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빠언론’을 자처하는 김어준과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언론자유라는 헌법적 가치를 위협하는 공개발언을 했다. 검찰개혁과 윤석열 검찰총장 사퇴를 요구하는 정의구현사제단 선언문의 언론보도 비중과 절대량이 적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반면에 추미애 법무장관을 비판한 서울대 교수 10명의 시국선언은 중대사안으로 다뤘다고 주장했다. 보수언론만 찍은 게 아니다. 한국언론 전체를 겨냥했다.

포털에서도 두 기사는 거의 동등한 비중으로 검색되고 있다. 

고민에 빠진 모든 언론사들, ‘추미애 지지’를 ‘윤석열 지지’보다 더 많이 보도해야 할까?

따라서 사실상 ‘땡전뉴스’를 연상시키는 ‘보도지침’을 내렸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땡전뉴스는 5공화국(1981~1987년) 당시 9시 시보가 ‘땡’하고 울리면 KBS 등 방송이 전두환 당시 대통령으로 시작되는 뉴스를 보도한 것을 풍자한 조어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언론사들은 이제 “추미애를 지지하는 사제단 시국선언을, 윤석열을 지지하는 서울대 교수 시국선언보다 비중있게 보도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지난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선언문을 발표했다. 사제단은 이번 선언에 윤공희·김희중 대주교 및 강우일·이성효·김종수·옥현진 주교들과 사제 926명, 남자수도회 227명, 여자수도회 2792명 등 총 3951명이 실명으로 참여했다고 밝혔다.

사제단은 “검찰 독립은 검찰의 독점권을 포기할 때 시작될 것”이라며 “공익을 지키기 위해 수고하는 대다수 검사들의 명예와 긍지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검찰은 새로 태어나는 진통을 감수해야 한다”고 했다.

최근 추 장관의 윤 총장에 대한 직무배제 조치에 대해서는 “남의 허물에 대해서는 티끌 같은 일도 사납게 따지면서 자신에게는 한없이 관대해지는 검찰총장의 이중적 태도는 검찰의 고질적 악습을 고스란히 보였다”며 “국민이 선출한 최고 권력이라도 거침없이 올가미를 들고 달려드는 통제 불능의 폭력성을 언제까지나 참아줄 수 없다”고 했다.

그동안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문제, 한반도 평화를 위한 광화문 미사기도회 등 사회참여를 외쳐왔기에 이번 시국선언도 그 연장선에서 해석된다.

사제단의 시국선언은 자유로운 가치판단, 이후 행보는 ‘독재정권’을 닮아

이 같은 시국선언의 내용은 사제단의 가치판단이므로 관여할 바가 아니다. 하지만 시국선언 이후의 행보는 놀라울 정도도 ‘독재정권’을 닮아 있다.

시국선언을 주도했던 정의구현전국사제단 김영식 신부는 8일 오전 대표적 친문 언론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사실상 ‘보도지침’을 내놓았다.

김 신부는 “실명 걸고 전화번호 까고 서명한 3951명에 대한 취재보다 10명, 그것도 불분명한 10명, (실명을 밝힌) 단 1명이 서울대 교수라는 이유로 엉뚱한 물타기 기자회견장에 언론사와 기자들이 우르르 몰려갔다”면서 “이는 헤비급과 플라이급의 싸움이고, 바로 이런 현상 자체가 (개혁되어야 하는) 현실을 반영한다”고 주장했다.

전국의 각 언론사가 마치 서로 짜기라도 하듯 정의구현전국사제단에 대한 기사를 비중있게 다루지 않았다는 억지주장을 편 셈이다. 하지만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개별 언론사는 각각의 입장과 판단에 따라 뉴스의 가치를 결정해서 보도를 한다. 어느 누구의 보도지침도 받지 않는다. 그런 언론사를 향해 ‘서로 짜고 보도를 적게 하고 있다’며 비판을 한 것이다.

정의구현사제단의 시국선언을 더 많이 비중있게 보도하라는 주문에 다름 아니다.

김어준은 “(신부님들의 목소리가) 하도 노출이 안 돼서 이렇게 신부님과 연결했다”고 맞장구를 쳤다.

앞서 김어준은 이날 아침 뉴스를 전하면서 “서울대교수 10명의 주장은 포털의 메인에 떠있는데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에 대한 보도량과 너무 차이가 난다”면서 “이름 밝힌 1명과 실명을 밝힌 4000명에 대한 보도량에서 너무 차이가 난다. 하다못해 양쪽을 똑같이 보도하든가요”라고 말했다. “언론은 정상이 아니고 포털도 매우 이상하다”고 꼬집기도 했다.

“4000명 참여한 사제단 선언을 더 많이 보도하라”, 대통령 1명의 발언은 보도가치 없어?

하지만 7일 각 언론과 방송사에서는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보도를 비중있게 다뤘고, 언론사 포털에서도 검색은 물론 중요한 기사로 취급되었다.

가짜뉴스를 근거로 보도지침을 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보도지침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윤석열을 죽이는 사제단의 선언문을 더 많이 더 비중있게 보도하라'이다.

이들은 보도지침의 구체적 논거까지 제시했다. 물론 그 논거는 철저한 비상식에 기반해 있다. 윤석열 총장 징계를 비판한 서울대 교수 시국선언은 고작 10명이 참여했고 사제단 선언문에는 4000여명이 서명했으므로, 다수가 참여한 사제단 시국선언을 더 비중있게 보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보도의 비중에 대한 개별 언론사의 가치판단은 숫자만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다. 사안의 중대성, 객관성, 영향력, 국익 등의 다양한 변수에 대한 언론사의 독립적인 가치판단에 따라 보도의 빈도와 양이 달라지게 마련이다. 이는 언론사 고유의 편집권한이다. 그 누구도 왈가왈부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 명백한 언론통제이기 때문이다.

김어준이나 사제단의 주장대로라면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은 1명이 주체이므로 거의 보도할 가치가 없다.

양준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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