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문재인 정권 무조건 지지 말아야"...호남인 300여명, 光州서 '약무호남 시무국가 되살리자' 호소
[르포] "문재인 정권 무조건 지지 말아야"...호남인 300여명, 光州서 '약무호남 시무국가 되살리자'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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湖南人 300여명, 소위 '진보도시' 光州서 문재인 정부 규탄..."기대와 달리 대한민국 절망의 늪으로 이끌고 있다"
"호남인들의 맹목적인 지지 반성해야" 자성 나오기도...탈원전 등 亡國정책 철회 요구 4가지도 내놔
집회 참가자들, '내년 4월 총선' 대응 중요하다고 입 모아..."湖南 텃밭으로만 여기는 민주당에 본때 보여줘야"
'대한민국 발전 기원 호남인 광주선언'을 낭독하는 신광조 사실과 과학 시민네트워크 공동대표. (사진 = 김종형 기자)
'대한민국 발전 기원 호남인 광주선언'을 낭독하는 신광조 사실과 과학 시민네트워크 공동대표. (사진 = 김종형 기자)

“이대로는 안됩니다. 두고 볼 수가 없습니다! 광주의 자존심을 살립시다!”

27일 ‘대한민국 발전 기원 호남인 광주선언’ 행사를 취재하기 위해 방문한 광주광역시는 독특한 분위기의 도시였다. 역에서 내려 나오자마자 노조 조합원으로 보이는 청년이 요구조건 관철을 위한 서명을 부탁했고, 택시 승강장 앞 횡단보도에선 한 여성이 문재인 정권에 대한 투쟁을 벌이다 경찰이 구속영장까지 신청한 전광훈 목사를 규탄하는 전단지를 나눠줬다. 우파 시민사회계에서 호남지역을 지칭하는 ‘특정지역’이라는 별칭이 조금은 이해가 갔다.

그런데 ‘광주선언’ 행사장인 김대중컨벤션센터 2층으로 들어서자 분위기가 급변했다. 김대중컨벤션센터가 아니라 우파 시민단체 행사가 열리는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 와있는 듯했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사실과 과학 시민네트워크’는 호남인사들이 대표로 있는 곳으로, 지난해 12월 출범한 뒤 문재인 정권의 전방위적 실정을 비판해왔다. 이날 행사는 “호남인들은 문재인 정권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지를 철회해야 한다”는 취지로 기획했다고 한다. 행사장에 모여든 호남지역 시민 300여명은 지난 10월3일 광화문광장 앞 정권 규탄집회에 참석한 시민들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취재를 준비하던 중에도 “자기 맘대로 나라 말아먹고. 이제 잘한다고 해주면 안 돼” “자기 편은 다 봐주고. 박근혜는 그렇게 괴롭히더니” 등의 대화소리가 들렸다.

‘광주선언’ 또한 광화문광장을 김대중컨벤션센터로 옮긴 듯 진행됐다. 신광조 사실과 과학 시민네트워크 공동대표는 국민의례 이후 진행된 선언에서 “광주시민은 더 나은 민주주의와 번영을 위하는 마음으로 문재인 대통령 후보를 지지했다. 하지만 지금 문재인 정권은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대한민국을 절망의 늪으로 이끌고 있다”며 “우리는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는 대한민국의 경제와 안보, 법질서와 양심・도덕을 바로세우기 위한 정치 지도자들의 맹성과 각오를 촉구한다”고 했다. 선언 도중 다른 호남인들도 박수소리와 함께 “맞습니다” “무식하니까 탈원전한다” “문재앙” 등 연호를 이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4가지 요구조건을 외치고 있는 광주시민들. (사진 = 김종형 기자)
문재인 정부에 대한 4가지 요구조건을 외치고 있는 광주시민들. (사진 = 김종형 기자)

사실과 과학 시민네트워크를 비롯한 참석 시민들은 “문재인 정권에 대한 호남인들의 맹목적인 지지를 반성해야 한다”고 거듭 다짐했다. 선언 이후 한민호 공동대표와 함께 참가 호남인들 300여명은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호남이 없으면 나라도 없다) 정신을 되살리자며 요구조건 4가지(▲망국적인 탈원전 폐지와 원자력 중흥 ▲노동개혁과 규제혁파로 시장경제를 되살릴 것 ▲퍼주기 포퓰리즘이 아니라 성장과 복지를 함께 구현할 것 ▲건국정신과 정체성을 부정하는 과거사 후벼파기를 중단할 것)를 함께 주창했다.

선언 뒤엔 여수 출신 장인순 한국원자력연구원 고문이 탈원전 정책 철회에 대해, 광주 출신 박현 전 청와대 공보국장(김대중 정부)이 호남 정치의 나아갈 길에 대해 강연했다. 한국 원자력 1세대인 장 고문은 “북한에서 가장 존경받는 과학자와 대한민국에서 가장 존경받지 못하는 과학자가 누구겠나”라며 “21세기에 불가사의가 두 개가 있다. 하나는 대한민구깅 산유국에 원자력발전소를 건립한 것이고, 두 번째는 세계에서 가장 원자력을 잘하는 우리가 탈원전을 한다는 것이다. 현 정부는 발전을 역행하고 있다”고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했다. 

박 전 공보국장은 “주사파가 장악한 더불어민주당의 정치는 60년 정통의 호남 야당 본류가 아니다. 지하에서 마르크스, 볼셰비키 사상을 공부한 80년대 운동권은 (호남의) 대한민국 정통 야당과 다를 수밖에 없다. 적화통일을 하려 내통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나는 태극기 집회에 참석하지 않고 완전히 동의하지도 않지만, 마음속에 그들이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행정부, 언론 오갈 데 없이 문재인 주사파가 다 장악하지 않았나”라고 했다. 

국민의례를 하고 있는 호남인 일동. (사진 = 김종형 기자)
국민의례를 하고 있는 호남인 일동. (사진 = 김종형 기자)

자리에 모인 호남인들은 ‘내년 4월 총선’에서의 대응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일각에서는 “호남 비례당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등의 의견이 나왔지만, 대부분 호남인들은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려면 더이상 민주당에 표를 줘선 안된다” “호남을 텃밭으로만 여기는 민주당에 본때를 보여줘야한다”는 발언을 내놨다.

주최 측은 “내년 총선까지는 호남인들의 의견을 결집하는 등으로 준비할 방침”이라며 “정치권 입김이 아예 배제된 오늘 행사가 퍼져 국민들의 민주당에 대한 인식, 나아가 호남인들에 대한 인식까지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광주=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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