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31일 공석중인 전국 36개 당협위원장 중 10곳의 위원장을 인선,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조직책 인선은 총선을 불과 200여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이루어진 만큼 사실상의 공천으로 받아들여진다. 내년 4월10일 제22대 총선을 겨냥한 국민의힘의 첫번째 인재영입 셈이다.

하지만 이날 발표된 10명의 신임 당협위원장 중 절반, 5명이 검사와 변호사 출신이어서 국민의힘으로 이어져온 역대 보수정당의 한계로 지적돼온 ‘판·검사당’의 ‘투쟁성 부족’이라는 문제점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들 법조인 출신 당협위원장 5명중 2명이 검사 출신 또는 내지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라는 점에서 그동안 여당 안팎에서 제기돼온 내년 총선에서의 검사출신 대거 공천설이 사실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31일 오전 전남 순천시 순천만국가정원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가 심사한 사고 당협 조직위원장 인선안을 의결했다.

원내대표를 지낸 김성태 전 의원은 강서을 당협위원장에 인선됐다.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낸 오신환 전 의원은 서울 광진을을 맡았다. 광진을은 추미애 전 민주당 대표가 5선을 했고, 현재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대변인을 역임했던 민주당 고민정의원의 지역구다.

서울 중랑을 당협위원장에는 정병국 의원 보좌관 출신인 이승환 전 대통령실 정무수석실 행정관은 중랑을 당협위원장에 내정됐다.

윤석열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후배이자 연수원 동기인 고석 변호사는 비례대표 서정숙 의원과 경쟁한 끝에 경기 용인병 당협위원장에 인선됐다.

경기 시흥시갑에는 검사 출신의 정필재 변호사가, 국회 외의중 대규모 코인거래로 물의를 일으켜 국회 윤리위에 회부된 김남국 의원의 지역구인 안산시 단원을에는 변호사인 서정현 전 경기도의원이, 충남 아산시을에는 전만권 전 천안시 부시장이 인선됐다.

전북 전주시을은 재선 의원인 정운천 의원이, 세종시갑은 국민의힘 세종특별자치시당 위원장을 지낸 류제화 변호사가 당협위원장을 맡게 됐다. 대전 대덕구는 대검 중수부 중앙수사1과장 출신인 박경호 변호사가 맡게 됐다.

현역인 이용호·최승재 의원이 맞붙은 마포갑, 김민수 당 대변인이 지원한 경기 성남 분당을, 송주범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지원한 서울 서대문을, 비례대표 최영희 의원과 정광재 MBN 전 앵커 등이 지원한 경기 의정부 갑 등 나머지 24곳은 '보류' 지역으로 남겨졌다.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나머지 26개 지역은 적임자 부재, 선거구 개편 예정 등 인해 계속 심사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이날 발표된 10개 당협위원장 중 특히 서울 3곳의 신임 당협위원장의 면면을 놓고 경쟁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서울의 국회의원 49명중 40명이 민주당 소속으로, 여당의 내년 총선 과반수의석 달성 여부가 달린 가장 중요한 승부처다.

특히 이번에 국민의힘이 조직책을 선정한 강서을 광진을 중랑을은 해당 지역구 유권자들의 본적 구성 등으로 인해 보수정당의 ‘험지’로 꼽혀온 지역인데다 현역 의원인 민주당의 진성준 고민정 박홍근 의원 또한 다선 중진에 친문 친명계 강성파로 인지도가 높은 편이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을 돌파할 뚜렷한 철학을 정립한 뒤 유권자들에게 감동과 메시지를 줄 수 있는 후보를 만들어 내는 전략적 수순을 밟지않고, 의례적인 ‘돌려막기’에 급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그동안 여야는 총선승리를 위한 가장 중요한 수단으로 인재영입 경쟁을 벌여왔다. 국민들을 식상케한 기성 정치인을 물갈이하고, 새롭고 참신한 인재를 수혈해 감동과 메시지를 주기위한 노력이었다.

정치권이 인재영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1996년 15대 총선때 부터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역사바로세우기와 하나회 해체, 금융실명제 등 개혁정치를 뒷받침하기 위해 민중당 출신 이재오·김문수·이우재 등 재야에 있던 인사들을 전격 영입했다. ‘모래시계 검사’로 유명했던 홍준표 대구시장도 같은 케이스다.

당시 제1야당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총재 또한 이에맞서 소설가 김한길, 뉴스앵커 정동영을 영입했다. 이어 16대 총선때는 우상호·이인영·임종석 등 학생운동 출신 386 인사들을 대거 끌어들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전임 이명박 정부의 지지도가 낮은 상태에서 치러진 19대 총선에서 이른바 ‘박근혜 키즈’로 불린 이준석·손수조 등 20대를 중용해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과거 정치권의 인재영입, 즉 새로운 피 수혈은 각 분야에서 대중적 인기가 높은 ‘스타’를 끌어들이는 측면이 강했다.

하지만 며칠전 윤석열 대통령이 여당 국회의원 연찬회에 참석해 지적한 바 있듯이 현재 당면한 정치환경의 본질은 자유 민주주의 원칙을 바로 세우려는 노력과 이에 맞서는 좌파들의 저항인 만큼 여당의 인재영입 또한 뚜렷한 철학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치평론가인 홍경의 단국대 객원교수는 이와관련, “국민의힘이 더 이상 모범생에 고위직 출신, 특히 법조인에 집착하지 말고 당당하게 좌파들에 맞설 수 있도록 자유 민주주의 의식이 투철한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을 국회에 진입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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