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북중 무역액, 전년도에 비해 80% 하락...중국 외 국가들과 무역도 큰 폭으로 하락

사진=V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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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북한의 경제와 식량 상황이 김정은 집권 이래 가장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4일 보도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무역과 시장 활동이 마비된 데 더해 작황 부진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북한이 코로나19를 이유로 국경을 봉쇄한 지 1년 4개월이 지나자 전문가들은 북한의 경제난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월리엄 브라운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는 3일 VOA에 “올해는 김정은 집권 이래 최악의 한 해가 될 것”이라고 했다.

브라운 교수는 북한 경제 성장의 동력인 무역과 시장 활동의 위축을 지적했다. 2017년부터 본격화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코로나19로 인한 북중 국경 봉쇄가 겹치면서 지난해 북한의 무역이 완전히 붕괴됐다는 것이다.

그는 올해 북한의 무역이 소폭 증가했지만 여전히 극도로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브라운 교수는 “지난해보다 올해 경제난이 더 심각할 수밖에 없다”며 “한동안 기존에 수입한 물품을 사용할 수 있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고갈되고, 이에 더해 무역업에 종사하던 북한주민들이 여전히 일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김정은 집권 기간 국영경제가 축소되는 와중에 그나마 활발했던 장마당 중심의 사경제마저 지난해 국경이 봉쇄되고 수입이 중단되면서 위축됐다고 지적했다고 VOA는 전했다. 북한의 국영경제는 물론 사경제도 모두 곤경에 처했다는 것이다.

북한의 식량 사정도 올해가 최악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북한 농업 전문가인 권태진 GS&J 인스티튜트 북한·동북아연구원장은 “올해 북한의 식량 상황은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가장 나쁜 한해가 될 거라고 본다”며 “일단 작년에 작황이 좋지 않았고 북한이 수입할 수 있는 올해 여건도 코로나19 때문에 영향을 받아 작년에 수입량이 굉장히 많이 줄어서 올해도 곡물 수입이 굉장히 저조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북한의 곡물 생산량은 작년 대비 24만 톤이 감소한 440만 톤에 그친 가운데 올해 식량 부족분은 최대 135만 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북한이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지적이었다.

권 원장은 올해 말까지 식량 사정이 계속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5월 이후 계속 흐리고 비가 와 모내기가 늦어지고 생육에 지장이 있다며, 올 가을 작황도 출발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앞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지난 4월 제6차 세포비서대회 폐막식에서 더욱 간고한 ‘고난의 행군’을 주문한 바 있다. 당시 김정은은 “우리 당을 어머니당으로 믿고 따르면서 자기 당을 지키려고 수십년 세월 모진 고난을 겪어온 인민들의 고생을 이제는 하나라도 덜어주고 우리 인민에게 최대한의 물질문화적 복리를 안겨주기 위하여 나는 당중앙위원회로부터 시작하여 각급 당조직들, 전당의 세포비서들이 더욱 간고한 ‘고난의 행군’을 할 것을 결심하였다”고 했다.

한편 대니얼 워츠 전미북한위원회 국장은 3일 VOA에 “올해가 여러 북한주민들에게 상당한 고난의 해라는 것은 분명하다”며 “북한 장마당에서 지난 몇 달간 쌀 가격은 안정적이었지만 옥수수 가격이 오르고 있으며 이는 쌀보다 옥수수를 주로 먹는 많은 북한주민들에게 고통을 안겨준다”고 했다.

워츠 국장은 또 국경봉쇄가 길어지면 북한주민들이 장마당에서 쓸 수 있는 현금 보유량도 줄고, 식량도 살 수 없을 것이라며 이미 어려웠던 취약계층의 삶이 더욱 악화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이클 매든 스팀슨센터 연구원은 3일 VOA에 북한 특권층들이 북중 국경지대에서 금과 백금을 팔고 있다는 북한전문 매체들의 보도를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매든 연구원은 이런 소문이 사실이라면 특권층이 오랜 기간 비축했던 귀금속을 파는 것이거나, 보석에 접근이 가능한 최상위 계층이 거래에 나서는 것으로 볼 수 있어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달 유엔 경제사회이사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지난해 1040만 명의 북한주민들이 외부 지원을 필요로 했다고 밝혔다.

한편 VOA가 3일 국제무역센터(ITC)의 자료를 확인한 결과 지난해 북한과 거래한 나라는 모두 70개로, 2019년 110개와 2016년 134개에 크게 못 미쳤다. 지난해 북한은 중국과 5억 3905만 달러의 무역액을 기록해 전년도인 2019년에 비해 약 80% 줄어들었다. 중국을 제외한 북한의 10대 교역국 대상 수출은 지난해 7479만 달러로, 2019년 1억 9112만 달러나, 2016년 2억 6270만 달러에 비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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