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출신이라 대기업이 반대?… 코드인사에 반감 드러낸 것"
"與圈 압력으로 박 전 의원 대신 CJ 손경식 회장 선임으로 급변경" 보도도

박상희 전 의원.(연합뉴스 제공)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의 차기 회장으로 박상희 전 의원을 추대하려던 움직임이 갑작스럽게 좌절된 것을 두고 그 배경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재계의 반발인지, 정치권의 압력인지를 두고 논란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경총은 차기 회장으로 지난 19일 내정됐던 박 전 의원이 지난 22일 열린 제49회 정기총회에서 낙마한 것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표명하지 못하고 있다. 경총 관계자는 "박 전 의원의 차기 회장 선임을 막은 것은 전형위원회 위원들인데 누가 무슨 이유에서 반대 의견을 냈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전형위원회 위원은 윤여철 현대자동차 부회장, 김영태 SK 부회장, 박복규 전국택시연합회 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정지택 두산중공업 부회장, 조용이 경기 경총 회장 등 6명이다. 전형위원들은 임기가 만료된 박병원 전 경총 회장이 선정했다. 

경총 정관에 따르면 회장 선임은 총회를 통해 결정하고 전형위원회는 회장단이 추대한 후보를 주로 만장일치로 찬성해왔다. 전형위원회가 회장단의 결정을 총회 현장에서 뒤엎은 것은 48년 경총 역사에서 벌어진 첫 사례다.

10명 안팎으로 구성된 회장단은 박 전 의원을 제7대 경총 회장으로 추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전형위원들 중 일부가 박 전 의원이 회장이 되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냈고 사실상 확정됐던 박 전 의원의 회장 임명이 무산됐다. 

경총의 차기 회장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던 박 전 의원은 연합뉴스 등 언론에 미리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현재 박 전 의원은 전형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박 전 의원은 "6명의 전형위원 중 5명이 대기업 관계자고 중소기업 출신은 1명 밖에 없다"고 말하며 중소기업 경영자인 박 전 의원은 대기업 회원사들이 자신이 경총 회장이 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김대중 정권에서 새천년민주당 비례대표로 제16대 국회의원이 된 박 전 의원이 문재인 정부 인사들과의 친분이 있는 것 자체에 대한 반감을 표현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또 친노조 성향을 보이는 더불어민주당과 인연이 깊다는 점이 경영자를 대표하는 경총의 회장으로 부적격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경총이 정권과 코드를 맞추려고 중소기업 출신이면서 정치권과 연결된 인사를 회장으로 추대하려고 움직이다가 대기업 회원사들의 벽에 부딪힌 것 같다"며 "경총으로서는 대기업 회원들이 내고 있는 회비 등을 고려할 때 그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박 전 의원이 문 정부와 친밀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반대 여론도 있다. 박 전 의원은 새천년민주당과 새누리당에 모두 몸담았고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김영삼과 김대중 정권을 이어가며 역임했다.

박 전 의원의 경총 회장 선임 좌절이 재계의 반발이 아닌 정치권의 압력에 의한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화일보는 23일 경총 회장으로 사실상 결정됐던 박 전 의원이 갑자기 낙마한 배경에는 현 집권여당의 핵심 관계자가 CJ 손경식 회장을 강력히 추천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민주당 소속 H의원이 주요 그룹 관계자들을 만나 경총 차기 회장으로 손 회장이 선임됐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보도한 문화일보는 "H의원은 사실을 부인하고 있지만 익명의 재계 관계자를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만약 H의원이 현 정권과 가까운 손 회장을 경총 회장으로 추대하려고 재계에 압력을 가했다면 문 정부가 그동안 '정치'와 '경제'의 철저한 분리와 적폐청산을 강하게 내세워왔던 점을 감안할 때 그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1970년 설립된 경총은 48년 만에 새 회장 선임을 두고 내홍에 휩싸였다. 지도부 공백 사태를 빠른 시간에 해결할 것이라고 밝힌 경총 관계자는 "1년에 한 번만 개최하는 정기총회를 신임 회장 선임을 위해 또 다시 열지는 않을 것"이라며 "박 전 회장이 선정한 6명의 전형위원들이 조만간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총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을 경영하고 있는 사용자들의 단체로 총 4285개 기업의 경영자를 대표한다. 고용 인원이 300인 미만인 기업이 3449개로 전체 회원사의 80.5%를 차지하고 있고 300~1000인 미만의 기업이 513개(12%), 1000인 이상 기업이 323개(7.5%)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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