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투표율은 50.9%로 잠정 집계돼,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지난 27∼28일 실시된 사전투표율이 20.62%로, 역대 지방선거 최고치를 기록할 당시에는 ‘본투표율 역시 높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전혀 달랐다.

제8회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보궐선거일인 1일 오전 충남 논산 연산초등학교에서 시민들이 투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8회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보궐선거일인 1일 오전 충남 논산 연산초등학교에서 시민들이 투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광주, 대구, 전북 순으로 최저 투표율 기록

특히 양당의 '텃밭' 격인 대구와 광주에서 투표율이 뚝 떨어진 점에 전문가들은 주목하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가 대선 2개월여만에 치러지면서, ‘대선 연장전’으로 인식돼 투표 열기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구의 투표율은 43.2%로, 전국 최저치를 기록한 광주의 37.7%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전북 역시 48.7%로, 대구에 이어 세 번째로 투표율이 낮았다. 이 세 지역의 낮은 투표율은 그만큼 ‘무서운 민심’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 3지역의 투표율이 이렇게 낮은 데에 대해서는 다양한 분석이 제기된다.

광주, 대구, 전북 순으로 낮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사진=선관위 홈페이지 캡처]
광주, 대구, 전북 순으로 낮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사진=선관위 홈페이지 캡처]

① 여권 압승 예견으로 지지층의 ‘절박감’ 급락

대구의 투표율은 4년 전 지방선거 투표율보다 14.1%포인트 떨어졌고, 광주는 21.5%포인트 급락했다. 여야의 텃밭에 있는 강성 지지층이 그만큼 투표장을 향하지 않은 것이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각 진영 지지층의 '절박감'이 과거보다 줄어들면서 결집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고, 이에 따라 전통적 지지층이 투표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불과 20일만에 치러진 선거라는 점에서, 여권의 압승이 어느 정도 사전에 예견돼 여야 강성 지지층 전체의 투표 의욕을 저하시킨 것이라는 분석이다.

접전이 예상될 때는 '나의 투표로 결과가 바뀐다'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지지층을 투표장으로 불러낼 유인이 크다. 하지만 이번 선거처럼 어느 정도 대세가 정해진 때에는 ‘나 한사람쯤이야’라는 심리가 강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반면 서울과 경기의 하락폭은 대구나 광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은 4년 전에 비해 6.7%포인트 하락했고, 경기는 7.2%포인트 하락하는 데 그쳤다. 경기의 경우 김동연 후보와 김은혜 후보 간 경합지역이었다는 점이 유권자의 발길을 투표장으로 향하게 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의 경우 오세훈 후보가 대세로 굳어진 반면 각 구청장 선거의 향방을 두고 전망이 나뉘었다는 점에서, 강성 지지층들을 투표장으로 불러모은 것으로 분석된다.

② 광주의 전국 최저 투표율은 민주당에 대한 ‘정치적 탄핵’

지난 3.9 대통령선거에서 81.4% 투표율로, 전국 최고를 보인 광주의 투표율이 이번에는 37.7%를 기록했다. 대선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대선 패배의 후유증과 무력감,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실망감이 크게 작용한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37.7%는 역대 지방선거에서도 가장 낮은 투표율이라는 점에 주목된다. 광주는 1회 지방선거 때 64.8%, 2회 45.1%, 3회 42.3%, 4회 46.3%, 5회 49.8%, 6회 57.1% 7회 59.2%였다.

그동안 '초강세'를 보인 광주의 투표율이 전국 최저를 기록한 이유에 대해 '민주당에 대한 실망감'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대선에서 광주는 17개 광역시도 중 가장 높은 투표율을 보였지만, 이재명 후보가 패배하면서 광주시민들은 깊은 상실감에 빠졌다. 대선 패배의 후유증이 아직까지 남았다는 분석이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강행 처리 및 박완주 의원 성 비위 의혹으로 중도 성향 지지자들이 빠져나가고,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 발(發) 쇄신론으로 강성 지지층의 결집도가 떨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이보다도 ‘민주당에 대한 정치적 탄핵’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대통령 선거에서 지고도 패배를 인정하는 대신 졌지만 잘 싸웠다는 식의 대처에 광주 시민들이 탄핵을 한 것’이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광주의 투표율이 전국 최저를 기록 한 데 대해 "민주당에 대한 정치적 탄핵"이라고 짚었다. 사진은 이 전 대표가 지난달 29일 원창묵 원주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자의 거리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광주의 투표율이 전국 최저를 기록 한 데 대해 "민주당에 대한 정치적 탄핵"이라고 짚었다. 사진은 이 전 대표가 지난달 29일 원창묵 원주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자의 거리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 전 대표의 이 같은 언급은 대선 패배 후 지선에서 총괄선대위원장을 맡고, 인천 계양을에 출마한 이재명 상임고문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되지만, 광주의 투표율이 전국 최저를 기록한 원인을 정확하게 짚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광주의 30대 유권자는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면 반성하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민주당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며 "실망스러운 모습만 보여주는 민주당을 지지할 수 없어 투표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③ 민주당 일당 독주체제에 대한 염증, 광주와 전북의 낮은 투표율 낳아

민주당 일당 독주 체제에 대해 민심이 싸늘하게 돌변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번 선거에서 광주와 전북에서는 민주당을 제외한 비민주당 정당들이 대거 후보를 내지 못하면서 무투표 당선자가 속출했다. 투표를 하든 말든 간에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다 보니 투표장에 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광주에서는 5개 구청장 중 광산구청장, 광주 지역구 시의원 20명 중 11명이 무투표 당선됐다.전북에서도 후보 등록 마감일 기준으로 광역의회 36개 선거구 중 22명이 무투표 당선됐다.

이에 대해 이창엽 전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특정 정당의 독식 구조가 형성되면서 유권자들의 선거에 대한 관심이 떨어졌다고 본다"라며 "다양한 후보들이 출마하거나, 획기적인 정책 또는 공약이 나와야 한다"라고 말했다.

광주 지역의 정계 관계자는 "광주에서는 투표율이 낮더라도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다. 민주당에 대한 실망감이 낮은 투표율로 나타난 것"이라며 "민주당이 낮은 투표율을 보고 민심의 무서움을 느끼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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