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실시된 전북 전주을 국회의원 등 재보선 결과는 현재 국회에서 논의중인 중대선거구제가 내년 총선에서 여당인 국민의힘의 과반수 확보를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하고 윤석열 대통령을 완전한 식물대통령으로 만들 것이라는 우려가 사실임을 보여주었다.

중대선거구제로 전환할 경우 국민의힘은 영남지역에서 민주당에 적지않은 의석을 내줄 가능성이 높지만 호남지역에서는 의석 확보가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는 예상이 현실화된 것이다.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않은 전북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에서는 강성희 진보당 후보가 당선됐다. 사실상의 민주당 후보임을 자처했던 무소속 임정엽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2위를 차지했고, 김경민 국민의힘 후보는 8%의 득표율로 후보 6명 중 5위에 그쳤다.

김기현 대표가 2차례나 전주를 방문해 유세를 펼치고 조수진 최고위원 등 당내 호남인맥이 총동원됐지만, 소용이 없었다.

내년 총선을 중대선거구제로 전환해 한 선거구에서 3명, 4명을 뽑는다고 해도 호남 지역에서 국민의힘 후보는 단 한명도 당선될 수 없음을 보여준 것이다. 그나마 이번에 재보선이 치러진 전주을 등 전북 지역은 광주나 전남과 비교하면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정당 지지도가 높은 곳이다.

군산시 시의원 선거에서도 민주당 후보가 1위로 당선됐고, 무소속 후보가 2,3위를 차지한 가운데 국민의힘 후보는 후보 4명중 10%도 안되는 득표율로 4위에 그쳤다.

반면, 울산 남구 기초의원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와의 대결에서 승리했다. 울산 교욱감 선거에서도  진보계열 후보가 당선됐다.

경북 구미와 경남 창녕의 도의원 선거에서는 두곳 다 민주당 후보가 1위 국민의힘 후보와 큰 차이가 없는 득표율로 2위를 차지했다.

전주을 국회의원 재보선과 군산 시의원 선거에서 무소속 후보 거의 전원이 국민의힘 후보를 앞선 반면, 창녕군의 도의원 선거에서는 민주당 후보가 무소속 후보 2명 모두를 큰 차이로 이겼다.

윤석열 대통령은 올초 조선일보와의 신년인터뷰에서 국회의원 중대선거구제 도입 필요성을 제기한 뒤 지난달 22일 국회는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선에 관한 결의안'을 상정해 만장일치로 의결하고 전원위원회를 구성한 상태다.

앞으로 국회는 현재 선거구당 1명의 국회의원을 뽑는 소선거제도의 중대선거구 전환, 비례대표 의원수 조정과 선출방식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한국정치의 고질병으로 꼽히는 거대 양당의 지역 할거주의와 대결정치를 해소하는 다당제의 기틀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들어 꾸준하게 중대선거구의 도입 필요성이 제기됐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중대선거구제 발언이 나온 뒤 여권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에서는 중대선거구제에 대한 ‘중대한 착각’ 내지 ‘착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선, 중대선거구제로는 윤석열 정권 국정성공의 가장 큰 조건인 국회 과반수 의석 확보가 불가능하다는 점이 지적된다.

윤 대통령이 최대 국정 과제로 꼽은 노동, 연금, 교육 3대 개혁은 결국 국회의 입법을 통해 완성될 수 밖에 없는데 중대선거구제는 민주당의 의석은 늘어날 가능성이 높고, 국민의힘 의석은 줄게 돼 과반수의석 확보가 물건너 간다는 것이다.

가장 최근 치러진 전국 단위 선거인 작년 6월 지방선거 결과를 놓고보면 이같은 지적은 설득력이 있다. 당시 민주당의 기초단체장 후보들은 부산경남은 물론 국민의힘에 대한 지지성향이 가장 강한 대구 경북에서도 대부분 2위를 차지했다. 영남 전체에서 민주당 후보가 2위 밖으로 밀려난 곳은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다.

하지만 광주와 전남·북 등 호남지역에서는 국민의힘 후보가 2위를 하지 못한 지역구가 수십군데에 달했다.

결국 한 선거구당 국회의원 2명을 뽑는 중선거구제로 내년 총선을 치르게 되면, 영남의 민주당 후보는 거의 대부분 당선되는 반면, 호남에 출마하는 국민의힘 후보는 무소속 후보에 밀려 낙선하는 경우가 다수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지난해 6.1 지방선거때 전국 기초의원 선거 30개 선거구에서 3-5인을 뽑는 중대선거구제를 시범실시한 결과 당선자 9명의 분포를 보면,광주 시범지역에서는 민주당 6명, 진보당 2명, 정의당 1명이 당선됐고, 대구 시범지역에서는 국민의힘 7명, 민주당 2명이 당선됐다.

선거구당 4명을 뽑는 대선거구제를 도입하게 되면 기본적으로 국민의힘과 민주당 후보는 당선될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현재 정치지형상 정의당이나 기본소득당 같은 반보수 정당이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아 역시 여당의 과반수의석 확보는 쉽지않다. 특히 대선거구제 선거에서 한 정당이 여러 명을 공천할 수 있는 복수공천이 허용되면 호남지역에서 국민의힘이 얻을 의석수는 예상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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