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에게 뇌물 준 한만호의 과거 동료 재소자 “검찰의 위증교사 있었다” 진정 제출
대검찰청, 중앙지검 소속 인권감독관에게 진정 관련 조사 지시...사건 재배당될 수도
여권, ‘한만호 비망록’ 통하지 않자 사기·마약 전과 재소자들 증언에 기대는 모습
여권, ‘한명숙 무죄론’ 주장하며 검찰 때리기...추미애 “제편 감싸는 檢은 공수처 수사 대상”

불법 정치자금으로 대법원에서 2년 징역 판결을 받은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해 무죄를 주장하는 더불어민주당의 압박에 못 이겨 검찰은 당시 수사 과정에서 관계자를 대상으로 인권침해 등이 있었는지를 조사하라고 서울중앙지검 소속 인권감독관에게 지시했다./사진 = 박순종 기자

한명숙 전 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에 대한 재수사론이 여권에서 강풍처럼 불고 있다. 한 전 총리의 유죄를 유도하기 위해 검찰이 뇌물을 공여한 당사자 고(故)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를 회유하고 압박했다는 의혹 때문이다. 대법원의 만장일치 유죄 판결까지 난 이 사건을 180석이라는 초유의 거대 야당이 뒤집기를 시도하자 결국 검찰도 해당 의혹을 담은 진정과 관련해 조사에 착수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소속 인권감독관에게 한 전 총리 재판 당시 법정 증인으로 섰던 최모씨에 대해 인권침해 등이 있었는지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최씨가 4월 법무부에 ‘(한명숙 사건 수사) 당시 검찰의 위증교사가 있었다’는 취지의 진정서를 냈고, 대검찰청은 이 진정을 같은 달 29일 중앙지검으로 이첩했기 때문이다. 인권감독관에게 강제수사권은 없지만 조사 후 필요성이 제기되면 해당 검찰청에 사건 재배당을 요청할 수 있다.

최씨는 한 전 총리에게 9억원을 줬다고 검찰에 최초 진술했다가, 법정에서 돌연 이를 번복한 한씨의 구치소 동료 수감자였다. 최씨는 2011년 한 전 총리 재판 당시 한씨가 구치소에서 ‘검찰 진술이 맞지만 법정에서 뒤엎겠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최근 당시 검찰로부터 위증교사를 받았다며 9년 만에 입장을 바꾸고 법무부에 진정을 냈다. 검찰의 압박을 받아 거짓으로 한 전 총리와 한씨에게 불리한 증언을 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당시 사건을 수사했던 검찰 수사팀은 최근 32입장문을 내고 “최씨는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자발적으로 진술했다. 그 내용은 모두 조서에 기입돼 있다”고 반박했다.

이러한 움직임에 맞물려 여권 인사들은 검찰을 겨냥해 비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날 MBC 뉴스데스크에 출연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최씨의 진정에 대해 “상당히 제대로 된 조사가 아니면 안 된다. 이것을 그냥 진정 정도로 가볍게 봐서는 안 되고 누구나 납득할 만한 그런 조사여야 한다”고 했다. 지난달 29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도 “한 전 총리 사건의 재수사가 필요하다. 검찰의 수사 관행에 문제가 제기됐다면 예외 없이 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못했거나 제 식구를 감쌌거나 하는 그런 사건은 공수처의 수사 대상이 될 것”이라며 한 전 총리 수사팀을 암시했다.

한 전 총리는 한씨로부터 9억원을 받은 혐의로 2015년 대법원에서 징역 2년 판결을 받았다. 그럼에도 최근 일부 좌파성향 매체는 ‘검찰 강요로 허위 진술을 했다’는 한씨의 옥중 비망록을 보도했고, 여권은 이를 받아 ‘한명숙 무죄론’에 불을 지폈다. 그러나 이 비망록은 9년 전 검찰이 위증 증거로 법정에 제출한 문건이다. 법원도 들여다본 뒤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면서 법적 단죄를 내렸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여권은 이제 사기나 마약 혐의로 현재까지 수감 중인 당시 한씨의 동료 재소자들의 진술을 근거로 한 전 총리의 무죄론을 주장하고 있다. 다 꺼진 잿더미에 불화를 피우려는 모양새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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