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반도체법 세부지침을 번역해 분석하고 있는 정규재 고문. 정 고문은 1일 오전 '정규재의 하이눈'에서 세부지침으로 인해 한국 반도체기업들이 큰 문제를 겪을 수 있다고 봤다. [사진=펜앤드마이크TV]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8월 9일(현지시각) 서명한 '반도체법(Chips and Science Act)'의 세부 지침 관련해 제기됐던 우려가 현실화될 조짐이다. 펜앤드마이크 정규재 고문은 1일 반도체법의 세부 지침을 입수해 공개하며 "이 내용이 그대로 법안에 포함된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들에게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고문은 이날 오전 '정규재의 하이눈' 방송에서 미국 반도체법의 세부지침 번역본을 공개하고, "국내 언론 중에서 가장 상세하게 정리된 것"이라며 조항 하나하나를 분석했다.

우선 반도체칩 세부지침은 '바이든 행정부 반도체 칩 가이드라인'이란 이름으로 ■ 광범위한 사회적 목표를 동시에 추구 ■ 기업은 시설 및 건설 근로자 모두에게 고품질 보육 서비스 제공 ■건설에 대해 조합 규모의 임금을 지불하며 가능한 노조를 사용해야 함 ■연방 보조금으로 배당금을 지불하거나 자사주 매입 금지 ■ 이익을 횡재 이익으로 보고 이를 연방정부와 공유 ■ 지역고등학교, 커뮤니티 칼리지 등에서 반도체 인력 양성 으로 돼 있다.

또 중국을 겨냥한 규정으로는 ■중국에서 합작 투자나 라이센스 계약 체결 불가 ■ 10년간 중국 등 안보 우려국에 제조능력 확대 금지 ■ 중국과 파트너 관계를 바탕으로 기술개발 불가 등이 있다.

정 고문은 '광범위한 사회적 목표 동시에 추구'에 대해선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는 경제적 목표 뿐만 아니라 엄청난 거금을 투자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회적 목표를 포함한 것이겠지만, 엄밀히 말하면 정치적 목표"라며 "(이 법은) 바이든의 재선 프로그램으로 보면 될 것이다. 정치적 목적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라고 했다.

'기업은 시설 및 건설 근로자 모두에게 고품질 보육 서비스 제공'에 대해선 "원문엔 기업이 '보조금을 받으려는 수요자'로 돼 있는데 결국 반도체 회사를 말하는 것"이라며 "이는 다른 법에 의해 대부분의 기업들이 하고 있다. 일반 국민들 보라는 '정치적 립서비스'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기업들은 정말 최고수준의 보육원을 직원들을 위해 운영한다"며 "가만 놔둬도 다 하게 돼 있는데 이 법을 만들면서 선전문구로 넣어놓은 것"으로 평가했다.

'건설에 대해 조합 규모의 임금을 지불하며 가능한 노조를 사용해야'란 문구에 대해선 "딱 좌파스러운 규정"이라 잘라 말했으며, '연방보조금으로 배당금을 지불하거나 자사주 매입 금지' 규정에 대해선 "연방보조금을 주는데, 보조금을 재원으로 배당으로 주거나 자사주를 매입해서 주가관리를 하면 안 된다는 뜻"이라며 "보조금이 주주에게 가면 안되고 근로자에게 가야 한단 뜻이다. 이렇게 되면 삼성전자 주가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정 고문은 '이익을 횡재 이익으로 보고 이를 연방정부와 공유'한다는 규정에 대해선 "얼마나 공유하는지는 나와 있지 않다"며 "아마도 투자금의 비율로 가져갈 것 같다. 절반을 내 놓으라거나 이러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기업이 시장에서 내는 이익을 기본적으로 횡재이익으로 보는 것"으로 봤다. 이 규정 역시 좌파적 특징을 드러낸단 뜻으로 풀이된다.

그외 '지역 고등학교나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반도체 인력 양성'에 대해선 별다른 분석을 내놓지 않았다.

반도체법 세부지침 중엔 중국을 겨냥한 규정도 있다. 특히 이 규정들이 중국 현지에 공장을 가지고 있는 한국 반도체기업들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단 분석이다. [사진=펜앤드마이크TV]

한편 정 고문은 중국 겨냥한 규정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에 미칠 영향을 심각하게 우려했다. '중국에서 합작 투자나 라이센스 계약 체결 불가' 조항의 경우 "이게 문제다"라며 "이 내용을 법안으로 가져가면 삼성이나 SK는 투자해도 (그에 대한 이익을) 못 받는다. 엉망이 되는 거다"라고 봤다.

또 '10년 간 중국 등 안보 우려국에 제조능력 확대 금지'에 대해선 "투자확대, 공장증설 금지다"라고 평가했으며, '중국과 파트너 관계를 바탕으로 기술개발 불가'에 대해선 "중국에 공장을 만드는 것도 불가하고 파트너 관계를 맺고 기술개발 하는 것도 금지되는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고문은 "결국 당장 삼성전자, SK 등은 미국 공장을 짓거나 검토 중인데, 중국 공장 관련해서 갈등을 빚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봤다. 또 한국 반도체 기업 뿐만 아니라 중국 난징과 상하이에 반도체 공장을 가지고 있는 대만의 TSMC도 마찬가지의 문제를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반도체법의 세부 지침 관련한 우려는 이미 2월 중순부터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중국 투자를 10년 간 제한하는 '가드레일' 조항이 포함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 바 있는데, 지난 10월엔 미국으로부터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 유예조치를 1년 간 받게 됐다. 하지만 반도체법 세부지침과 정면으로 배치되므로 언제까지 유예조치가 유효할지는 확실치 않단 것이 문제다. 특히 530억 달러(약 68조원)에 달하는 미국의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중국 내 공장의 증설이나 유지보수 투자를 중단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할 수 있어 한국 정부와 기업들의 고민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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