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기준 30대그룹 대상...시장 변화 적응 실패-IMF 등 외부 충격으로 밀려나
8대 주력업종 해외법인 매출도 2014년 기준 일제히 감소세로 돌아서
이병태 "대기업이라고 해서 안 망하는 거 아니야...'재벌독점'은 어불성설"
황인학 "기업들 치열한 경쟁 벌이는데 정부 눈치 보느라 경쟁력 상실"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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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30대 그룹의 30년 생존율이 40%에 불과하다는 조사결과를 문화일보가 26일 보도했다. 이 신문이 한국경제연구원에 의뢰해 30대 그룹 생존율을 조사한 결과 1988년 당시 은행 감독원이 30대 그룹으로 분류한 대기업 집단 중 2018년까지 명맥을 유지한 경우는 12곳에 불과했다.

10곳 중 6곳(60%)이 30대 그룹 명단에서 밀려났다는 뜻이다.

30대 그룹에서 지금은 빠진 곳은 대우·쌍용·동아건설·기아·한일·동국제강·극동건설·삼미·미원·동부·동양·한보·고려합섬·해태·한라·풍산·강원산업·대한전선 등 18곳에 이른다.

이 중 대우·쌍용·삼미·한보·해태 등은 기업이 공중분해 됐으며, 동국제강·DB(옛 동부)·대한전선 등은 핵심 사업 부진, 계열사 매각 등으로 3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신문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1998년 당시 30대 그룹으로 분류한 대기업집단의 20년 생존율도 40%에 불과했다. 2008년 기준 30대 그룹의 10년 생존율은 70%였다.

전문가들은 대기업들이 시장 변화에 제때 대응하지 못했거나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 등과 같은 외부 충격으로 인한 공중분해, 또는 경쟁력을 잃어버려 순위권에서 밀려났다고 분석하고 있다.

최근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를 매물로 내놓으면서 재계 순위 50위권으로 주저앉을 전망이다. 시장에서 활약하지 못하고 있는 LG전자 스마트폰 사업 조직은 원가를 낮추기 위해 국내 사업장을 해외로 이전할 방침이다.

그러나 해외 시장 사정도 열악하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작성한 ‘한국 제조업의 중장기 추세 보고서’에 따르면 8대 주력업종(자동차·철강·금속·화학·기계·섬유·전기전가·석유)의 해외법인 매출은 2014년부터 일제히 감소세로 돌아섰다.

신문 인터뷰에 응한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학과 교수는 “대기업이라고 해서 망하지 않는게 아니다”라며 “그렇기에 ‘재벌이 경제를 독점한다’는 말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기업들이 사업을 다각화하는 것을 ‘문어발 확장’이라며 비판하는데, 시장 환경을 분석해 상황에 맞게 끊임없이 변화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업들이 경영을 잘못해 시장에서 도태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라면서도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산업안전보건법 강화 등으로 정부가 기업에 ‘정책 충격’을 끊임없이 주는 것도 기업들의 위기를 겪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인학 한국기업법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전 세계에서 소비자 선택을 받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데, 정부 눈치를 보느라 경쟁력을 상실하는 측면이 있다”며 “기업들이 시장에서 열심히 뛸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준경 기자 calebca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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