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내부의 ‘사퇴 요구’를 받아온 윤호중 비대위원장이 지난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윤 위원장은 "당이 부여한 비대위원장으로서 직분을 성실히 수행할 것"이라며 비대위원장직 유지를 선언했다.

윤호중 비대위원장은 지난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당이 부여한 비대위원장으로서 직분을 성실히 수행할 것"이라며 비대위원장직 유지를 선언했다. [사진=연합뉴스]
윤호중 비대위원장은 지난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당이 부여한 비대위원장으로서 직분을 성실히 수행할 것"이라며 비대위원장직 유지를 선언했다. [사진=연합뉴스]

20일에도 윤 위원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비대위 향후 운영 방향을 밝혔다. 다급한 민생 현안을 챙기고 정치 개혁 및 검찰 개혁 법안 입법에 나서는 데 주력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윤호중 기자회견, 부동산 폭등에 대한 국민 심판 등 근본 문제는 외면

이 같은 윤 위원장의 입장을 두고,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지도부의 뒤를 이은 비대위가 방향 설정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선에서 확인된 정치 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 부동산 폭등에 대한 국민의 심판, 조국 사태가 대선에 미친 영향 등 당내 근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비대위원장의 목소리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민주당은 다음주 중 중앙위원회를 열어 현 비대위 체제에 대한 찬반 투표를 진행할 방침이다. 만약 현 체제가 추인되면 애초 계획대로 8월 전당대회 때까지 비대위가 유지된다. 하지만 당내 일각에서는 현 비대위 체제가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윤 비대위원장은 18일 기자회견에서 “35년 동안 당의 사랑과 은혜를 입어 왔다”며 “이제 당이 제게 주신 큰 은혜를 돌려드리려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는 자리에 대한 욕심이나 권한에 대한 아무런 집착도 없다. 오직 당 쇄신을 위한 일념뿐"이라고 말했다. 전날까지 당내 의원들과 연쇄적으로 모임을 하며 거기서 나온 의견을 수렴해 거취를 결정하겠다는 입장과는 완전히 달라진 태도였다.

그는 "당 쇄신에 대한 소명과 국민의 명령을 완수하는 데 진력을 다하겠다"며 ▲ 당내 민주주의의 토대위에 더 새로운 민주당을 만들 것 ▲ 시스템 공천과 혁신공천의 조화로 지방선거의 승리를 준비할 것 ▲ 국민통합 정치개혁, 대장동 특검 추진, 추경을 포함한 민생현안 해결을 반드시 이뤄낼 것 등을 약속했다.

여론은 ‘586세대 정치인 퇴진’, 윤호중은 한 마디도 언급 안해

하지만 윤 비대위원장의 이같은 태도에 대해, 당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정치 개혁을 요구하는 민심에 민주당이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월간중앙이 최근에 내놓은 여론조사 결과가 주목된다. 창간 34주년을 기념해 실시된 이 여론조사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87년 체제를 청산하고 정치 개혁을 위해서는 586세대 정치인들이 물러나야 한다고 생각하나?”는 부분이다. 

이 질문에 대해 응답자의 71.3%가 ‘찬성한다’고 답했고 22.6%가 ‘반대한다’고 응답했으며 6.1%는 의견을 유보했다. 찬성-반대 간 격차는 48.7%p로 찬성 의견이 우세했다.

성·연령·지역 등 응답자 특성별로 보면 모든 계층에서 찬성 의견이 우세한 가운데, 특히 대구/경북(81.6%), 부산/울산/경남(77.0%)에서 다른 계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찬성 응답 비율이 높았다.

성·연령 세부 계층으로 보면 모든 계층에서 찬성 의견이 우세한 가운데, 특히 40대 이하 남성(18세 이상 20대 남성 77.9%, 30대 남성 77.2%, 40대 남성 79.7%), 50대 여성(74.9%)에서 다른 계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찬성 응답 비율이 높았다(이 조사는 3월 13~14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응답률은 2%,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이다).

응답자의 70% 이상이 ‘586세대 정치인은 이제 물러가라’고 응답한 것이다. 586세대 정치인들이 물러나지 않고 버티면 버틸수록, 이제 국민의 눈높이와는 맞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게 된다는 의미이다.

586세대 정치인들은 2000년을 전후로 민주화를 기치로 내걸며 국민들에게 호소, 대거 정치에 진출한 민주화 운동권 세력을 의미한다. 지난 20년간 한국 정치를 주름잡은 그들의 ‘시대적 의무가 다했다’는 것이 이번 조사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특히 월간중앙 조사에 따르면, 40대 이하의 남성과 50대 여성에서 평균보다 훨씬 높은 586세대 정치인의 퇴출 분위기가 감지된다.

40대 이하의 남성들은 586세대 정치인들을 향해 “이제 좀 물러나서 우리가 활동할 공간을 좀 열어달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50대 여성들의 경우에는 ‘상대적 박탈감’으로 풀이된다. “50대 남성들은 지난 20년간 다 해먹었지 않았냐? 그러니까 이제 물러나라”는 무언의 압력인 셈이다.

귀닫고 발버둥치는 586세대 정치인들, 지방선거에서 표심의 심판 받을 듯

지방선거에서도 이런 여론은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윤 위원장과 같은 586세대 정치인들이 귀를 닫고 버티면서 ‘뭔가 더 하겠다’고 발버둥을 치면 칠수록, 국민들로부터 멀어질 가능성이 더 높아질 것으로 분석된다.

586세대 정치인에 대한 민심은 이미 두달전부터 민주당 지도부가 확인한 것으로 관측된다. 당시 이재명 대선후보의 지지율이 30%대 박스권에 갇혀서 더 이상 올라가지 않는 상황이었다.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의 지지율이 떨어졌다가, 이준석 당대표와 화해를 함으로써 지지율이 반등하기 시작했다. 그때 민주당 지도부는 위기를 느낀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1월25일 당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당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본인의 차기 총선 불출마’ 및 ‘586(50대, 80년대 학번, 60년대에 출생. 학생운동을 이끌던 정치인들)세대 용퇴론’을 선언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월 25일 당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당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본인의 차기 총선 불출마’ 및 ‘586세대 용퇴론’을 선언했다. [사진=연합뉴스]

그 위기를 간파한 송영길 대표가 지난 1월 25일에 갑자기 ‘586세대 용퇴론’을 제기했다. 이재명 후보의 당선을 위해 자신부터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이재명정부 탄생의 마중물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당시 송 대표는 “586세대가 기득권이 되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 선배가 된 우리는 이제 다시 광야로 나설 때다. 자기 지역구 기득권 내려놓고, 젊은 정치인이 도전할 수 있도록 양보하고 공간을 열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에서 전체 광역 기초의원의 30% 이상을 청년으로 공천해서, 민주당이 2030당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국회 제명을 건의한 윤미향, 이상직, 박덕흠 의원의 제명을 신속 처리하겠다고 얘기했다.

하지만 많은 언론이 지적한 대로 ‘송영길의 사퇴쇼’에 그치고 말았다. 민주당 내에서 아무도 송 대표의 뒤를 따르지 않음으로써, 이런 식의 돌파 방법에 능숙한 586세대 정치인의 위선을 그대로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결국 송 대표가 제가한 ‘586세대 용퇴론’은 무위로 끝나고 말았다.

윤호중 비대위원장 역시 ‘사퇴하지 않고, 계속 뭘 하겠다’는 입장이다. 586세대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국민들 사이에 팽배하고, 586세대가 물러나야 한다는 의견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은 6.1 지방선거에서도 참담한 결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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