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섭 칼럼] MBC의 자막조작 사건: 정언유착 의혹 받는 최악의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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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승인 2022.10.03 14:14:00
  • 최종수정 2022.10.04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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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뉴욕 사담(私談)은 잡음이 많고 불분명한데 제대로 된 확인 없이 자막을 조작하여 보도한 MBC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 더구나 MBC에서 방송도 나가기 전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원내대표가 당내회의에서 이 내용을 언급하여 정언(政言) 유착 의혹사건으로 비화되고 있다. 실체가 하나씩 드러나면서 이번 MBC의 자막조작 사건은 단순한 실수나 오보가 아니라 좌파세력들의 ‘정권 흔들기’를 넘어 ‘정권 뒤엎기’ 차원의 작전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MBC는 이번 자막조작 사건과 관련하여 자신들의 잘못에 대한 사과보다 대통령의 막말에 대한 사과가 먼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막말 논란은 정치문제’이고, ‘조작 보도는 언론문제’이다. 언론문제와 정치문제는 구분해서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더구나 ‘막말 논란’은 일시적일 수 있지만 ‘조작 보도’는 MBC의 신뢰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고, MBC와 민주당의 유착의혹은 사실로 확인될 경우 후폭풍이 클 수 있는 사안이다. 따라서 본고는 ‘막말 발언’에 대한 논란보다 저널리즘의 원칙 관점에서 MBC의 자막조작 사건을 살펴보고자 한다.

MBC가 불분명한 내용에 대해 단정적인 자막을 넣어 왜곡과 조작 야기

MBC의 자막조작 사건은 윤석열 대통령이 한국시각으로 지난 9월 22일 오전 5시 뉴욕에서 시작된 글로벌 펀드 재정회의에 참석 후 나오면서 측근들과 한 발언이 담긴 5초 내외의 음성을 MBC가 “(미국)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X팔려서 어떡하나?”로 자막을 넣어 최초 보도한 것이 발단이 되었다. 이에 대해 김은혜 홍보수석비서관은 다음날 “이 XX들” 표현이 미국 의회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 우리 국회 야당을 의미한 것이고, “바이든이”라는 말은 “날리면”이었다고 해명했다.

음성인식 전문가인 성원용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명예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 발언을 음성인식기에 넣어보았으나, 시험한 어떤 음성인식기에서도 ‘바이든’이라는 단어는 찾을 수 없었다”고 했다. 그리고 “가장 정확한 네이버 클로버 음성인식기의 경우 나오는 답은 ‘신인 안 해주고 만들면 쪽 팔려서’이다”라고 하면서 “윤대통령 발언에서 ‘바이든’이라는 단어는 인식되지 않는다”고 했다. 또한 성교수는 “윤대통령의 뉴욕 발언은 잡음이 많고 불분명한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자막대로 듣는다”며 이는 “자막이 매우 선명한 사전정보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MBC의 오디오 전문 엔지니어도 “소음을 제거하고 오디오만 잘 살린 동영상을 들으면 ‘바이든’이 들리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동영상 파일을 공개했다. 이 파일에 따르면 ‘닻내림 효과(anchoring effect)’ 즉, “사람들이 어떠한 판단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초기에 제시된 정보에 의해 꽂히게 하여 그릇된 주장을 받아들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MBC가 ‘국회’를 ‘(미국) 국회’에 꽂히게 하여 ‘리믄’을 ‘바이든은’으로 들리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MBC노조(오정환 위원장)는 “과학적으로 분별성이 없는 음성을 오염된 선입견을 따라 언론사들이 앞다퉈 자막을 넣어 보도한 것이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MBC가 불분명한 내용에 대해 단정적으로 자막을 넣어 왜곡과 조작을 야기했다. 존재하지도 않는 “(미국)”이라는 자막을 넣은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조작’이고, “XX”라고 자막을 처리함으로써 욕설을 한 것으로 낙인찍은 것은 ‘왜곡’이고, ‘바이든’이라고 자막으로 단정한 것도 ‘왜곡’이 될 수 있다.

저널리즘의 기본원칙을 어긴 최악의 뉴스

미국 언론계에서 수많은 현장의 언론인과 언론학자간에 수년간 치열한 논의를 거쳐 저널리즘 원칙을 정리한 책이 <저널리즘의 기본원칙(The Elements of Journalism)>이다. 이 책은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저널리즘 교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여기서 정리한 저널리즘의 10가지 원칙 가운데 제 1원칙은 “가장 혼란스러운 원칙인 저널리즘의 진실”, 제 2원칙은 “저널리즘이 가장 충성을 바쳐야할 대상은 시민들”, 제 3원칙은 “저널리즘의 본질은 사실 확인의 규율”이라고 했다.

또한 이 책은 ‘진실에는 사실 확인이라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보고, 사실 확인을 위한 원칙으로 ① 추가하지 말라, ② 속이지 말라, ③ 투명하라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 원칙에 비추어 볼 때 이번 MBC 자막조작 사건은 없는 내용을 자막을 넣어 수용자를 속였고, 그 취재방법이나 동기가 지극히 불순했을 뿐만 아니라,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고 사전에 결론을 내려놓고 끼워 맞췄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저널리즘의 기본원칙을 어긴 최악의 뉴스로 세계 언론사에 기록될 만하다.

MBC와 민주당의 정언유착, 이념공동체 의혹

지난 9월 22일 오전 10시 7분 MBC의 자막조작 사건이 첫 방송으로 나가기 전에 민주당 이동주 의원의 최지용 비서관에게 영상과 워딩이 전달된 정황이 드러났다. 지난 9월 27일 MBC노조는 성명을 통해 “민주당의 일개 의원 비서관이 어떻게 대통령실 출입기자단의 비공개 영상과 워딩을 갖고 있었는지 그리고 보도유예(엠바고) 상황과 MBC의 보도여부를 알고 있었는지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정책조정회의에서 MBC 보도에 앞서 자막조작 사건 영상을 언급하며 “막말 사고 외교로 국격 실추” 관련 내용을 최초로 공개했다. 대통령실 출입기자단의 풀 최종본이 언론에 배포돼 엠바고가 해제된 시점(9시 39분)보다 6분 빨리 나온 발언이었다. 타 언론사는 박홍근 원내대표의 발언내용을 9시 54분부터 보도하기 시작했다. 이에 MBC노조는 “1보 전쟁이 치열한 언론사들도 대부분 당시까지 해당 영상을 몰랐거나 확인 중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일련의 정황이 드러나면서 MBC가 민주당과 유착되었다는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심지어 MBC와 민주당은 ‘이념공동체’라는 비판까지 받고 있는 실정이다. 만약 MBC가 민주당과 유착되었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이는 MBC의 정체성과 정당성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사태가 될 수 있다.

자막조작 사건의 진실 밝히는 프로젝트가 MBC 정상화의 단초가 되길

이번 MBC의 자막조작 사건은 정언유착 의혹을 받으면서 양극화된 사회의 갈등을 더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다시금 MBC가 공영방송으로서의 존재이유에 의문을 갖게 했다. MBC는 언론탄압을 주장하고 대통령 사과를 요구하기 전에 저널리즘 원칙에 비추어 잘못이 있다면 사과하고 책임을 지는 것이 국민의 신뢰를 얻는 길일 것이다. 그러나 민노총 언론노조 출신들이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MBC의 경영진들은 이번 자막조작 사건에 대해 반성은커녕 조작방송 관련자들을 지키겠다고 한다.

현재 이 사건은 검찰에 고발되어 있다. 수사에 의해 어떤 과정을 거쳐 자막조작이 일어났고, 또 어떻게 정치권에 그 내용이 사전에 흘러갔는지 등에 대해 밝혀질 것이다. 우리는 지난 2008년 MBC가 주도한 광우병 조작방송으로 인해 엄청난 국력 손실을 초래한 사실을 생생히 기억하고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번 MBC의 자막조작 사건은 최악의 뉴스로 평가받고 정언유착 의혹까지 받고 있다. 이번 사건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프로젝트가 MBC를 정상화시키는 단초가 되기를 기대한다.

황우섭 객원칼럼니스트 (미디어연대 상임대표, 전 KBS 이사, mirific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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