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수석부장판사 "양승태 보석에 까다로운 조건 붙인 재판부는 위법행위 한 것"
전직 수석부장판사 "양승태 보석에 까다로운 조건 붙인 재판부는 위법행위 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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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만료 앞둔 피고인에게 재판부가 눈치보며 '조건' 붙인 것은 피고인 권리를 제한한 위법해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연합뉴스 제공]
양승태 전 대법원장 [연합뉴스 제공]

서울서부지방법원 수석부장판사를 지낸 이병로 변호사(연수원 16기)가 최근 동료 법조인들에게 법원이 지난 22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직권보석하며 세가지 조건(주거지 제한·사건 관계자 접촉 금지·보증금 3억원)을 붙인 결정이 위법이라는 내용의 장문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돌린 것이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29일 중앙일보에 따르면 이 변호사는 메시지에서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여러 제한을 달아 보석을 하는 것은 그릇됐다"며 "형사소송법 제93조 구속 취소의 법 규정을 어기는 위법한 조치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형소법 93조는 “구속의 사유가 없거나 소멸된 때에는 법원은 직권 또는 검사, 피고인, 변호인과 제30조제2항에 규정한 자의 청구에 의하여 결정으로 구속을 취소하여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당시 양 전 대법원장은 1심 구속 기한(6개월) 만료를 20여일 앞두고 있었던 것을 고려하면 극히 예외의 사정이 없는 한 조건 없이 그를 석방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변호사는 28일 신문과의 통화에서 "양 전 대법원장을 개인적으로 알지도 않고 함께 근무한 적도 없다"며 "법조인으로서 피고인의 권리를 제한하는 법원의 결정이 우려돼 글을 작성한 것"이라 말했다.

법조계에선 이 변호사의 의견에 동조하며 “법원이 여론의 눈치를 보며 재판이 길어져 풀어줘야 할 피고인에게 과도한 제한을 걸었다”는 반응이 나온다.

그러나 검찰측은 "보석 조건이 없는 상황에선 양 전 대법원장의 증거 인멸 가능성이 높다"며 "아직 증인 신문을 단 1%밖에 하지못해 정상적인 재판 진행도 어려운 상황"이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 전 대법원장은 법원의 보석결정 이후 변호인단에게 “보석의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 결과”라며 따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진다.

구치소에서 20여일을 더 머물러도 구속 기한 만료를 앞두고 조건을 붙인 보석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변호인단이 70여분 동안 "재판부의 결정이 항상 원칙과 부합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추후 재판에서 보석 조건 변경을 건의하겠다"고 양 전 대법원장을 설득해 이번 결정을 결국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문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피고인이 법원 결정을 최대한 존중하고자 노력하는 것도 중요한 재판 원칙"이라고 말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법원 결정에 불복할 시 여론이 악화되는 경우도 고려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러한 전직 고위 공직자의 보석문제는 지난 3월 서울고등법원이 이명박 전 대통령 항소심 구속만료 기한을 한달여 앞두고 가택 연금 수준의 보석 결정을 내렸을 때도 같은 논쟁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당시 고등법원은 다섯 페이지에 달하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 전 대통령 보석조건을 상세히 설명했다. 당시 법조계에선 법원이 여론 눈치를 심하게 본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조준경 기자 calebca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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