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적연금으로 기업 지배하는 구조, 해외에서도 매우 드물어
해외선 기업 경영 간섭에 대해 제한...국민연금은 제한없이 의결권 100% 행사

자료: 한국경제연구원

국민연금이 최대주주로 있는 기업이 19개사, 2대주주는 무려 150개사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되면서 정부가 공적연금을 통해 기업들을 통제할 수 있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6일 2018년 말 기준 국민연금이 주식 의결권을 보유한 716개 국내 상장사를 조사한 결과, 국민연금이 최대주주로 있는 기업은 19개사, 2대주주는 무려 150개사에 달했다.

또한 국민연금이 투자한 국내 상장사 10곳 중 4곳에서 국민연금이 5대주주 이상의 지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 투자기업 716개사 중 37.2%에 해당하는 266개사에서 국민연금이 최대 5대주주로 있으며, 투자 716개사 중 2~3대 주주 비중은 29.2%에 달한다. 

이처럼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영향력이 막강한 상황에서 자본시장법·상법 시행령 개정까지 이뤄질 경우, 국민연금을 통한 기업 지배가 더욱 수월해질 것이란 우려다.

자료: 한국경제연구원

우리나라 국민연금처럼 공적연금이 19개 상장사의 최대주주로 있는 경우는 해외에서도 매우 드문 사례다.

공적연기금으로 국내주식에 투자하는 OECD 14개 회원국 중, 공적연기금이 최대주주인 경우는 뉴질랜드 1건, 덴마크 6건 정도다. 핀란드나 네덜란드는 공적연금이 아닌, 공적연금의 지급·운용 등을 담당하는 민간보험사나 운용기관이 최대주주인 경우로서, 국민연금과는 성격이 다르다.

국내 증권사들에 대한 국민연금의 영향력도 크다.

국민연금은 올 9월말 국내주식 투자액 122.3조원 중 45.5%인 55.7조원을 44개 증권사에 위탁·운용 중이다. 국민연금의 거래 증권사로 선정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국민연금의 투자 전략이나 주주권 행사 향방이 증권사나 기관투자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경영권 개입이 가능한 5% 이상 지분보유 기업도 투자기업 10곳 중 약 4곳에 달한다.

자본시장법에서 경영권 개입이 가능한 주식보유 비중은 5%다.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은 투자대상 716개사의 38.1%인 273개사에 달한다. 이중 보유 지분이 10%를 넘는 기업도 80개사이다. 투자대상 10개사 중 3∼4곳은 국민연금이 보유지분으로 경영권 개입을 시도할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자료: 한국경제연구원
자료: 한국경제연구원

국민연금의 개별기업 주식보유 한도에 대한 강력한 규제 장치도 없어, 국민연금이 국내 증시와 개별 상장사들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국민연금기금운용규정에 따르면 개별기업 투자한도를 10% 이내로 제한하는 규정이 있지만, 내부심의(리스크관리위원회)를 거치면 한도 초과가 가능하다. 나아가 국민연금은 보유지분의 의결권을 별다른 제한 없이 100% 행사할 수 있다.

정부는 2018년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쉽 코드를 도입한데 이어, 직접 회사의 경영에 개입할 수 있는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 도입을 논의 중이다. 이는 해외서 공적연금의 국내기업 주식보유 비중을 제한해 공적연기금의 증시 영향력을 차단하는 것과는 차이가 크다.

한경연 혁신성장실 유환익 상무는 “국민연금의 기금조성 목적이 국민의 노후 보장에 있는 만큼, 기금의 수익률 제고가 최우선 목표가 되어야 한다"며 "기업에 대한 지나친 경영 간섭은 관치 논란만 불러오고 국민의 노후를 불안하게 하는 만큼 국민연금 설립 목적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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