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갈이' 현역 21명 중 김용태·윤상현·황영철 '수용' 입장 공개표명
홍문종·김정훈은 즉각 '불만'…홍문표·이종구·김재원 등 공개입장 없어
나경원 원내대표 "강한 유감" 김병준 비대위원장 "외부위원 고심 결과"
원외 차명진 "黨 쇄신 물꼬" 김문수 "김병준 비대위 폐해" 엇갈려
정규재 대표 "모처럼 칼질" 김행범 교수 "영입자 청산은?"…김성태 잔류에는 비판 한목소리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가 15일 당 조직강화특위의 심사 결과를 토대로 현역의원 21명을 포함한 79개 지역구 당협위원장 교체 안건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전국 당협 253곳 중 173곳은 잔류가 결정됐고, 한국당은 79곳에 대해 오는 18일~20일 영등포 중앙당사에서 사흘간 당협위원장을 공개 모집하기로 했다.

오는 2020년 제21대 총선을 1년 반도 채 안 남기고 당협위원장직 자격을 박탈한 것은 사실상 공천 배제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내년 2월 전당대회에서 선출될 차기 지도부가 당협위원장 임명, 공천권을 쥐겠지만 '비대위 인적쇄신'이라는 명분을 쉽사리 번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뒤따른다.

'교체 대상'이 된 현역 의원 중 일부는 즉각 반발했지만, 아직 비대위 인적쇄신 결정을 뒤집을 만큼의 여파는 일지 않았다는 평가다. 재야에서는 인적쇄신의 강도가 충분한지를 놓고 양론이 엇갈리고 있다.

1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기위해 김용태 자유한국당 김용태 위원장(오른쪽)과 이진곤 조강특위 외부위원이 회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1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기위해 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 김용태 위원장(오른쪽)과 이진곤 외부위원이 회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국당이 당협위원장직을 박탈했거나, 향후 재공모를 제한한다고 밝힌 현역 의원 21명은 ▲6선 김무성(부산 중구영도구) ▲5선 원유철(경기 평택시갑) ▲4선 김정훈(부산 남구갑), 이군현(경남 통영시고성군), 최경환(경북 경산시), 홍문종(경기 의정부시을) ▲3선 권성동(강원 강릉시), 김용태(서울 양천구을), 김재원(경북 상주시군위군의성군청송군), 윤상현(인천 미추홀구을), 이종구(서울 강남구갑), 홍문표(충남 홍성군예산군), 홍일표(인천 미추홀구갑), 황영철(강원 홍천군철원군화천군양구군인제군) ▲재선 이완영(경북 고령군성주군칠곡군), 이우현(경기 용인시갑), 이은재(서울 강남구병) ▲초선 곽상도(대구 중구남구), 엄용수(경남 밀양시의령군함안군창녕군), 윤상직(부산 기장군), 정종섭(대구 동구갑) 등이다.

이 중 당 사무총장으로서 조강특위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16일 페이스북에 공개한 공개 입장문을 통해 "당의 결정을 전적으로 수용할 수밖에 없다. 2008년 총선 출마 후, 내리 세번 씩이나 국회의원으로 당선시켜주신 양천을 지역을 떠난다"고 지역구민들에게 '고별 인사'를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나라와 국민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 정치로 그 은혜에 보답하겠다"고 밝혀뒀다. 김용태 의원은 김무성 의원이 좌장격인 비박(非박근혜)계, 탄핵 찬성-탈·복당파로 분류돼 왔다는 점에서 정치적 책임을 진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비박계 복당파' 황영철 의원은 "저는 당협위원장을 맡지 않겠다고 했고, 차기 총선 불출마도 선언했다. 이에 따라 (교체 결정이) 이뤄졌다고 본다"며 "쇄신을 미래로 가기 위한 디딤돌로 삼겠다면 그건 받아들여야 할 숙명"이라고 말했다.

사진=윤상현 자유한국당 의원 페이스북 캡처
사진=윤상현 자유한국당 의원 페이스북 캡처

제20대 총선 무렵까지 친박(親朴) 핵심으로 불리던 윤상현 의원도 16일 페이스북을 통해 "할말이 많지만 말을 아끼겠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의 분열, 두분 대통령 구속, 대선 참패에 저도 책임이 있다"며 "'과거 친박'으로서 이런 식의 3중 처벌(20대 총선 공천 배제, 당원권 정지, 당협위원장 배제)로라도 책임지라면 기꺼이 책임지겠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 결정이라면 따르겠다"고 밝혔다.

그는 "더 이상 과거 친박-비박 얘기 안 나왔으면 좋겠다. 친박은 '폐족'이 된 지 오래고 실체도 없다"며 "반문(反문재인)연대의 단일대오를 구축해서 대한민국의 가치를 지켜내는데 온몸을 바쳐 당을 위해 헌신하겠다"면서도 "책임질 건 책임지고 반성할 건 반성하고, 새로운 당원 윤상현으로 다시 태어나겠다"고 재기 가능성을 남겨뒀다.

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은 최근 정규재 펜앤드마이크(PenN) 대표이사 겸 주필과의 인터뷰에서 '친박계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못 지킨 죄가 탄핵한 죄만큼 크다'는 취지로 발언한 바 있다.(사진=PenN) 

반면 즉각적인 반발의 목소리 역시 나왔다.

친박계 중진 홍문종 의원은 15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당 개혁 운운할 때부터 나를 교체명단에 집어넣을 것으로 예상했다"며 "내가 친박계의 대표 인물인데 나를 어떻게 빼놓을 수가 있겠느냐"고 불만을 제기했다.

그는 또 "이번 발표로 비대위의 속셈이 그대로 드러났다"며 "당의 주인은 우리라는 생각에는 변화가 없고, 하루 이틀 더 생각해 보고 추후 행보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여당 시절 범(汎)친박계로 분류됐던 김정훈 의원도 같은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어이가 없다"며 "20대 총선 때 정책위의장을 했다고 총선 패배의 책임을 물리는 것 같은데, 정책위의장이 왜 그런 책임을 져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또한 "지금 이 시기에 그런 책임을 물리는 자체도 분명히 문제가 있다. 앞으로 진행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했다.

이밖에 비박계 복당파 일원이던 이종구·홍문표 의원이나 친박계 김재원 의원 등은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이들은 조강특위의 인적쇄신안 의결 전날인 14일까지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지역구 활동을 알리는 등 당협위원장직 배제를 예상치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

(왼쪽부터)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사진=연합뉴스)

임기 시작부터 당협위원장 교체 안건을 받아 든 나경원 원내대표는 15일 비대위 의결을 마친 직후 "우리 당이 단일대오로 투쟁하는 데 있어 많은 전사를 잃는 결과가 될 수 있어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며 "비대위원장에게 '의정활동을 열심히 해 구제될 수 있는 길 자체를 원천 차단하는 결정이 되면 안 된다'는 의사를 표시했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조강특위 의결권을 지닌) 외부위원들이 많은 고심을 했고, 그 고심의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이번 인적쇄신안을 두고 원외·재야에선 양론이 일고 있다. 

경기 부천시 소사구 당협위원장으로 '복직'한 차명진 전 재선 국회의원은 15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진곤·전주혜(조강특위 외부위원), 나는 이분들 개인적으로 모른다. 그러나 한국당 쇄신의 물꼬를 튼 분들로 보수정당사(史)에 길이 길이 기억될 것"이라고 호평했다.

차명진 전 의원은 "이분들이 제대로 사고쳤다. 친박, 비박 할 것 없이 종파분쟁의 우두머리들을 다 날렸다"면서 "김용태 사무총장이 정말 훌륭했다. 조강특위 위원장으로서 스스로의 목을 쳤다. 자신의 몸을 던져 분당론자들을 끌어 안고 뛰어내렸다. 그간 경위야 어쨌든 쉽지 않은 결단"이라고 덧붙였다.

정규재 펜앤드마이크(PenN) 대표 겸 주필은 15일 페이스북에서 "김무성 홍문종 최경환 권성동 윤상현도 그렇지만 김용태가 포함된 명단은 '모처럼 제대로 칼질했다'는 평가를 해 줄 만하다"며 "한국당이 새출발할 수 있는 발판은 일단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비박계 복당파, '최순실 국조특위' 위원장을 했던) 김성태가  제외됐다는 점은 괴이쩍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무성 홍문종 등은 이제 두 전직 대통령 석방 운동에 나서고 옥바라지를 열심히 하는 것으로 죄값을 치르기 바란다. 이제 보수 전체를 아우르는 '탄핵과 적폐 조사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당의 정강정책을 제대로 다듬어서 새출발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자유한국당 소속 김문수 전 재선 경기도지사는 12월16일 페이스북을 통해 당 비상대책위원회의 전국 253개 당협 중 79곳 교체 결정을 계기로 강한 비판을 제기했다. 

하지만 강도 높은 비판 역시 제기됐다. '김병준 비대위'의 조치의 정당성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하는 한편 '복당파 쇄신'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김문수 전 재선 경기도지사는 16일 페이스북을 통해 "한국당 비대위가 남긴 폐해가 쓰나미처럼 지나가고 있다"고 일갈했다. 그는 "'노무현 청와대'의 정책실장 김병준을 비대위원장으로 모셔와서 몇달간 죽을 쒔다. 당내 민주주의를 죽여버렸다"며 "당협위원장 전원 해임·선별 제거·재임명 과정에 객관성·투명성·정당성·민주성을 다 죽여버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신임 나경원 원내지도부가 범여권과 국회의원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국회의원 정수 늘리기 안(案)을 큰 틀에서 합의한 데 대해 "동떨어진 행보에 국민들은 절망하고 있다"고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김행범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도 같은날 "한국당 개혁안은 불합격"이라며 "비대위는 자신의 조직을 생겨나게 해 줬고 그 위원장을 영입해준 자를 절대 청산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무성을 포함해 21명을 몰아내며 김성태는 빼주는 개혁안에 축출될 의원 및 남은 의원 중 몇이나 동의할까"라며 "적어도 김성태도 물러나고 조직개편 직후 비대위와 조강특위도 사라지고 적극적으로 새 인물 영입을 하면 희망이 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김성태 전 원내대표뿐만 아니라 최순실 국조특위 위원으로서 '설쳤던' 장제원 의원도 교체 대상이 됐어야 한다는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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