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에서 “수사의지 없다” 지적하자,
중앙지검, ‘눈치봤나’...돌연한 압수영장 청구
법원에선 통째로 기각...“부실수사 자인한 셈”

12월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나경원 원내대표가 공개발언에 앞서 착석해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나경원 전 미래통합당 의원/연합뉴스

나경원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의 딸 특혜 의혹 등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이 최근 사건 관련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기각한 것으로 23일 알려졌다. 법조계 일각에선 검찰이 청구한 압수영장이 통째로 기각된 점을 들어 “추미애 장관 아들 논란을 덮으려다 부실 수사를 자인한 셈”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이병석 부장)는 지난 21일 나 전 의원이 회장을 맡았던 문체부 산하 스페셜올림픽코리아(SOK)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청구한 압수영장에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진 바 없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확인해주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SOK는 발달장애인의 스포츠ㆍ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비영리 단체다. 문체부는 지난 3월 SOK에 대한 법인 사무 검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나 전 의원 딸이 문체부 장관 승인 없이 SOK 이사로 활동한 것이 부적절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편 검찰이 해당 사건에 대한 수사 속도를 갑자기 끌어올린 것은 여권(與圈)의 압력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11월 더불어민주당은 나 전 의원 사건 관련 논평을 내고 “국민의 관심과 비판이 거세지만 검찰은 이상하게도 수사에 속도를 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검찰이 잇따라 관련자들을 소환하면서도 나 전 의원에 대한 수사는 진행되지 않는다고 주장한 것이다. 지난 14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선 정청래 민주당 의원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이 사건 수사에 대한 의견을 묻자, 추 장관은 “(윤 총장의) 수사 의지를 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그러자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15일 이 사건을 형사1부에서 형사7부로 재배당하고 수사를 본격화했다. 그러나 이후 일주일도 되지 않아 검찰이 청구한 영장이 기각된 것으로 알려지자, 검찰 안팎에서는 “물타기로 기획된 수사가 얼마나 부실한지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는 비판이 나왔다.

현재 서울중앙지검은 하반기 인사를 통해 추 장관의 입맛에 맞는 진용을 갖춘 상태다. 또 추 장관 측근으로 지목되는 이성윤 지검장은 지난 7월 검사장급 인사에서 유임돼 이 사건을 계속 지휘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 사건을 고발한 좌파성향 시민단체 민생경제연구소 등은 “나 전 의원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하라”며 서울중앙지검의 ‘고의 수사 지연’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검사 출신 변호사는 “오히려 수사를 고의로 강행한 결과 압수수색 영장조차 기각된 것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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