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이태원 핼로윈 대규모 압사 사건'이 지난 29일 벌여져 현장 사고수습이 한창인 가운데, MBC PD수첩이 30일 '당국의 사전 대응관련 문제점에 대한 제보'를 받겠다고 밝혔다가 2시간만에 '관계자분들의 제보'로 수정 공표하는 모습이 포착돼 눈길이 쏠리고 있다.
최초 상황은 이렇다. 'PD수첩'은 이날 오전 11시경 SNS를 통해 노란색 공지글로 "이태원 할로윈데이 사고 관련 현장 목격자, 실종자 가족, 당국의 사전 대응 관련 문제점에 대한 제보를 기다립니다"라고 밝힌다.
그런데, 이에 대해 네티즌들의 비판이 쏟아졌고 이날 오후 2시경 "이태원 핼로윈데이 사고 관련 현장 목격자, 실종자 가족 및 관계자분들의 제보를 기다립니다"라는 글로 수정해 재공지했다. 최초 '당국의 사전 대응 관련 문제점'을 제보받겠다고 했다가 '관계자 분들'로 수정한 것이다.
PD수첩의 제보 방향이 최초 '당국 사전 대응 문제'였다가 '관계자'로 바뀌었다는 점에서, 사전 가이드라인이 있었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네티즌들 사이에 터져나왔다. 일부 네티즌들은 "이미 결론을 내놓고 있다는 것이냐"라는 반응을 보인 것.
소방당국에 따르면 용산 이태원 참사는, 지난 29일 저녁 10시20분경 최초 신고가 접수돼 30일 정오까지 150여명이 넘게 사망하고 부상자 또한 80여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시에 접수된 실종신고 건수는 이날 오후 2시 기준으로 3천580건을 넘기고 있다. 경찰은 이번 참사에 대해 서울경찰청장을 본부장으로 한 경찰재난대책본부 및 수사본부를 구성해 사건 수습에 돌입한 상태다.
그런데, 이처럼 아직 사건은커녕 피해자 수습이 완료되지도 않은 이날 오전 MBC PD수첩이 먼저 "당국의 사전 대응관련 문제점에 대한 제보를 받겠다"라고 밝힌 것이다. 참사 발생에 따른 피해 대응보다 참사의 원인이 규명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정부책임론'을 부각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일부 네티즌이 직접 제기했고, 이날 곧장 '관계자들의 제보'를 기다리겠다는 문구로 수정된다.
앞서 같은 날 오전,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 민주연구원의 남영희 부원장 또한 사고 수습이 되지도 않은 가운데 이 사건 원인을 용산 대통령실의 청사 이전 때문이라고 주장해 뭇매를 맞았다. 사고 수습 중인 대형 참사에 대해 '팩트체크' 즉 사실 확인 과정 절차도 밟지 않은 상태에서 무턱대고 정부 탓이라고 발언했던 것.
남영희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30일 오전 자신의 SNS를 통해 "이태원 참사는 청와대 이전 때문에 일어난 인재(人災)"라며 "이 모든 원인은, 용산 대통령실로 집중된 경호 인력 탓"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남영희 부원장은 곧장 "졸속 결정해 강행한 청와대 이전이 야기한 대참사"라면서 "서초동 아크로비스타에서 출퇴근하는 희귀한 대통령 윤석열 때문이며, 윤석열 대통령이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고 주장했다. 사실확인이 채 완료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불특정 다수를 향해 미확인정보를 유포했을 경우, 자칫하다간 '허위사실유포(虛僞事實流布)' 등의 문제를 자초할 수 있다. 심지어 남 부원장은 더불어민주당 당원존 소통관장이라는 직책을 맡고 있는 상황.
'허위사실유포행위'는 형법·공직선거법·전기통신기본법 등 여러 분야의 현행법상으로 엄연한 범죄행위다. 지난 2008년 4월29일자 MBC PD수첩의 '긴급취재,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보도에서 비롯된 광우병 논란이 대표적인 사례다.
결국 논란으로 비화되자 남영희 부원장은 해당 글을 자신의 SNS에서 삭제하는데, MBC PD수첩도 슬그머니 '당국 사전 대응'이라는 문구를 '관계자 제보'로 수정하기에 이른다.
한편, 이번 이태원 압사 참사 현장의 피해자 수습 간 신원 파악이 늦어지면서 실종신고가 폭주하고 있다. 서울시가 밝힌 실종자 접수 신고번호는 120 서울다산콜센터(02-120)를 포함해 02-2199-8664~8678, 02-2199-5165~5168 등 20개 번호로 실종자 접수가 가능하다. 현장 방문 접수 장소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주민센터 3층(용산구 대사관로 5길 1)이다./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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