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의 친중파 입지 강화 위해 3단계에 걸친 수문장 배치
사실상 민주파 인사의 정계 진출 원천 차단하는 제도 변경에 자유진영 국가들 강력 반발

“‘애국자’에 의한 홍콩 통치를 위해 변경이 필요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의 입법기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폐막일인 11일 홍콩의 선거제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날 전인대에서는 홍콩의 선거제도를 재검토하는 안이 채택됐다. 내달 중 개최 예정인 전인대 상무위원회는 홍콩 선거제도 변경안의 상세 내용을 결정할 예정으로, 홍콩 입법회는 전인대 상무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관련 조례 개정에 착수한다. 홍콩 입법회는 현재 전체 43석 가운데 41석을 친중파가 차지하고 있어, 중국 중앙정부가 원하는 방식의 홍콩 선거제도 변경은 기정 사실화돼 있는 상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사진=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사진=연합뉴스)

이날 시진핑 주석은 ‘애국자에 의한 홍콩 통치’를 강조했다. 여기에서 ‘애국자’란 ‘중국 공산당이 정권정당(ruling party)이라는 인식을 수용하고 이를 존중하는 사람’을 말한다. 단순히 중국 공산당을 인정하는 데에서 그쳐서는 안 된다. 외국, 특히 미국을 위시한 서방 국가들과 합세하거나 협력한 사실이 없을 것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이를 위해 중국 당국은 세 단계의 ‘수문장’을 배치해 민주파 인사들의 정계 진출을 차단하는 제도를 구상하고 있다.

먼저 홍콩 행정부의 수장을 선출하는 홍콩행정장관선거위원회의 구성을 바꾸는 것이다. 입법회 의원을 선거위에 직접 파견한다든지 선거위원 모두를 지명한다는 등의 방식으로 선거위를 친중파가 장악하게 한다는 것이다. 또 홍콩행정장관 후보자가 ‘애국자’인지 아닌지를 심사하는 기관도 새로 설치한다. 선거위원수도 기존의 1200명에서 1500명으로 늘어난다.

두 번째로 홍콩 유권자들의 직접 투표로 선출할 수 있는 입법회 의석 수를 줄이는 것이다. 홍콩 시민들의 정치 성향은 대체로 민주파 6대 친중파 4로 나뉘어있다. 그래서 홍콩 유권자들의 직접 투표가 반영되는 의석을 줄여버리면 친중파 의원들이 선출되기 쉬운 구조로 바뀌는 것이다.

이들 관문을 통과해 어렵사리 정계로 진출했다고 하더라도 민주파 인사에게는 마지막 시련이 기다리고 있다. 바로 ‘홍콩 보안법’으로 알려져 있는 ‘국가안전유지법’을 준수하겠다는 선서다. 새로 선출되는 홍콩 입법회 의원은 ‘국가안전유지법을 준수하겠다’는 취지의 선서를 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의원 자격을 박탈당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중국 전인대 상무위원은 ‘반정부적 언동을 한 의원에 대해서는 즉시 자격을 상실케 한다’는 기준을 새로 도입하고 민주파 입법회 의원 4명의 의원직을 박탈한 바 있다.

중국 정부의 이같은 방침에 자유진영 국가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시 주석이 홍콩 선거제도의 변경을 언급한 데 대해 “홍콩의 자치와 자유, 민주적 프로세스를 직접 공격하는 것으로써, 민주파 의원 수를 줄이고 정치적 논의를 억누르는 것”이라며 강력 비판했다.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상 역시 같은 날 성명을 내고 “민주적 논의의 여지를 없애는 것”이라며 “중국에 대한 국제적 신뢰를 손상케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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