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태성 北 외무성 부상, "'종전선언', 美 적대시 정책 은페 위한 연막"
김여정 "선언문 낭독이나 하고 사진이나 찍는 게 누군가에게는 간절할지도 모르지만"
문재인, "野, '종전선언'에 대한 이해 부족...주한미군 철수와 아무 관계 없어"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뉴욕에 소재한 유엔(UN) 본부에서 ‘종전선언’을 재차 제안한 데 대해 북한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그런데, 자신이 제안을 비판한 국민의힘을 향해 “참 이해가 없다”고 말하면서도 문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선 아무 언급이 없어, ‘북한에는 한없이 약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지난 22일(한국 시각) 유엔 본부에서 열린 제26차 유엔 총회 고위급회기 기조 연설에서 문 대통령은 ‘종전선언’을 다시금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당일 연설에서 “오늘 한반도 ‘종전선언’을 위해 국제사회가 힘을 모아주실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며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가 모여 한반도에서의 전쟁이 종료되었음을 함께 선언하기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한국전쟁 당사국들이 모여 ‘종전선언’을 이루어낼 때, 비핵화의 불가역적 진전과 함께 완전한 평화가 시작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이같은 제안에 그간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을 강력히 주장해 온 북한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리태성 북한 외무성 부상(차관급)은 24일 조선중앙통신사(KCNA)를 통해 발표한 담화문에서 “우리를 둘러싼 정치적 환경이 달라지지 않고 미국의 적대시(敵對視) 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종전을 열백번 선언한다고 하여도 달라질 것은 하나도 없다”며 “종잇장에 불과한 종전선언이 우리에 대한 적대시 철회로 이어진다는 그 어떤 담보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리태성 부상은 “종전선언이 현 시점에서 조선반도 정세안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미국의 적대시 정책을 은폐하기 위한 연막(煙幕)으로 잘못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을 바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은의 동생 김여정 조선로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 역시 “말이 안 된다”며 펄펄 뛰고 나섰다.
마찬가지로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문에서 김여정은 “반세기 넘게 적대적이었던 나라들이 전쟁의 불씨로 될 수 있는 그 모든 것을 그대로 두고 종전을 선언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심각한 적대관계를 그대로 둔 채로 애써 웃음이나 지으며 종전선언문이나 낭독하고 사진이나 찍는 그런 것이 누구에게는 간절할지 몰라도 진정한 의미가 없다. 설사 종전을 선언한다 하여도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여정이 언급한 ‘종전선언문을 낭독하고 사진을 찍는 것이 간절한 그 누구’는 바로 문재인 대통령을 지칭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상황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이 제안한 ‘종전선언’을 두고 “참담하고 부끄럽다”고 한 제1야당 국민의힘만을 타박했다. 미국 일정을 마치고 이날 귀국한 문 대통령은 기내(機內) 기자 간담회에서 “국내 언론에서 보도된 반응, 특히 야당 반응을 보면, ‘종전선언에 대해 참 이해가 없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종전선언’과 주한미군 철수 간에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제안을 강력 반대하고 나선 북한에 대해선 별도의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일부 네티즌들은 “야당에는 맹렬히 짖어대다가 북한에는 또 이렇게 꼬랑지를 흔드는 것이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