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MBC 100분 토론에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4차 토론회가 진행됐다. [사진=MBC 방송 화면 캡처]
지난 28일 MBC 100분 토론에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4차 토론회가 진행됐다. [사진=MBC 방송 화면 캡처]

지난 28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대권 주자들이 각 당 후보자 TV 토론회에서 맞붙은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토론회가 국민의힘 대선 후보 토론회보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단순히 낮은 시청률만의 문제가 아니라, 경선 과정 자체의 문제점과 후보간 자질 문제 등 다양한 문제점이 노출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28일 여야 대선후보 토론회 시청률 엇갈려, 더불어민주당 4.3%인데 국민의힘은 2.6%

29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28일 SBS에서 오후 8시29분부터 9시48분까지 방송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토론회는 전국 가구 시청률 기준 4.3%를 기록했다. 같은 날 오후 11시31분부터 다음날 오전 1시18분까지 진행된 MBC '100분 토론'의 국민의힘 대선 예비 후보자 토론회는 전국 가구 시청률 기준 2.6%로 집계됐다.

또 다른 시청률 조사기관 TNMS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토론회는 3.6%, 국민의힘 대선 예비 후보자 토론회는 2.2%를 기록했다. TNMS 측은 "최고 1분 시청률도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토론회가 4.8%, 국민의힘 대선 예비 후보자 토론회가 2.6%를 기록했다"며 "시청자데이터에 따르면 두 토론회 모두 전체 연령대 중 50대가 가장 많이 시청하는 공통점을 보였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안상수·원희룡·유승민·윤석열·최재형·하태경·홍준표·황교안 후보(기호순)가 외교안보 정책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북핵 해법과 대북 정책 등에 관한 유력 주자들의 입장은 크게 엇갈렸다. 게다가 깊이가 부족하고, 후보자 스스로 잘 준비되지 못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민의힘 100분 토론회의 두 가지 약점, ‘심야시간대’ 한계와 ‘정권교체’ 어젠다 부각 못해

이처럼 국민의힘 토론회 시청률이 저조한 데는 방송 시간대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다음날 출근을 앞둔 직장인들이 늦은 밤에 진행된 ‘100분 토론’을 다 시청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8명의 주자가 한꺼번에 나와서 피상적으로 진행되는 토론회에 눈길이 가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국민의힘은 다음달 8일 2차 컷오프를 앞두고, 아직도 두 차례 토론이 더 진행될 예정이다. 10월 1일에는 교육·사회·복지분야, 2차 컷오프를 앞둔 10월 5일에는 종합 분야 토론이 진행된다.

정치권에서는 지금의 토론 방식으로는 국민의힘이 ‘정권 재창출’이라는 어젠다를 끌고 가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TV토론회를 줄곧 지켜본 50대 박 모씨는 “8명의 후보들이 전부 출연한 토론회가 너무 산만하고 깊이가 부족하다. 관심을 가지기가 너무 힘들고, 후보들도 말싸움에만 치중하는 느낌이다”고 지적했다.

홍준표와 윤석열 후보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두고 설전 벌여

특히 양강인 홍준표 후보와 윤석열 후보는 외교 안보와 무관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두고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홍 후보와 윤 후보는 각각 “(총장 때 몰랐으면) 무능” “무능해서 죄송하다”며 부딪혔다. 홍 후보의 저격에 윤 후보가 나름 강하게 반발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홍 후보와 윤 후보는 ‘문석열’ 이라는 말로 다시 한번 부딪혔다. 차기 정부가 한반도 비핵화에 가져야 할 태도를 묻는 공통질문에 홍 의원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식 핵균형”을 주장하면서 이후 다른 후보들과 부딪혔다.

윤석열 후보의 대북 정책에 대해 홍준표 후보가 '문석열'이라는 말로 비판하자, 윤 후보가 웃으며 '홍 후보가 만든 말 아니냐'고 대답했다. [사진=MBC 방송 화면 캡처]
윤석열 후보의 대북 정책에 대해 홍준표 후보가 '문석열'이라는 말로 비판하자, 윤 후보가 웃으며 '홍 후보가 만든 말 아니냐'고 대답했다. [사진=MBC 방송 화면 캡처]

홍 후보는 윤 후보가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지 않는 원칙을 세워서 대응하는 게 (북핵을) 인정하는 것보다 유리하다”는 입장을 밝히자 “문재인 정부에서 실패한 참모로 대북 정책을 만들어 문재인 2기, ‘문석열(문재인+윤석열)’이라는 말이 떠돈다”고 비판했다. 윤 전 총장은 이에 “홍 후보가 만든 말 아니냐”고 응수했다.

정치권에서는 윤 후보의 토론 기술이 늘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후보간 토론이 시작될 때만 해도 가장 약체로 평가받던 윤 후보가 토론 준비에 공을 많이 들이는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또 주도권 토론이 4분 내지 5분 정도로 짧게 진행되다 보니, 상대방의 말에 대해 받아치는 ‘싸움의 기술’을 어느 정도 터득한 것 같다는 평가를 받았다.

재평가된 원희룡?...외교안보 정책 토론서 돋보여

어제 외교 안보 정책 토론회에서는 원희룡 후보의 활약이 단연 돋보였다. 원 후보는 홍 후보가 주장해온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식 핵 공유'와 핵 균형 등 안보개념을 집중적으로 비판하며 "다시 공부해 보십시오", "공부 좀 제대로 해주십시오"라고 농담 섞인 질타를 하는 등 홍 후보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였다.

원희룡 후보는 홍준표 후보에게 핵 균형 등 안보개념을 집중적으로 비판하며 “공부 좀 제대로 해주십시오”라고 말했다. [사진=MBC 방송 화면 캡처]
원희룡 후보는 홍준표 후보에게 핵 균형 등 안보개념을 집중적으로 비판하며 “공부 좀 제대로 해주십시오”라고 말했다. [사진=MBC 방송 화면 캡처]

하태경 후보 역시 홍 후보의 ‘모병제’에 대해 비판했다. 하 후보는 '징병제를 폐지하고 국방세를 신설해 모병제 실시'하자는 홍 후보 주장에 대해 "조선시대가 생각난다. 군포를 내면 군역을 면제해 줬는데 당시 비단 한 필을 내면 군대에서 빼줬다"고 공격했다. 이어 홍 후보에게 구체적인 과세 규모와 병력 감축 규모를 물으며 공세를 펼쳤다.

국민의힘 후보자 TV 토론회를 지켜본 진중권 전 교수 역시 원 후보에 대해 긍정 평가를 했다. 진 전 교수는 "원(희룡)이 제일 합리적이고 준비도 잘 됐으나, 임팩트가 부족(하다)“면서도 ”그래도 화이팅이 많이 좋아졌음"이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윤태곤 더모아 정책분석실장은 2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실질적으로 토론에 대한 집중도는 4강이 가려진 이후부터”라며 “아직까지는 여덟 분이라서 약간 좀 분산되는 느낌이 있다”고 평했다.

국민의힘 대선토론회, 정권교체 이슈 강화해야 여론 주목도 높아질 듯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자 TV 토론회가 이처럼 주목을 받지 못하자, 경선 일정에 대해서도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내달 8일 2차 컷오프 이후, 7회의 권역별 방송토론회와 3회의 '1대1 맞수토론'을 포함해 총 10회의 합동토론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전국 순회 경선과 3차 슈퍼위크를 진행하며 국민들의 관심을 모으는 데 반해, 평면적인 경선 일정이라는 지적이다.

다행히 3차례 열리는 1대1 맞수토론이 기대된다는 관측이 나온다. 4명의 후보가 각각 나머지 후보들과 한 번씩 맞붙게 되는 방식이기 때문에, 실력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2차 컷오프까지 아직도 두 차례 TV 토론이 남았다는 점에서, 현재와 같은 방식의 TV 토론 회에 대한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정치평론가 이성수 씨는 “야권이 온 힘을 모아 정권 교체에 집중해야 하는데도 불구, 사소한 문제로 공방만 벌이는 지금의 토론회로는 국민들의 기대와 지지를 얻기 어렵다. 이준석 대표를 중심으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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