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수사관, 박형철 해명에 재반박..."다른 특감반원도 민간인 사찰, '윗선 허락·보고後' 보고서 썼다"
"텔레그램 보고 1만페이지 분량…좋은 내용은 수석보다 더 위로도 간다"
"靑 15개월간 한번도 '사찰 말라' 한 적 없어, 논란된 첩보 사무관·반장에 확실히 보고"
"공무상기밀누설? '朴 캐비닛 문건' 공개해놓고 내로남불…내 폭로가 국민 알권리"
"靑 계속된 거짓말은 외통수…未보고라면 불순물, 보고됐다면 불법사찰 방치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반(反)부패비서관실 특별감찰반에서 축출된 김태우 검찰 수사관(43)은 자신이 작성했던 첩보보고서에 대해 '첩보 목록은 본인만 가지고 있었던 것도 포함돼 있고, 직무와 무관한 것은 폐기했으며 일부 첩보는 상부에 보고가 안 됐다'는 식으로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이 해명한 데 대해 "첩보보고서가 있다는 것은 (보고서를 작성해도 된다는) 승인이나 지시가 있었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자유한국당이 19일 공개한 자신의 민·관 사찰 보고서 리스트 등은 모두 상부에서 작성을 승인했기 때문에 만들어뒀다는 것이다. 보고서로 쓰기 전 비밀 메신저로 직접 보고한 사항은 A4용지 1만 페이지 분량은 될 것이라고 짐작하기도 했다. 민간인 사찰은 다른 특감반원들도 '윗선 허락·보고·지시' 하에 벌였다는 폭로 역시 나왔다.

20일 동아일보에 따르면 김태우 수사관은 19일 오후 검찰에 압수당했던 휴대전화를 돌려받은 직후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어 "(특감반장에게) 보낸 (보안 메신저인) 텔레그램 보고를 출력하면 1만 페이지는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감반원 개인이 자의적으로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청와대의 설명과 정면 배치된다.

사진=SBS 보도화면 캡처

김 수사관은 "첩보 작성의 모든 시작은 텔레그램"이라며 "컴퓨터에 있는 보고서 파일은 '(보고서 작성을 위한) 초안이 완성됐다는 뜻'이며, 이는 상부의 지시나 묵시적 승인이 있었기 때문에 작성된 것"이라고 말했다. 

외근이 많은 특감반의 업무 특성상 텔레그램으로 상황을 보고하거나 업무를 논의했고, 상관인 이인걸 특감반장(선임행정관)과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이 김 수사관의 첩보 활동 전반을 텔레그램을 통해 공유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김 수사관은 "급한 업무는 신속하게 텔레그램으로 사전조율이 된다. 특히 정말 심각한 내용은 텔레그램을 통해 '박 비서관 이상'까지도 '한방'에 올라간다"며 "편집을 거쳐서 비서관, 민정수석에게, 좋은 내용은 더 위로도 간다"고도 주장했다.

특감반장과 일대일 대화방에서 보고된 내용이 특감반장을 통해 윗선으로 즉각 보고된다는 의미다. 이는 박 비서관이 19일 오후 브리핑에서 특감반원 보고가 특감반 데스크, 특감반장, 반부패비서관을 거쳐야만 조국 민정수석에게 올라간다고 주장한 데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박 비서관 이상', '(민정수석보다) 더 위로도 간다'는 언급을 미루어 김 수사관의 첩보 보고는 최소한 수석비서관급,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등 실장급까지 올라갔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김 수사관은 텔레그램을 통해 업무 보고 등을 했지만 비위 행위가 불거진 뒤 이인걸 특감반장이 '흔적 지우기'에 나섰다고 주장했다. 그는 "(청와대 내부 감찰을 앞두고 있던 지난달 5일) 이 반장이 나를 부르더니 '나 너 좋아하는 거 알지. 살아 돌아와라'라고 말하며 '텔레그램 방에서 나가라'고 했다"고 폭로했다.

감찰 과정에서 김 수사관의 휴대전화가 압수당할 것을 알고 관련 대화를 미리 삭제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텔레그램은 카카오톡 등 다른 메신저와 달리 본인이 대화를 삭제하면 복구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청와대 참모들은 주로 텔레그램을 활용한다. 

하지만 이 반장은 "김 수사관이 텔레그램으로 '지라시' 등을 엄청나게 많이 보냈는데 읽지 않고 '응'이나 'OK'로 답을 했다"며 "나중에 찬찬히 읽어본 뒤 보고서감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김 수사관을 불러서 '그런 거 하지 말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 반장은 특감반원을 직접 대면해 정식 보고서 작성을 지시했다고 한다.

동아일보는 또 김 수사관이 "특감반원들은 스스로를 'IO(Intelligence Officer·정보담당관)'라 부른다"며 "이 반장과는 이틀에 한 번꼴로 회의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문재인 정권은 출범 직후 대공(對共)수사 주무기관인 국가정보원의 국내 정보담당관 제도를 폐지했지만, 정작 청와대에서는 계속해서 'IO'라는 명칭의 요원을 운용한 셈이다.

김태우 수사관은 12월20일 공개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는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 산하 반부패비서관실 특별감찰반 근무 시절 '여권 고위인사 첩보보고 묵살, 직무범위 밖 민·관 무차별 사찰' 폭로에 대한 청와대 핵심부의 반박 내용을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일축했다.(사진=연합뉴스)

김 수사관은 20일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는 "내 첩보 보고서에 대한 청와대의 해명은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죄 없는 날 잡아가도 내 폭로가 팩트(사실)이기에 반드시 부작용이 있을 것"이라고 비판 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특히 "첩보 범위에 벗어난 동향 파악는 청와대에서 나만 한 게 아니다"라고도 했다. 

중앙일보와의 일문일답에서 김 수사관은 자신이 한국당에 첩보보고서 리스트를 줬는지에 대해 "내가 준 게 아니다. 난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언론에만 제공했다"고 부인했다.

'기업, 언론, 정치인, 교수 사찰이 자의적·자발적이었느냐'는 취지의 질의에는 "청와대 특별감찰반 업무 프로세스는 텔레그램(SNS의 일종)으로 시작한다. 동료(8명)가 있고 위에 우리를 지휘하는 데스크(사무관)와 이인걸 특감반장이 있다. 공개된 첩보 문건은 이들에게 텔레그램 등으로 '오케이' 사인을 받고 쓴 것이다. 대체로 외부에서 밥먹다 차 마시다가 들은 얘기를 텔레그램으로 보고하면 '보고서 써봐'라는 지시가 내려오는 식이었다"고 답변했다.
  
'청와대 상관의 지시가 텔레그램에 남아 있겠다'는 물음에는 "11월초 내가 청와대 감찰을 받기 전 이 반장이 내게 '휴대전화를 좀 달라'고 하더니 자신과 개인적으로 나눈 텔레그램을 지워버렸다. 당했다"고 회상했다.

'민간인 사찰 논란이 되고 있는 첩보는 김 수사관만 생산한 것이냐'는 질문에는 "나 말고 다른 특감반원도 우리 (감찰) 대상이 아닌 것을 청와대 첩보 양식에 맞춰 많이 썼다. 주로 제보자에게 들은 민간인 동향 보고 같은 것이었다"고 폭로했다.

민간인 첩보를 생산한 배경에 대해선 "내가 좋아하지도 않는 것을 왜 썼겠나. 다 윗선의 허락이나 선(先) 보고 후에 쓴 것"이라며, "일부는 먼저 알아보라고 지시가 내려온 것도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중앙일보가 '(조선일보 사주 일가와 관련) 코리아나 호텔사장 배우자 자살 관련 동향 보고를 해서 청와대가 (불법사찰이라고) 질책을 했다는데'라고 질의했을 때 김 수사관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정확히 기억이 난다. (보고서 작성은) 특감반 사무관이 내게 지시한 것"이라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조선일보의 취재동향 등) 언론 관련 첩보는 청와대에서 언론 사찰 소지가 있으니 작성하지 말라고 했다는데'라는 물음에도 "그것도 거짓말이다. 한번도 (청와대가) 그런 적 없다. 그렇게 혼났으면 15개월간 청와대에서 비슷한 첩보를 계속 올릴 수 있었겠나"라고 반박했다.

친여(親與)좌파성향 전성인 홍익대 교수가 VIP(문재인 대통령 지칭)를 사감(私感)으로 비난했다는 첩보를 보고받지도 못했다는 박 비서관의 주장 역시 "아니다. 이 특감반장에게 확실히 보고했다"고 받아쳤다.

이밖에 김 수사관은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비서관이 자신을 '궁지에 몰린 미꾸라지'라고 비하한 데 대해 "미관말직인 내 주장에 당황하는 것이다. 이건 팩트의 힘이다. 내 주장이 거짓이면 그렇게 흥분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청와대에서 19일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이 아닌 '공무상기밀누설' 혐의로 고발한 것에는 "혐의가 공무상 기밀누설이라고 한다. 웃긴 게 이건 바로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며 "지난해 7월 청와대에서 '박근혜 청와대'의 '캐비닛 문건'을 공개하면서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알린다'고 했다. 나야말로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알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이 사실규명을 할 수 있겠느냐'는 물음에 그는 "내가 잘못이 없는데 잡혀간다면 반드시 부작용이 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청와대는 계속된 거짓말로 외통수로 가고 있다. 자신들이 내 보고를 안 받았다고 하면 내 정보는 불순물로 청와대 기밀이 아니다. 반대로 보고를 받았으면 불법 사찰을 알고도 방치한 꼴이 된다"고 짚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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