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승계 포기 압박, 전경련 재가입 결정 등 사실상 주인역할

삼성 서초 사옥에 걸린 삼성 깃발. [사진=연합뉴스] 

올 상반기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에서 애플의 아이폰 제품들이 1~4위까지를 ‘싹쓸이’ 한 반면, 삼성전자 갤럭시 제품들은 5~9위로 밀려났다는 며칠전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옴니아의 보고서가 큰 충격을 던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이 업황 부진으로 최악의 상황을 보내고 있는 가운데, 휴대폰 마저 이처럼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건희 선대 회장이 병석에 누워있고, 이재용 회장이 문재인 정권에 의해 1년간의 옥살이를 하고 나온 상황에서도 삼성전자는 분기마다 역대 최고 실적을 경신해 나갔다.

하지만 당시 삼성전자 고위 임원들은 “지금이 삼성전자의 최고 전성기, 피크가 아닐까” 하는 불안감을 감출 수 없었다. 인공지능(AI) 시대의 도래와 시스템 반도체 개발, TSMC와의 파운드리 경쟁 등 선택과 집중, 수십 수백조원 단위의 투자결단이 필요한 상황에서 이건희 이재용 ‘오너 부자(父子)’의 공백상태가 빚어졌기 때문이었다.

삼성의 준법감시위원회는 기본적으로 기업을 마피아조직 같은 범죄집단으로 바라보는 좌파적 세계관, 한국사회의 반재벌 정서, 좌파 시민단체들의 ‘반삼성’이 만들어 낸 해괴한 조직이다.

문재인 정권의 대법원은 이재용 회장의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용 말 제공 혐의에 대해 “다시 구속수감하라”고 지시한 것이나 다름없는 파기환송 판결을 내렸다. 서울고등법원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준법경영에 대한 삼성측의 ‘특단의 조치’를 요구했는데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다.

2020년 5월6일 이재용 회장은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을 통해 준법감시위원회 설치를 발표했다. 재수감의 위기에 처한 이 회장은 한발 더 나갔다. “제 아이들에게는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생각입니다”라며 삼성의 4세승계 포기를 선언한 것이다.

1968년생. 55살인 이재용 회장이 20~30년 뒤 은퇴하면 삼성은 국민연금 등이 지배하는 국영기업으로 변신하게 된다.

글로벌 일류 한국기업의 최정점, 상징이나 다름없는 삼성전자의 오늘을 이병철 창업주와 이건희 선대회장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

"누가 뭐라고 해도 삼성은 반도체 사업을 해야겠다. 이 사실을 알려달라."

1983년 2월 8일 당시 일본 도쿄에 있던 이병철 삼성 회장은 홍진기 중앙일보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이같이 반도체 사업 진출 계획을 알렸다.한국 기업사(史)의 역사적 '퀀텀 점프' 순간 중 하나로 꼽히는 이른바 '도쿄 선언'이다.

여기에 이건희 선대회장의 편집증에 가까운 집념과 완벽주의가 세계 1위 반도체기업 삼성전자를 만들어 낸 것이다.

자유 민주주의의 물적 토대인 자본주의는 개인, 기업가의 탐욕, 부(富)에 대한 열망이 발전의 근본동력이다. 그리고 한국과 일본의 이른바 ‘유교 자본주의’는 그 열망에 중심에 자식과 형제자매 있었기에 서구 자본주의 못지않은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29일 '2022년 연간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 공개와 더불어 1기에 이어 현재의 2기 위원을 맡고있는 김우진 서울대 경영대 교수가 기자 인터뷰를 했다.

이 자리에서 김 교수는 삼성준법감시위원회의 가장 큰 업적으로 이재용 회장의 '4세승계 포기'를 꼽았다. 김 교수는 삼성이 1기 준법감시위원회를 구성하면서 문재인 코드에 맞추기 위해 진보성향의 김지형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영입하자 김 위원장의 추천으로 참여한 사람이다.

김 위원은 "재벌 그룹의 승계 이슈와 관련해 사회적으로 관심이나 감시의 정도가 계속 높아지고 있는 현실에서 그간 많은 일들이 있었다"며 "이재용 회장의 발언에 진정성이 있다고 본다"고 덧붙여 사실상 이 회장의 약속이행을 압박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그는 특히 포스코나 KT를 거론하면서 삼성이 국유화에 따른 우려를 불식하려는 모습까지 보였는데, 이는 그동안 좌파 시민단체들이 삼성과 오너일가에 대한 고소고발을 일삼으면서 “오너리스크를 없애야 삼성이 더 발전한다”느니 “이재용 회장이 감옥에 있을 때 회사 실적과 주가가 더 올랐다”고 주장하던 것을 연상케 했다.

당초 1기 준법감시위원회가 이재용 회장에게 요구한 것은 무노조경영 포기, 과거 경영권 승계과정에서의 논란 사과, 준법경영 의지 강조 등이었고 4세경영 포기는 이재영 회장이 어머니 홍라희 여사 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직접 결단을 내린 내용이었다.

얼마전 삼성은 전경련 재가입 문제에 대한 세간의 따가운 눈총을 의식해 “준법감시위원회의 결정에 따르겠다”며 공을 넘긴 바 있다.

4세승계 포기 기정사실화 등 아직 국유화가 되기도 전에 준법감시위원회가 삼성의 최고 의사결정기구, 주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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