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중재법 개정안 상정 실패에 한탄..."박병석~~ 역사에 남을 겁니다. GSGG"
현역 국회의원이 같은 당 소속 국회의장에게 '비속어' 사용했다는 지적...
김승원 의원, 1일 박병석 국회의장 찾아가 사과..."질책도 하시고 격려도 하셨다"
여당 중진 국회의원들 사이에서는 '당의 기강 무너졌다' 한탄 나왔다고

‘GSGG’—의미를 알기 어려운 로마자 대문자 네 개 때문에 여의도가 발칵 뒤집혔다.

국민의힘 소속 정진석 국회부의장은 1일 여당·더불어민주당 김승원 의원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회부해 징계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전날(8월31일) 김 의원이 같은 당 소속의 박병석 국회의장을 직접 거명, “GSGG”라는 표현을 썼기 때문이다.

문제가 된 표현은 김 의원의 페이스북에 올라온 게시물에 등장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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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승원 의원의 8월31일 페이스북 게시물 내용.(캡처=페이스북)

김 의원은 여당이 강행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한 것을 한탄한다는 취지로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 실패했습니다. 국민의 열망을 담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눈물이 흐리고 입안이 헐었습니다. 도대체 뭘 더 양보해야 가짜뉴스 피해구제법을 제대로 통과시킬 수 있는지, 모든 직을 걸고 꼭 제대로, 더 세게 통과시키겠습니다. 박병석~~ 정말 감사합니다. 역사에 남을 겁니다. GSGG”라고 적었다.

해당 글에서 가장 문제가 된 부분은 김 의원이 덧붙인 로마자 대문자 네 개 ‘GSGG’였다. 일각에서는 ‘GSGG’가 비속어인 ‘개XX’를 뜻하는 은어라는 지적이 나왔다. ‘개XX’를 소리 나는 대로 로마자로 옮긴 ‘Gae Sae GGi’의 머리글자를 딴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후 김 의원은 해당 게시물을 일곱 차례나 수정했고 글은 “박병석 의장님 정말 감사합니다. 그렇지만 governor(공직자)는 국민의 일반의지에 충실히 봉사할 의무가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라는 내용으로 고쳐졌다. 박병석 의장에 대해서는 ‘의장님’이라는 경칭이 붙었고, ‘GSGG’ 네 글자는 빠졌다.

김 의원이 사용한 표현 ‘GSGG’가 사실은 비속어를 뜻하는 것이라는 논란이 일자 김 의원은 ‘Government serves general G(정치권력은 일반의지를 봉사해야 한다)를 뜻한다”고 해명했다. 이에 또다시 ‘일반의지’(general will)를 ‘general G’로 표현한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다시 나왔고, 김 의원은 ‘general G’란 ‘general good’(공동선·共同善)을 말한 것이라는 취지로 추가 해명을 해야 했다.

김승원 의원.(사진=연합뉴스)
김승원 의원.(사진=연합뉴스)

김 의원의 해명에 전·현직 정치인들이 분노를 표출하고 나섰다.

전여옥 전(前) 새누리당(국민의힘의 전신) 의원은 “오, 대단하다. 현직 더불어민주당 의원 SNS”라며 “어제 ‘언론재갈법’(언론중재법 개정안) 상정에 실패하자 올린 GSGG는 역사에 남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전 전 의원은 “GSGG가 뭔가 했더니만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사용되는) ‘개XX’란 뜻이란다. 현직 국회의원이 국회의장한테 ‘개XX’라고 한 셈인데, 진짜 민주당 ‘개판’ 인증이다. 민주당 출신 국회의장을 ‘GSGG’라고 불렀으니 말이다”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출신의 금태섭 전 의원은 “한마디 사과나 반성 없이 변명이라고 내놓은 말도 천박하고 비겁하기 짝이 없다”며 “제너럴G같은 소리 하고 있네. 이런 사람이 우리를 대표한다니, 나까지 부끄럽다”고 했다.

당사자인 박병석 의장도 크게 화가 났다고 한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가 박 의장에게 강한 질책을 들은 뒤 김 의원을 나무랐고, 결국 이날 오후 김 의원은 박 의장을 찾아가 사과했다.

김 의원은 국회의장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의장님께서) 실망하셨다는 질책도 하시고 더 잘하라는 격려도 해 주셨다”며 “한 나라의 어르신인데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으로 민주당 중진 국회의원들 사이에서 ‘당의 기강이 무너졌다’는 탄식이 나왔다고 한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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