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친화도시 101곳, 기초지방자치단체 44%에 해당

윤석열 정부 들어 여성친화도시 선정이 대폭 확대됐다. 2023년 3월 대한민국 정책브리핑에 따르면 현재 합계 101곳이다. 지난 3월 여성친화도시로 신규 지정된 곳은 25개다. 전국 230개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약 44%에 해당한다. 필자는 일찍이 여성친화도시 선정 및 확대 정책에 반대 입장이었다. 여성친화도시 주무부처는 여성가족부다(이하 여가부). 여가부 사업 중 불필요한 정책 및 예산 낭비의 대표적 케이스이기 때문이다.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양성평등 정책에 역행하는 사업이라 생각한다.

먼저 여성친화도시 지정 현황에 대해 살펴보자. 여성친화도시는 간단히 말해 성평등 수준을 높인다는 취지로 이명박 정부에서 최초로 실시되었다. 2009년 전북 익산시, 전남 여수시 2개 지역을 지정하면서부터다. 이후 2년마다 평가를 거쳐 새롭게 지정하며, 여성친화도시로 선정되면 5년간 운영할 수 있다. 또 성과평가를 통해 인정받으면 재지정을 받을 수 있다.

여성친화도시 유래와 법적 근거

여성친화도시(Woman-Friendly Policies) 유래는 덴마크 사회학자인 아넷 보코스트, 버르테 심이 2008년 공동으로 쓴 페미니즘 이론 논문에서 처음으로 제시되었다. 북유럽형 성 평등정책의 일환이다. 이러한 여성친화도시 정책을 정부와 여가부가 적극적으로 도입하면서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여성친화도시 선정 법적 근거는 <양성평등기본법>에 따른다. 동 법령을 보자.

<제39조(여성친화도시) 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지역정책과 발전과정에 여성과 남성이 평등하게 참여하고 여성의 역량강화, 돌봄 및 안전이 구현되도록 정책을 운영하는 지역(이하 이 조에서 “여성친화도시”라 한다)을 조성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② 여성가족부장관은 특별자치시ㆍ특별자치도 또는 시ㆍ군ㆍ자치구를 여성친화도시로 지정하고 이를 지원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양성평등기본법 제39조 ①항을 보면, 여성친화도시 조성에 노력하여야 한다고만 되어있지 반드시 조성하라는 취지는 아니다. 이 조항에 의거해 지자체가 경쟁하듯 만들고 있는 것이다. 여성친화도시를 만들기 위해 지자체는 첫째 여성친화도시 조성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야 한다. 둘째, 여성친화도시에 선정되기 위해서 지자체들은 다양한 여성관련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예컨대 올해 2월에 여성친화도시 조성에 관한 조례가 통과된 고성군의 추진 사업은 다음과 같다. “여성의 역량 강화를 위한 정책 개발, 여성의 능력개발, 사회참여 및 경제활동 확대, 여성의 사회참여 활성화와 권익증진, 복지증진 등” 관련 사업은 전부 여성을 위한 정책이다.

2023년 6월 기준 여성친화도시 조성에 관한 조례가 제정된 곳은 138개에 달한다. 조례가 제정된 지자체의 여성친화도시 추진 사업은 고성군처럼 전국이 다 비슷해 차이가 없다. 전부 여성을 위한 사업 목록을 쭉 나열한 것이지, 실제로 사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이렇게 많은 여성정책을 얼마나 실효성 있게 추진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단적으로 말해 지방자치 의원들과 여기에 협력하는 여성단체들이 성평등을 앞세운 보여주기 정책이라는 의구심이 든다. 또한 여성 유권자 표를 얻기 위해 남발된 제도가 아닌가.

여가부 예산에 편성된 사업비를 보면, 2023년 예산 기준 1억 3100만원에 불과하다. 지자체와 여가부가 협약을 맺고 추진하는 여성친화도시 사업에 지자체는 사업비를 얼마나 투입하는지는 파악하지 못했다. 여가부의 해당 사업 1억 3100만원 예산 내역을 보면 사업 관계자 교육 예산, 컨설팅, 이행 점검 예산이다. 이러한 전제를 보더라도 도대체 여성친화도시 조성 필요성이 납득이 안 된다. 도시란 남녀노소 모두가 어울려 사는 공동체인데, 한쪽 성별만을 위한 명칭을 사용하는 도시라고 규정하며 여기에 예산을 투입한다는 게 타당한가?

여가부 홈페이지에 게시된 여성친화도시에 관한 설명은 다음과 같다.

“여성친화도시는 여성만을 위한 도시가 아니라, 지역 주민 모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하는 양성평등 가치가 뿌리 내리고 있는 희망의 도시”

그렇다면 ‘여성’이라는 명칭을 붙인 도시를 조성하면서 양성평등 실현이라는 의미 부여는 모순적이다. 양성평등이란 남녀 모두에게 공정한 정책을 말한다.

고성군 여성친화도시 조례를 다시 보자.

제2조(정의) 1. “여성”이란 여성, 아동, 청소년, 노인,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상징적 의미를 말한다.

고성군 뿐 아니라 다른 지자체 조례도 여성을 노인, 장애인과 같은 동격의 사회적 약자로 규정한다. 그래서 여성친화도시 조성을 해서 여성은 보살핌을 받아야 한다는 취지인가? 여성이 왜 사회적 약자인가? 대한민국 전체 인구 중 여성 인구의 수는 남성 인구를 이미 앞질렀다. 올해 3월 기준 여성 인구는 25,792,708명(50.1%), 남자는 25,621,573명(49.9%)이다. 인구수에 있어서도 남성을 앞질렀는데 그 많은 여성을 사회적 약자로 규정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양성평등 역행하는 여성친화도시

이대로라면 여성친화도시는 사업의 타당성 여부와 상관없이 전국 230개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전부 선정될 때까지 멈추지 않을 듯싶다. 서울시는 25개 자치구 중 13개가 이미 여성친화도시로 지정돼 있다. 서울시 나머지 자치구도 조례 제정을 거쳐 선정을 추진할 것이다. 필자가 사는 자치구도 2년 전 여성친화도시로 지정되면서 곳곳에 현수막을 붙여 자축하는 행사를 가졌다. 그러나 이후 여성친화도시라서 무엇이 좋아졌는지 모르겠다.

위에서 언급한 내용을 정리해보면 여성친화도시는 페미니즘 관점의 도시 조성 사업이다. 지자체별로 경쟁적으로 내거는 여성친화도시 사업 내용은 여성 일자리 창출, 여성친화 기업 증대, 지역 여성 커뮤니티 공간 마련, 경력단절 여성 취업 상담, 직업 교육 훈련 제공 등 이미 실시하고 있거나 기존의 여성정책을 천편일률적으로 나열하고 있다.

다시 말해 여성친화도시는 여성은 사회적 약자라는 해묵은 구시대적 발상을 전제로

만드는 대표적인 난센스 행정이다. 한쪽 성별에 특성화 된 도시를 만들어 여성 편향적인 시설을 늘리는 성차별적 사업이요, 양성평등과 공정함을 추구하는 취지에 역행한다. 이런 불필요한 정책에 정부 및 지자체 예산을 투입한다. 해마다 우수 여성친화도시를 선정해 대통령 표창, 국무총리 표창과 우수 사례를 소개하는 행사를 가지지만 요식행위에 불과하다.

내년 4월에 실시되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얼마나 실효성이 없는 공약들을 남발할 것인가. 그 중에 여성을 내세운 정책 중 ‘여성친화도시 선정 추진 사업’은 빠지지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 자치구 전부가 여성친화도시로 선정되면 진정한 평등이 이뤄진다는 말인가. 윤석열 정부에서 적어도 여성친화도시 조성 사업을 확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바람을 가졌지만 접어야겠다.

오세라비 객원 칼럼니스트 (작가, 대안행동 공동대표, 성차별교육폐지시민연대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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