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물가에 이중과세 
지역 형평성 문제도 해결해야 
관광업계, 입도객 줄까 난색
"제주 대신 해외 가겠다" 여론도
도, "국민정서 반영해 도입 신중"
외국에서는 관광세 명목으로... 
갈라파고스는 13만5000원

연간 10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한국의 대표 여행지 제주도가 섬에 들어오는 관광객에게 '입도세' (入島稅) 명목으로 돈을 받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3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도는 제주도를 찾는 관광객에게 부과하는 환경보전분담금 법률안 초안을 마련하고 있다. 

자연환경 이용의 원인자 부담 원칙에 따라 관광객 등에게 금액을 내도록 하자는 취지다. 

제주대학교 환경보전기여금 제도 도입 타당성 조사에 따르면 관광객 등 외부인에 의한 생활폐기물 처리 비용이 연간 약 558억원에 이른다. 하수 발생 처리 비용도 66억원 이상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밝히고 있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지난 13일 제주도의회 도정질문 자리에서 “(환경보전분담금 관련) 법률안 초안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밀어붙이는 방식이 아니라 국민적 동의가 뒷받침됐을 때 가능한 부분이기 때문에 주도면밀하게 계획하고 전략을 세워야 하는 만큼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8년 ‘제주환경보전기여금 제도 도입 타당성 조사 용역’에서는 숙박 시 1인당 1500원, 렌터카 하루 이용에 5000원(승합차 1만원, 경차 및 전기차 50% 감면), 전세버스는 요금의 5% 정도를 부과하는 방식이 제시됐다.

이대로 시행될 경우 제주 여행시 1인당 1만원 안팎의 입도세를 내야 한다. 

이후 입도세 보도가 이어지자, 부정적인 여론이 일기 시작했다. 특히 관광업계에서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제주 여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렌트비나 숙박비 등의 인상으로 제주여행 이미지가 좋지 않은데 입도세까지 받으면 관광객이 더 찾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온라인 상에서도 입도세가 도입되면 물가가 비싼 제주여행 대신 해외여행을 가겠다는 의견이 속출했다. 

제주관광공사가 발표한 지난해 내국인 제주 방문관광객 실태조사에서는 제주여행 불만족 사항 1위로 비싼 물가(53.4%)가 꼽히기도 했다. 

붐비는 제주공항(위)과 공항 일대의 광광객 이송 전세버스들. [연합]

도 관계자는 “단순히 섬에 왔다고 돈을 받는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환경 오염으로 이어지는 숙박, 렌터카 이용 등에 부과하는 방식이 과거 연구 용역을 통해 제안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뿐만이 아니다. 이중과세, 지역 형평성 논란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관광객에게 일정 금액을 걷어야 한다는 주장은 오래 전부터 있었지만 번번히  ‘입도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지역 형평성 논란에 부딪혀야 했다. 

환경보전기여금만 해도 지난 2012년 ‘환경자산보전협력금’이라는 명칭으로 논의됐지만 사실상 입도객에 대한 ‘이중과세’라는 부정적 여론으로 성사되지 못했다. 

한편 해외에서도 이처럼 '입도세'와 같은 관광세를 부과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미국 하와이주는 관광 허가 수수료를 50달러(약 6만7000원)로 책정한 법안을 최근 통과시켰고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7월부터 입장료를 받을 예정이고, 스페인 바르셀로나, 영국 맨체스터 등은 이미 관광세를 운영하고 있다. 

에콰도르 갈라파고스 지역에서는 모든 방문객에게 섬 내 공항 입도 심사대에서 입도료를 지불토록 하고 있다. 

남미 안데스 협정 국가 출신의 외국인은 50달러, 남미 국가가 아닌 출신의 외국인(한국인 포함)은 1인당 100달러(13만5000원)를 입도세 명목으로 지불한다.

임영웅 기자 weloveyou@pennmi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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