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의 광기에서 벗어날 때 새로운 공존의 질서를 세울 수 있다"
"판문점 회동으로 평화의 시대 도래...종전선언으로 가는 첫걸음"
"개성공단 가동과 금강산 관광 재개되길 희망"
민노총 '옹호'하는 듯한 발언도..."김명환 위원장 구속수사가 정말 능사였는지 저는 반문"
前정권 '탓'도 빼놓지 않아..."이명박 정부는 4대강에 22조원 쏟아부어"
한국당 대해선..."패스트트랙이 '무효'라는 주장 중단하고, 선거제도 개혁에 함께하길 요청"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일 오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일 오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3일 "'극좌'의 경직과 '극우'의 광기에서 벗어날 때 우리 사회는 새로운 공존의 질서를 세울 수 있다"며 "막말과 혐오, 극단과 결별해야 한다. 막말과 혐오, 극단은 공존의 가치를 전면 부정하는 공공의 적이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2016년 겨울, 촛불집회는 평화로웠고 저는 그곳에서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를 예감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하지만 이 원내대표의 말처럼 촛불집회는 평화롭지 않았다. 당시 광화문 광장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사형하라'는 등의 차마 듣기 힘든 욕설과 비방이 난무했고, 박 전 대통령의 얼굴을 본뜬 가면을 썼다 벗었다 하며 희화화하기도 했다.

'막말과 혐오, 극단과 결별해야 한다'고 언급한 이 원내대표는 불과 한 달여 전인 지난 6월 4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막말'을 한 바 있다. 그는 당시 자유한국당 몇몇 의원들의 논란의 발언에 대해 "광화문 '가짜 태극기 부대'들의 언동을 한국당으로 옮겨놓고, 거기에 취해 이런 막말 퍼레이드가 일어난 것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 원내대표는 지난 4월에도 태극기 시민들을 모욕했었다. 그는 원내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한 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한국당의 극우화 경향은 족보가 없다"며 "우리나라에서 극우정치는 박근혜 탄핵에 극렬하게 맞섰던 이른바 '가짜 태극기 세력'들의 정치적인 포악성에 근거해 시작됐다. 책임 있는 야당이라면 이를 정화하면서 제도권에서 대처했어야 했는데, 그대로 여과없이 받아들여 한국당 전당대회 과정에서 극우정치가 공당의 심장에 똬리를 틀었다"고 했다.

일각에선 이 원내대표의 연설 내용이 틀린 건 아니지만, 먼저 본인의 과거 '막말'부터 반성한다고 했어야 진정성이 느껴졌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원내대표는 또 지난달 30일 판문점 남·북·미 3자 회동을 두고 "평화의 시대가 도래했다"며 치켜세웠다. 아울러 "오랜 적대관계를 끝내겠다는 굳은 의지의 상징이었고 종전선언으로 가는 첫걸음이었다. 남북미 세 정상의 만남에서 평화는 돌이킬 수 없는 시대정신으로 확고하게 다가왔다"고 했다.

이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광주 세계 수영 선수권 대회에 북의 선수단이 참여하길 희망한다. 내년 동경 올림픽에 남북이 단일선수단을 구성해서, 평화와 통일을 향한 우리 민족의 의지를 전 세계에 드높였으면 좋겠다"며 "하노이 (2차 미북정상회담) 이후 중단된 북미간의 비핵화 협상이 동시적·단계적 접근에 따라 진척되면 철도와 도로가 연결되고, 개성공단 가동과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左), 김정숙 여사(中),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左), 김정숙 여사(中),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이 원내대표의 판문점 남·북·미 3자 회동 관련 연설은 전날(2일) 문재인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과 맥을 같이 했다. 문 대통령 역시 "남북에 이어 북미 간에도 문서상의 서명은 아니지만 사실상의 행동으로 적대관계의 종식과 새로운 평화 시대의 본격적인 시작을 선언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사실상 '종전'을 못 박았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이 지난 2012년 언급했던 '낮은 단계의 연방제'를 실현하기 위한 계획이 착착 진행되는 것 같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개성공단 등 남·북 경제 협력 문제도 마찬가지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눈앞에 뻔히 보이는 개성공단이 남북 경제와 우리의 안보에 가져다주었던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서도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고 했었다.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실질적인 노력을 전혀 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판문점 평화 '쇼' 한 번으로 대통령과 여당 원내대표가 하루 간격으로 '종전'을 부르짖으며 북한 김정은에게 일종의 면죄부를 준 것이다.

이 원내대표는 민노총에 대해서도 '옹호'하는 듯한 발언으로 향후 논란의 소지를 남겼다. 그는 "운영위원장 예정자로서 탄원서를 제출하지는 못했지만, 민노총 위원장의 구속 수사가 정말 능사였는지 저는 반문한다"며 "공안과 편견의 시각을 거두면 우리에게 새로운 포용과 공존의 길이 보인다"고 했다. 민노총은 김명환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문희상 국회의장과 이 원내대표에게 탄원서를 써달라는 요청을 했고, 문 의장과 이 원내대표는 이를 거절했다. 게다가 김 위원장은 불과 구속 6일 만에 조건부 석방됐다. 김 위원장은 지난 4월과 5월 국회 앞 집회에서 경찰관을 폭행하는 등 '폭력 시위'를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원내대표는 전(前) 정권 '탓'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이명박 정부는 4대강에 22조원을 쏟아부었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 대한 투자에 인색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며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 법률서비스 강화 등을 포함해 자영업과 소상공인의 생태계를 살리기 위한 과감하고 다양한 정책을 개발하겠다"고 했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 대한 투자를 이야기하면서 뜬금없이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을 끄집어낸 것이다. 현재 수많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은 문재인 정부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주 52시간 근로제 등으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원내대표는 제1야당 자유한국당에 대해선 "패스트트랙이 '무효'라는 주장을 중단하고, 선거제도 개혁에 함께하길 정중하게 요청한다"며 "비례대표제도를 폐기하고 전부 지역구 선출로 대체하자는 한국당의 선거법 개정안은 분명 어깃장이었다. 자유한국당의 전향적 자세변화를 촉구한다"고 했다.

한편 지난 4월 민주당을 비롯한 범여권 4당은 한국당의 동의 없이 선거법·공수처법 등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강행했다. 선거법을 여야(與野) 만장일치 합의로 처리하는 것은 일종의 '불문율'이다.

심민현 기자 smh41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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