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일감몰아주기 의혹'인데도 사장이 野냐 與냐에 따라 판이한 대응
김태우 前특감반원 "김학송, 작년 7월 첩보 쓰자 물러나…더 많은 野인사 감찰보고서도 냈다"
"'적폐청산' 기조 맞물려 前정부 인사 비위 찾던 분위기, 靑 김학송 사임 후에도 수사 이첩"
"與출신 이강래 사장 件엔 野인사들 비위 보고 때와 달리 윗선서 묵살하더라"
靑 반부패비서관 "김학송 자의로 사표" "이강래 보고서는 김태우 직무정지 후라 못봤다"

한국도로공사 전임 사장인 김학송 전 새누리당 3선 국회의원, 현직 사장인 이강래 전 민주통합당 3선 국회의원(사진=김학송 전 의원 트위터, 연합뉴스)

민주당 3선 의원·원내대표 출신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의 '커피 기계 납품 몰아주기 의혹' 감찰 보고서를 작성했던 전직 청와대 특별감찰반원 김태우 수사관이 지난해 7월초엔 야권 출신 김학송 당시 사장의 비위 의혹 보고서도 작성·제출했다고 언론에 밝혔다. 

박근혜 정부 당시인 2013년 임명됐된 김학송 전 사장은 옛 새누리당 '친박계 중진' 출신이다. 김 전 사장은 김태우 수사관 보고서 제출 이틀 뒤 사임했는데, 현 정권 청와대는 김 전 사장에 대한 첩보를 수사기관에 즉각 이첩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현직 이강래 사장에 대해선 첩보 보고 '묵살'로 일관했다는 게 김 수사관의 주장이다.

20일 복수 언론에 따르면,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에 이어 문재인 정권에서도 지난해 7월부터 특감반에서 근무했던 김 수사관은 같은달 6일 김 전 사장의 공사 하청 일감 몰아주기 비위 의혹을 조사해 감찰 보고서를 제출했었다고 밝혔다.

김 수사관이 보고서를 제출한 시기엔 김 사장뿐만 아니라 박기동 가스안전공사 사장, 하성용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 등 공기업 수장이 줄줄이 검찰 조사를 받고 물러났다.

김 수사관은 조선일보에 "정부의 '적폐 청산' 기조에 따라 전 정부 인사 비위를 찾아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했다"며 "(김 전 사장 비위 의혹을 올리자) 상관에게 칭찬도 받았다"고 말했다. 

친문(親文) 인사들과 대선 공신들을 공공기관장직에 앉힐 수 있도록 전 정부 인사 비위를 찾아야 했다는 것이다. 그는 "김 전 사장 말고도 더 많은 야당 인사에 대한 감찰 보고서를 제출했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김 전 사장에 대한 비위 보고서는 신속하게 처리한 것과 달리 이 사장 관련 보고서는 제출을 받고도 두달 가까이 검증 등 후속 조치를 안 했다고 한다.

전·현직 사장 비위첩보가 모두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됐는데도, 이 사장 건에 대해선 "야당 인사들에 대한 비위 보고서를 제출했을 때와는 반응이 너무 달랐다. 일언반구가 없었다"고 김 수사관은 밝혔다.

그는 자신이 축출된 배경을 "친여(親與) 인사에 대한 민감한 첩보를 작성하자 미움을 산 것"이라고 짐작했다. 

김 수사관은 앞서 '이 사장이 특정 업체의 커피 기계나 원두 등을 납품할 수 있도록 몰아주는 건 현행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적어도 수의계약이라도 거쳐야 특혜 논란을 피할 수 있다'고 보고서로 제언했지만, "윗선에서 묵살당했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김 수사관은 현 정부 민정수석실이 이전 정부 인사 비위 첩보는 수사로 이첩할 정도로 좋아하면서, 현 여권 인사 비리 첩보는 달가워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김 수사관은 "(특감반에서) 첩보를 쓴다는 사실을 알자 김 전 사장이 사표를 냈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를 수사기관에 이첩시킬 정도로 강경했다"고 했다.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해선 "임종석 비서실장은 '보고 안 받았다'고 했지만 말이 안 맞는 것"이라며 "내 말은 모두 진실이고 청와대가 우왕좌왕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 수사관의 특감반 직속 상관이었던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은 20일 '뉴스핌'과의 전화통화를 통해 "김태우 직원이 김학송 사장 정보를 모아서 보고서를 쓴 것은 맞다"면서도 "그러나 이인걸 특감반장을 거쳐 저에게 보고가 넘어오는 사이에 김학송 사장이 자의로 사표를 냈다"고 부인했다.

박형철 비서관은 "제가 보고를 받기 전에 (김 전 사장의)사표가 수리됐다"며 "저는 해당 보고서를 이인걸 특감반장에게 받은 후 보고서는 범죄 혐의가 있어 경찰에 보냈다. 이후에는 어떻게 됐는지 모른다"고 했다.

그는 "김태우 직원의 주장은 자기가 보고서를 써서 영향력을 행사해 김 사장을 사퇴시킨 것처럼 했는데 완전 허구"라며 "더욱이 공개된 이 사장 보고서는 이미 본인(김 수사관)이 비위 혐의로 직무가 정지돼 이인걸 특감반장이나 내가 보고 받지도 못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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