨가 말한 배신은 박영수 변호사가 특검이 되면 그를 선택한 최재경 수석의 바람과 달리, 박근혜 대통령을 적당히 봐주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시점을 2016년 하반기로 거슬러가면, 최순실씨에 의한 이른바 국정농단의혹에 대한 언론의 폭로와 촛불시위가 여야 정치권은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에 합의하게 되고, 청와대도 이를 수용한다.

이에따라 그해 1129, 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 3당은 특검 후보로 박영수 전 고검장과 조승식 전 대검 형사부장 2명을 특검 후보로 추천했다. 당시 여당인 신한국당은 특검 후보를 추천하지 못했다.

이에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가 특검 후보 2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그중 한명을 특검으로 임명하는 절차에 따라 121, 두 사람 중 박영수 변호사를 특검으로 지명했다.

김만배씨는 박영수 변호사를 특검으로 만들기 위해 최재경 청와대 민정수석을 만난 시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정치권에서 특검 후보가 거론되던 때였는지, 아니면 야당이 두 명의 후보를 추천하고 청와대가 그중 한명을 선택할 시점이었는지가 불분명하다.

이 문제와 관련, 최재경 전 민정수석은 한 언론의 확인요청에 “(내가) 이미 청와대 민정수석을 사퇴한 시점에 특검이 임명됐기 때문에 관여한 바가 없다고 해명한 바 있는데, 김만배씨를 만나 특검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지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2016년 야당이 두명의 특검 후보를 추천하자 청와대가 이중 박영수 변호사를 선택할 것이라는 점은 뻔히 예상되던 상황이었다. 조폭수사를 많이했던 조승식 변호사는 조폭세계에서 해방 이후 최고의 악질검사라고 불릴 정도로 강골(强骨)검사출신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상황에 비춰보면, 김만배씨가 신학림 전 위원장을 만나 마치 자신이 박영수 특검을 만든 것처럼, 말한 것은 상당한 과장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박영수 변호사는 당시 민주당이 아닌 안철수 대표가 이끌던 국민의당의 특검 후보로 추천됐는데, 김만배씨가 안철수 대표나 국민의당쪽에 로비를 해서 박 변호사를 추천하도록 만들었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와관련, 당시 특검 인선을 둘러싸고 정치권에서는 신한국당의 김무성 대표와 민주당 박지원 비대위원장간의 묵계로 국민의당이 박영수 후보를 추천하게 하고 특검이 되도록 했다는 설이 유력하게 나돌았다.

현재 대장동 50억클럽 관련 의혹으로 구속돼있는 박영수 변호사는 특검이 되기위해 박근혜 대통령 사법처리 방향과 관련해 김만배씨에게 잘 수사해서 국민들한테 잘 설득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잘 수사해서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말의 의미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구속 등 사법처리는 안되도록 하겠다는 뜻이었고, 김씨는 이를 근거로 최재경 수석에게 박영수 특검을 추천한다. 이 과정에서 김만배씨는 박영수 특검이 윤석열 검사를 특검보로 데려가는 것을 우려했다는 대목도 인터뷰 녹음파일에 나온다.

하지만 배신할 것 같다던 김씨의 예상대로 박영수 특검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할 수 있는 온갖 혐의를 씌워 징역 22년형을 선고받도록 만들었다. 김씨의 예상이 틀리지 않았던 것이다.

검찰은 얼마전 박영수 전 특검이 대장동 사업을 도와주고 200억원 이상을 받기로 한 혐의로 구속기소하는 과정에서 김만배씨로부터 적지않은 협조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김만배씨가 검찰에서 박영수 전 특검의 관련 혐의를 감춰주지 않은 것을 놓고, 검찰 안팎에서는 박 전 특검이 김씨에게 너무 많은 돈을 요구한데 따른 불화설이 파다하다. 김씨는 특히 박 전 특검이 자신의 회사에 딸을 취직시켜 수금책역할을 맡긴 것에 대해 적지않은 불만을 토로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박 전 특검의 딸은 화천대유에 취직한 뒤 대장동 사업에 중요한 역할을 해온 핵심 임원과 불룬관계가 생겼고, 박 전 특검의 요구로 김씨가 불가피하게 이 직원을 해고함으로써 두사람간의 관계가 급격히 악화됐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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