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풍삼 박사

 

꽃의 시인 김춘수 교수(경북대 교수 역임)를 그의 생전에 만난 적 있다. 그때도 대학입시 문제가 언론에 크게 취급 될 때다. 그는 자기의 시가 대학입시에 출제됐는데 자기도 정답을 고를 수 없었다는 것이다. 

시의 감상을 작가 의도와는 너무도 달리 꼬집어 비틀어 해석되어 초난해한 문항으로 출제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신년축시를 쓰지 않는다고 했다. 축시는 벽돌 찍듯이 주제를 두고 쓴 글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시는 작가의 감정이 녹아 흘러 독자에게 전달되는 것이라고 했다. 고 김춘수 교수의 말씀이 요즈음 “킬러 문항” (초 고난이도) 때문에 새삼스럽게 생각된다.

 요즘 속칭 “초 고난이도 문항”으로 떠들썩하다. 그러나 너무 쉽게 출제되어 모든 학생이 높은 점수를 받게 되면 대학이 학생의 변별력 평가에 어려움을 겪는다. 어느 정도 난해한 문항출제는 불가피하다. 언론이 교육적 용어를 거칠게 “킬러”로 표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초 고난이도 문항이 해결된다고 하여 공교육이 정상화되는 것은 아니다. 김영삼 정부 때부터 대통령 직속 교육개혁위원회를 마련했지만 여전히 공교육은 제자리에 있고 사교육은 더욱 성황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정부가 공교육의 정상화를 위한 과감한 교육개혁 정책 없이 변죽만 울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영섭 전 대법원장이 살아생전 언론 인터뷰에서 “우수한 학생이 의대. 법대로 몰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가장 우수한 인재는 교육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교육은 학생들에게 미래를 열어가는 지식과 지혜를 가르치는 영역이다.
  
그러나 일부 학부모들은 자녀들의 적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안정적이고 권위직인 의사나 법관을 선호하고 여기에만 올인, 사교육비를 쏟아 붓는다. 학교 교육은 여기서부터 뒤틀리고 있는 것이다. 학부모의 올바른 교육관이 중요하다.

우선 학교교육의 정상화는 교직에 사명감을 가진 우수한 교사의 확보가 시급한 과제다. 그러자면 획기적인 교육정책이 필요하다.
 
첫째, 교원의 처우와 근무조건의 개선이다.

만약 교사의 보수가 의사의 연봉수준으로 높아지고 초·중등교사에게도 연구실을 제공하여 교재연구와 학생 상담·생활지도 공간으로 활용한다면  교사의 사회적 지위는 높아질 것이다.의사의 하루 생활이 늘 환자들에게 시달려야 하고 법관 역시 죄인들과 매일 신경전을 벌여야 하는 직업이 아닌가. 여기에 비하면 교직은 천직이라고 할 수 있다. 늘 자라나는 새싹들과 생활하지 않는가.

둘째, 교권의 확립이다.
교권은 교사의 가르칠 권리와 교사의 권위를 뜻한다. 
오래전 학생인권조례 제정 후 학생·학부모의 극성으로 교권은 만신창이가 되어 교사의 설자리가 없다. 그래서 해마다 교사들의 명예퇴직은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한국교총의 조사에 의하면 교사들의 교직 만족도는 23%에 불과하다.

교직을 경시하는 풍조에서 공교육의 정상화는 기대할 수 없다.

셋째, 교육 시설의 확충 확대다. 
지금 교실에서 미래가 창조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첨단의 교육 기자제시설을 갖춘 과학실험실. 작업기계실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곳에서 이뤄지는 우수한 교사들의 강의가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다.

넷째, 대학교육의 자율화다.

1809년 베를린 대학을 설립한 홈볼트(Hombolt)가 대학의 학문의 자유를 주장한 것이 현재 세계 대학 운영의 근간이 되고 있다.
 학문의 자유는 가르치는 자유, 배우는 자유다. 그러나 교수에 의한 대학경영의 자유는 아니라고 못 박았다.
 
 해방 직후 한국교육의 골격을 마련한 전 문교부 장관  최규남 박사를 80년대 만난 적 있다. 그는 그때 대학의 특성과 자율성을 강조하고 학생이 교수를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해마다 그해 가장 우수한 교수를 학생들의 투표로 결정된다고 했다, (The most popular professor of the year)

금년 초 영국의 글로벌 대학 평가에서 한국대학에 관하여 연구의 질보다 양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공대 분야에 투자가 부족하며 교수의 영향력 있는 논문을 생산하지 못한다고 했다.

대학의 자율화, 우수 교수의 확보, 첨단의 교육 기계 시설이 국제 경쟁력을 기르는 대학이 된다고 봐야 한다. 그 좋은 본보기가 외국에서 한국계 우수 교수를 초빙한 포항공대가 아닌가. 
지방사립대학이 부실하여 폐교위기에 처한 것은 자업자득으로 봐야 하지 않겠는가. 대학의 경쟁력은 대학 자체의 노력의 결과다.

다섯째, 교원양성기관의 획기적 개편이다.
위 제시한 교원의 처우와 근무조건 개선으로 교사의 사회적 지위를 높이자면 교원양성기관 개편이 불가피하다. 예과 본과를 둔 의과 대학이나 법관은 법학전문대학을 마치도록 한 현행제도에 맞춰 교사 양성과정도 6년제로 하여 엄격한 선발 과정을 거쳐 우수한 인재가 초·중등 교사에 임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초·중등 학교는 성장기 청소년의 자아(자아)를 형성하는 매우 중요한 시기다.

여섯째, 교육재정의 확보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자면 현행 3% 국가 예산에서 5%는 인상해야 한다고 교육계에서 주장하여 왔지만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국가장래를 결정하는 인재 양성에 과감한 투자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날 교육의 성과로 중동으로 진출한 건설, 해외로 수출하는 조선, 방위 산업, 원전 등으로 현재 세계 경제 10위 국가를 만들지 않았나. 교육은 백년대계를 위한 산업이다.

끝으로 1970년대 정부가 추진했던 미래에 대비한 “장기 교육 계획”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당시 논의됐던 “초등교육의 여성화 경향” “학령인구 변화에 대한 대책” “통일 교육” 등이 있었다. 

지금 학령인구의 감소. 초등학교에 여교사가 80%를 육박하고 있다고 한다. 이와 같은 교육환경이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없을까 의문스럽다. 이는 단순 “성별차”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교사의 행동과 채취가 초등학생들의 자아 형성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고 학자들은 말하고 있다. 
청소년기에 질풍노도와 같아야 할 남학생들이 모두 여성화된다면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될까 의문스럽다.

정부는 미래에 대비한 장기 교육 계획을 조속히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김풍삼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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