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예산안을 집행한지 두 달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추가경정예산 카드를 또 꺼내 들었다. 명분은 ‘일자리’이다. 그러나 세수(稅收)는 한정돼 있는데, 모든 문제를 국고 지출로 해결하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적자 국채를 발행해 추경을 할 경우 재정 건전성도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2일에 이어 23일에도 이틀 연속으로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추가경정예산(추경)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앞서 김 부총리는 22일에도 기자간담회에서 최저임금 인상과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결정에 따른 고용 충격과 관련해 “예산과 세제, 금융 등 여러 가지 정책 수단을 동원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추경도 배제하지 않겠다”며 사실상 추경 편성을 본격화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 또한 “지역 고용 악화에 대비해 조만간 추경 편성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2년 연속 추경에 나서는 배경에는 ‘세수 호황’이 언급된다. 지난해 국세 세수는 전년보다 23조원 가까이 급증한 265조4000억원이 걷혔다. 본예산 때 잡았던 추정치보다 23조1000억원, 추경 편성 때의 추정치보단 14조3000억원 많은 수치다.

정부는 지난해 경기 호조를 배경으로 “세계잉여금 등이 많아서 재정 건전성을 악화시키지 않고 추경을 편성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펼 것으로 보인다.

또한 청년 고용상황이 악화되며 조급함을 느낀 것으로도 분석된다. 통계청이 지난 14일 발표한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달 실업자는 1월 기준으로 201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이다.

특히 정부는 가장 역점을 두는 청년층 일자리 정책에서도 좋은 성적을 못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실업률은 3.7%로 전년 동월 대비 변화가 없었지만 청년 실업률은 8.6%에서 8.7%로 높아졌다.

아르바이트생이 몰려 있는 15~19세는 9.9%에서 11.1%로, 20~24세는 8.8%에서 9.4%로 비교적 큰 폭으로 실업률이 높아졌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청년층이 비교적 많이 취업해 있는 아르바이트 등 단기 일자리가 악화된 데 따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다 한국GM 철수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제조업에서도 고용전망이 어두워지고 있다. 한국GM이 군산공장을 폐쇄하면 협력업체를 비롯해 1만 개 넘는 제조업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해 7월에도 ‘일자리 추경’을 명목으로 11조원을 쏟아부었다. 7개월 만에 또 추경을 꺼내든데다 특히 일반적으로 추경은 예산안 집행 후 적어도 3,4개월은 지난 뒤 거론됐다는 점에서 지나치게 빨리 '추경 카드'를 꺼낸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이에 본질적인 문제에는 접근하지 못하고 단편적인 상황 해결에만 치중한 땜질식 처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 재정정책이 마치 돈으로만 경제성장이 가능하다는 ‘추경 중독’에 빠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회주의 국가도 아닌데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대책은 일자리 안정자금과 추경으로만 해결하려한다면 국민 세금(예산) 퍼붓기뿐이라는 것이다.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지방선거를 앞둔 명백한 ‘포퓰리즘’이자 ‘정치 추경’이므로 총력 저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한편 김 부총리는 한국GM 경영정상화를 놓고 GM과 벌이는 협의와 관련해 세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그는 “한국GM 정상화를 위한 대주주의 책임 있는 역할, 구조조정 원칙에 따라 주주와 채권자, 노조를 포함한 모든 이해관계자의 고통 분담, 당장 어려움을 넘기는 응급 처치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경영정상화 방안 마련이라는 3대 원칙에 따라 한국GM 정상화 방안을 협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의 지원 등에 대한 GM의 요구에는 “정부가 어떤 입장을 취할지는 실사가 전제돼야 한다”며 “지금으로선 예단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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