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12일 연속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12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22% 오른 249.83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로써 테슬라는 지난달 24일부터 12거래일간 계속 주가가 상승하는 기록을 세웠다. 테슬라가 2010년 6월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에 상장한 이래 최장 기간 상승 행진이다. 이전 기록은 2021년 1월(11거래일 상승)이었다.

테슬라 충전소. [사진=연합뉴스]
테슬라 충전소. [사진=연합뉴스]

테슬라 주가 12일 연속 상승, 연초 대비 102% 올라

테슬라 주가는 올 들어 102.82% 올랐다. 지난 6개월여간 연초 대비 두 배 넘게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다. 이날 종가 기준 시간총액은 7918억 달러(약 1021조원)에 달한다. 올 1분기만해도 실망스러운 주가 행보를 보여줬던 테슬라는 최근 크고 작은 호재가 계속 쏟아지면서 시가총액 1000조원을 다시 돌파한 것이다.

테슬라의 주가가 상승 흐름을 타기 시작한 것은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11일 트위터 CEO를 사임하고 다음날 린다 야카리노 전 NBC유니버설 광고·파트너십 대표를 트위터 CEO로 선임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부터다. 머스크가 트위터에서 손을 떼고 테슬라 경영에 집중한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다가 지난달 말 머스크가 3년 만에 중국을 직접 방문해 사업 확장을 논의할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며 급등세가 본격화했다. 테슬라 매수세를 끌어올린 이유는 여러 가지가 거론되지만, 크게 4가지가 꼽힌다.

역대급 랠리 배경으로 GM의 테슬라 충천포트 사용, 스페인 투자 소식, 사이버 트럭 기대감, IRA 세액공제 혜택 등 거론돼

첫째는 ‘미국 간판 자동차 기업’ 포드에 이어 제네럴모터스(GM) 역시 테슬라의 전기차 충전 네트워크를 사용한다고 밝힌 것이다. 지난 8일(현지 시간) 배라 GM 최고경영자(CEO)는 머스크와의 트위터 스페이스 오디오 토론을 연 자리에서 “오는 2025년부터 테슬라의 충전 포트를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간판 자동차 기업이자 제조업 대장주인 GM마저 전기차 산업 표준인 CCS 충전 어댑터 대신 테슬라의 표준인 NACS 어댑터를 따르겠다고 언급하자, 테슬라가 전기차 시장 표준을 이끌 것이라는 기대감이 부각된 것이다.

둘째는 테슬라가 스페인 발렌시아 일대에 전기차 공장을 세우는 방안을 두고 발렌시아 주 정부 관계자들과 협상을 벌였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매수세를 자극했다. 이와 관련해 스페인 현지 경제 신문은 공장 건설 등을 포함해 테슬라의 총 투자 규모가 약 45억 유로(약 6조3010억원)이상이 될 것이라고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밝혔다. 구체적인 협상 내용은 기밀이지만 폴크스바겐이 스페인 발렌시아 사군토 일대에 짓기로 한 전기차 배터리 공장 투자 규모가 45억 달러인데, 테슬라가 이보다는 더 큰 규모로 투자할 것이라는 언급에 따라 추정된 것이다.

셋째는 사이버 트럭 기대감이 부각된 것도 테슬라 주가 상승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 8일 테슬라가 납품업체들에 보낸 자료에 따르면, 회사는 사이버트럭을 연간 37만5000대 생산할 계획이며, 첫 후보군은 오는 8월 말에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의 사이버 트럭. [사진=테슬라]
테슬라의 사이버 트럭. [사진=테슬라]

넷째는 미국에서 주력 판매 차종인 ‘모델Y’에 이어 ‘모델3’도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7500달러 보조금을 전액 지원받을 수 있게 된 것이 최근 주가 상승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꼽힌다. 기존엔 중국 CATL의 배터리를 탑재한 2개 라인업엔 3750달러의 보조금만 제공됐다.

테슬라 랠리 1등 공신논쟁= IRA 세액공제 혜택 VS. 테슬라의 충전시스템 ‘슈퍼차저’

이와 관련해 퓨처펀드의 개리 블랙 파트너는 최근 트위터에서 ‘테슬라의 주가를 높이는 요인’이란 주제로 설문조사를 진행해 주목됐다. △가격인하 및 제너럴모터스(GM) 충전소 이용 △IRA에 따른 7500달러 세액공제 △인공지능(AI) 열풍 △사이버트럭에 대한 기대 등이 제시됐다. 이중 IRA에 따른 세액공제 혜택이 42.9%로 가장 많은 득표를 얻었고, AI 열풍(23.4%), 사이버트럭(17.2%), 가격·GM 충전소 이용(16.5%) 등이 뒤를 이었다.

트위터 설문조사에서는 IRA에 따른 세액공제 혜택이 테슬라 주가를 밀어올리는 요인으로 꼽힌 반면, 지난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테슬라 충전소’가 테슬라 최고의 히트상품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테슬라의 대표차종인 모델3가 아니라, 테슬라의 충전시스템인 ‘슈퍼차저’를 꼽았다는 점이 주목된다.

블룸버그는 테슬라가 지난 10년간 탄소 무배출 업체에 부여되는 크레딧을 팔아 수십억 달러를 벌어들여 급성장한 것처럼, 경쟁사의 충전소 이용료는 테슬라 성장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기차 시장의 경쟁력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어 테슬라의 충전시장 장악은 테슬라에 엄청난 이익을 줄 것이라고 전망한 것이다.

증권사 웨드부시의 테슬라 전문 분석가인 댄 아이브스는 11일(현지시간) 테슬라의 등급을 ‘매수’로 유지한 채, 목표가를 215 달러에서 300 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아이브스는 이날 고객에게 보낸 메모에서 "테슬라가 GM과 포드와 충전소를 공유키로 함에 따라 또 다른 안정적인 수익원이 발생했다"며 목표가 상향 이유를 설명했다.

테슬라, 포드와 GM의 합류로 ‘충전 표준 전쟁’에서 승리

포드와 GM이 테슬라의 충전시스템을 채택하겠다고 밝힌 협약은 테슬라에게는 단순한 호재를 넘어 ‘충전 표준 전쟁’에서의 승리를 의미한다. 테슬라의 전기차 충전시스템이 국제전기차충전협회의 합동충전시스템(CCS)을 제치고 북미 지역에서 대세로 굳어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곧 전세계의 표준으로 자리잡게 될 가능성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GM과 포드는 향후 생산할 미래 전기차 모델에 기존에 사용하던 CCS 대신 테슬라의 북미충전표준 NACS (North American Charging Standard) 포트를 채택하기로 했다. 두 회사는 NACS로 완전 전환을 2025년으로 계획하고 있다. 테슬라와 GM, 포드 3사의 미국 시장 전기차 점유율은 70%를 웃돈다. CCS를 채택한 회사는 현대·기아차, 폭스바겐 등으로 줄어들었다.

테슬라의 NACS 커넥터. [사진=연합뉴스]
테슬라의 NACS 커넥터. [사진=연합뉴스]

GM과 포드 주가도 동반 상승

GM과 포드가 테슬라의 슈퍼차저를 쓰기로 합의함에 따라, 테슬라는 충전소 확장에 전념할 수 있게 된 상황이다. 게다가 GM과 포드도 충전시스템에 시간과 돈을 들이지 않고, 전기차 생산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포드는 한 달 동안 약 15% 정도 주가가 상승했고, GM 역시 9% 넘게 올랐다.

이런 가운데 미국 전기차 충전설비 제조업체들도 잇따라 테슬라의 충전 방식과 호환되는 장비를 제공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미국의 전기차 충전소 운영업체인 차지포인트는 12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자사의 충전소에서 테슬라의 충전기 연결 방식인 NACS 커넥터를 이른 시일 내에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차지포인트는 "모든 제품에 NACS 커넥터 옵션을 제공할 예정이며, 이미 서비스 중인 충전기에도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충전장비 제조업체인 블링크차징도 이날 보도자료에서 자사가 새로 출시하는 240㎾ DC 급속 충전기에 NACS와 CCS 커넥터를 모두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브렌던 존스 블링크차징 최고경영자(CEO)는 "테슬라와 GM, 포드의 최근 발표를 보면 우리는 기술이 발전하고 업계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모여 모범 사례를 평가함에 따라 전기차 충전 산업이 진화하는 것을 목격한다"며 "우리는 전기차 채택을 늘리기 위한 모든 움직임을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기존의 미국 표준인 CCS 커넥터. [사진=연합뉴스]
기존의 미국 표준인 CCS 커넥터. [사진=연합뉴스]

또한 향후 2~3년 내에는 어댑터 없이도 테슬라 슈퍼차저와 바로 연결할 수 있는 신차가 개발될 예정으로 알려진다. 현재 포드와 GM 전기차가 테슬라 슈퍼차저를 이용하려면 어댑터를 사용해야 하지만, 그런 불편함이 사라지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투자은행 파이퍼샌들러는 테슬라가 포드·GM과 충전소 계약 덕분에 충전소에서만 내년부터 2030년까지 30억 달러(약 4조원), 2032년까지 54억 달러(약 7조원)를 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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