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장관 청문회는 역사전쟁의 판이 될 것

통일부 장관에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가 지명되자 더불어민주당과 좌파 매체들의 프로파간다 발작 증세가 또 재연되고 있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극단적 남북 대결 주의를 주장하는 사람을 통일부 장관으로 세웠다"며 "구제 불능의 인사" "통일이 아니라 영구 분단을 기도할까 걱정스럽다"라고 극언을 하는가 하면, 한겨레신문은 김영호 교수가 "김정은 정권 타도"를 주장하고 여러차례 자체 핵무장을 강조한 '남북대결주의자'라면서 "김정은 정권 타도"로 통일의 길을 열어야 한다는 김영호 교수의 주장을 '강압적 흡수통일론'이라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극우 성향의 대북 강경론자, 극우 유튜버"라고, 오마이뉴스는 "통일부 파괴 공작원"이라고 제목을 달아 공격하기 시작했다. 

누가 '극우'이고, 누가 '남북대결주의자'라는 말인가. 괴담과 선동, 조작에 기생하며 돈과 권력체제를 유지해 온 더불어민주당과 좌파 매체들은 김영호 교수가 통일부 장관에 지명되자마자 자신들의 우위를 점하려는 용어 선점에 나섰다. 극우와 남북대결주의자, 강경파라는 프레임을 만들고 있다.

김영호 후보자는 1978년 서울대 외교학과에 입학한 후 학생운동에 한동안 몰입하였고, 졸업 후 1988년까지 '도서출판 녹두' 출판사와 서점을 운영하며 공산주의 철학서와 안토니오 그람시 번역서, 그리고 각종 정치경제학 서적을 냈던 좌파 지식인이었다. 1987년 민주화 항쟁 시기에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10개월간 옥살이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소련과 동구 공산권의 몰락을 목격한 이후 그는 번민의 세월을 보냈고, 미국 유학길에 올라 6·25전쟁과 국제정치를 배우고 연구하며 새로운 길을 선택했다.
 
김 후보자는 원칙을 중시하면서 현실주의 노선을 추구하는 강직한 지식인이다. 1980년대에 계급노선에 잠시 경도된 적은 있었지만, 1990년대 이후 국제정치와 한국현대사에 대한 재정립을 통해 자유민주주의 길에 들어선 정직한 연구자이다. '연옥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사상적 전환의 고통과 그간에 만들어 온 인간관계를 단절하는 아픔을 견뎌내며, 그리고 그간 쌓아온 그릇된 신념과 지식을 다 내려놓으며 현실 앞에서 정직해지는 길을 김 후보자는 포기하지 않았다. 공개되지 않았던 소련의 비밀 문서 등의 연구를 통해 김일성과 북한 권력의 형성과 해방 및 6·25전쟁 기간 전후에 일어난 수많은 역사적 사실을 새롭게 발굴해 대한민국 역사를 온전히 정립하는 데 기여했다. 

김 후보자는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북한에서 찾으려는 사이비 좌파선동가들에 맞서 주저없이 그리고 중단없이 싸워왔다. 2005~2006년경에는 '뉴라이트씽크넷'을 만들고 운영위원장을 맡아 역사전쟁의 전면에 나섰다. 공산주의 이론과 실천의 기초가 되는 계급론이나 모순론의 문제점도 반박했지만, 더 중요하게는 강만길·백낙청 류의 '수정주의적 역사관'과 '분단체제론'의 허상을 깨는데 집중했다. 이인호 교수, 안병직 교수, 유영익 교수, 이영훈 교수, (작고한) 김일영 교수, 전상인 교수, 강규형 교수, 허동현 교수 등 쟁쟁한 한국 근현대사 연구자들이 그의 학문적 동료이자 실천적인 동지였다.

김 후보자는 미국의 소련 봉쇄전략과 서독의 압박·교류정책을 깊이 연구한 학자로서, 전체주의 독재체제에 맞서는 가장 중요한 전략은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것을 정확하게 제시하고 있다. '힘이 없는 평화는 허구'라는 현실주의 노선 위에서 민주주의와 인권, 다양성과 문화라는 소프트파워가 국가를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에 늘 착목했다. 김 후보자는 또한 북한 주민들이 정치범 수용소에서 짐승과 같은 생활을 하다가 기아와 질병으로 죽는 현실을 외면하지 않으려 했고, 고문과 처형 그리고 독재자의 노예로 지배받는 북한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그 방안을 찾으려 했다. 김 후보자는 자유민주주의에 기반한 통일과 통일 전후 과정에서 채택해야 할 방침, 북한 권력 붕괴 이후 재건과 발전 등에 관해서도 끊임없이 연구하고 탐색했다. 

김 후보자는 자유민주주의를 현실에서 구현하려는 실천적 지식인이다. 친북좌익들의 공상주의적 망상과 김정은을 강력한 지도자와 계몽군주로 인정하는 비민주적 선택에 현혹되지 않고, 독재체제를 약화시키면서 어떻게 자유민주주의적 질서 하에서 통일이 가능한지를 탐색해 왔다. 소련과 동독의 공산독재에 맞섰던 유럽의 저항적 지식인들과 마찬가지로 김 후보자는 어렵고 외롭지만 그 길을 포기하지 않고 일관되게 자기 길을 개척해 왔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중시하는 대북정책을 '극우'나 '강경파'라 비난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친북파시즘에 포획돼 있다는 것을 자인한 것이다. 친북과 친중의 본질은 전체주의, 즉 파시즘이다. 김정은이나 시진핑, 푸틴의 독재를 '강력한 리더십'이라 미화하는 것은 파시즘에 대한 동조이고, 스스로 파시즘화 된 것이다. 

통일부 장관 청문회는 역사전쟁의 판이 될 것이다. 친북·친중 좌익들은 역사 논쟁이라는 본질을 피한 채 장관 후보자의 일부 발언 등을 꼬투리잡아 흠집내기에 집중하겠지만, 결국 '자유 對 친북파시즘' 간의 대립은 피할 수 없다. 불꽃 튀는 순간들이 이번 청문회에서 벌어질 것이다.

이 나라에 극좌는 있어도 극우는 없다. 역사전쟁은 피한다고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대립과 갈등을 피한다고 역사전쟁을 포기하는 순간 대한민국의 운명은 낭떠러지 앞에 서게 될 것이다. 그래서 김 후보자를 둘러싼 논쟁은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고 대한민국의 존재와 가치, 미래 그 자체이다. 역사전쟁에서 승리해야 우리 후손들에게 밝은 미래가 있다.

허현준 前 청와대 행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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