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마우이섬 쿨라에서 발생 전역 덮쳐
'지상천국' 라하이나 잿더미로 변해 
극심한 가뭄과 허리케인이 산불확산 도와 
1만5000여명 항공편으로 섬 탈출
교민과 한국인 여행객 인명피해는 없어 
하와이 한인 주택·상점 10여채 전소
프란치스코 교황 위로와 애도의 메시지

지난 8일(현지시간) 하와이 라하이나에 있는 유서 깊은 와이올라(Waiola)교회 홀과 인근 홍완지(Hongwanji ) 미션이 화염에 휩싸여 있다. [AP가 마우이뉴스로부터 입수한 사진]

세계적인 휴양지인 하와이 마우이섬의 산불이 11일(현지시간) 나흘째 이어지는 가운데 카운티 당국은 이날 현재 화재 사망자 수가 67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앞서 8일 오전 0시 22분께 마우이섬 중부 쿨라 지역에서 첫 산불이 신고됐고, 이어 오전 6시 37분께 서부 해변 마을 라하이나 인근에서 또다른 산불이 신고됐다. 

라하이나에서 발생한 불은 한때 진압됐다가 허리케인이 몰고 온 강풍을 타고 오후에 다시 살아나 삽시간에 해변 마을을 덮쳤다.

또 중부 쿨라 지역 인근 서쪽 해안인 키헤이 지역에서도 추가로 산불이 발생해 마우이섬에서 모두 3건의 산불이 이어지고 있다.

화마가 덮친 마우이 섬은 지상 천국이던 마을이 회색빛 폐허로 변했고, 피난 행렬에 올랐던 차량은 앙상하게 뼈대만 남았다.

화재 피해지역 주민들은 정전과 통신 단절 등이 며칠째 이어지면서 불편을 겪고 있다.

한때 하와이 왕국의 수도로 포경선 선원과 선교사 등에게 사랑받았던 곳이며 최고의 관광 명소였던 마우이섬의 서부 해변마을 라하이나도 잿더미로 변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산불은 마우이섬에서 3건, 본섬에서 3건 등 모두 6건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마우이섬의 화재 3건은 나흘째 잡히지 않고 있다.

라하이나도 현재까지 산불 진압률이 80%다. 

산불 진화작업이 더딘 것은 부족한 소방 장비 때문이다. 

AP통신에 따르면 하와이소방관협회 회장 바비 리는 마우이와 몰로카이, 라나이 등 3개 섬의 화재를 관리하는 상근 소방대원이 총 65명이라고 전했다.

소방차는 13대, 사다리차는 2대에 불과하고, 비포장도로용 차량은 전혀 없다고 그는 설명했다.

카운티 당국은 이날 호놀룰루소방서 소속 소방관 21명, 감독 인력 7명, 차량 4대가 투입돼 화재 진압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상공에서는 하와이주 방위군이 헬기로 화재 진압을 돕고 있다.

카운티 당국이 발표한 사망자 수 67명도 외부에서만 확인된 희생자로 내부 수색이 시작되면 희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지의 전문 인력과 장비 등이 부족해 실종자 수색이 아직 일부밖에 이뤄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물은 모두 1700여채가 탔고 1만4000여 명이 집을 떠나 이재민이 됐다. 

리처드 비센 마우이 카운티 시장은 NBC방송에 "구조물 내부는 아직 수색하지 못했다"며 "연방재난관리청(FEMA)의 수색 지원을 기다리고 있다. 그들은 (화재 상황에서) 건물의 위험한 조건을 다룰 수 있는 장비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우이에는 교민 500명 이상이 거주하고 있다. 정부는 현재 체류 중인 한국인 여행객은 수백명 규모로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히 교민과 여행객들의 인명피해는 아직 보고되지 않고 있다. 이서영 주호놀룰루 총영사는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하와이주 정부의 조치에 따라서 최근 2~3일간 호놀룰루로 철수했고 그중에 일부는 귀국을 하고 있거나 귀국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교민 피해는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우이 한인회 등 현지 동포사회에서 파악한 한인 피해 규모는 주택 4채, 사업장 12채, 한인 소유 건물 2∼3채 등이다. 이들 건물 모두 전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와이 당국은 전날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셔틀버스 25대를 운영해 라하이나 인근 호텔 밀집 지역인 카아나팔리에서 카훌루이 공항으로 1200여명의 여행객을 수송했다. 

전날 하루 동안 1만4900명이 항공편을 이용해 마우이섬을 떠났다. 

하와이에는 최근 2주간 비정상적으로 가뭄이 극심했고 화재 당일에는 허리케인 도라의 영향으로 최대 시속 110km의 강풍이 불었다.

미우이섬에 발생한 불이 빠르게 번지며 섬 전역을 초토화한 것도 허리케인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건조한 풍경과는 거리가 멀고 초목이 우거진 곳으로 유명한 하와이에서 이번 화재가 발생했다는 것은 특히 충격적"이라며 "지구가 가열되면서 재해로부터 보호받는 곳은 아무 데도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하와이 산불 피해자들에게 "이 비극으로 고통 받는 모든 사람들, 특히 사랑하는 이들이 사망하거나 실종된 사람들과 연대한다"면서 "사망자와 부상자, 실향민, 구조대원들을 위해 기도한다"고 애도와 위로의 메시지를 보냈다.

한편 앞서 지난 10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산불로 인해 대규모 피해가 발생한 하와이를 재난지역으로 승인하고 복구를 돕기 위한 연방 차원의 지원을 지시했다.

김경동 기자 weloveyou@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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