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北관광, 한미 워킹그룹 협의하자'는 美해리스엔 "조선총독" "대북정책은 韓 주권" "대단히 부적절" 총공세했던 당정청
신임장 제정도 안 받은 中대사 이례적 기자회견 자청해 "입국금지는 WHO 따르라" 주권침해 발언해도 침묵
靑은 "그런 내용 있었냐" 모르쇠, 해리스 직접 공격하던 송영길은 "中대사 무슨말 하든..." 평가 회피

지난 2017년 12월 문재인 대통령의 첫 중국 방문 당시 '중국몽 추종 논란'을 일으킨 발언.(사진=채널A 보도화면 캡처)

지난달 문재인 정권의 독단적 대북 관광재개 강행 움직임에 '국제사회 및 미국 독자제재를 위반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한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에게 한·미 협의 약속을 깨고 일제히 '내정간섭' 프레임을 씌우던 청와대·정부·여당이, 임명장도 받지 않은 채 '중국 폐렴' 계기 한국의 방역주권 침해발언을 한 주한중국대사의 태도에는 침묵과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 집권세력의 친북(親北) 못지 않은 친중(親中) 사대주의, 이중잣대 논란이 한층 확산될 전망이다.

앞서 싱하이밍 신임 주한중국대사는 전날(4일) 이례적으로 신임장 제정 전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이때 싱 대사는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발발한 폐렴 유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관련, 중국 후베이성에만 국한해 이곳을 방문한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한 한국 정부의 조치를 놓고 "제가 많이 평가하지 않겠다"고 불쾌한 기색을 드러낸 뒤 "세계적이고 과학적인 것은 세계보건기구(WHO) 근거인 만큼 이를 따르면 되지 않을까 한다"고 발언했다.

친중성향으로 익히 알려진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이 연일 중국의 조처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심각하게 해외로 확산되는 것을 막았다고 중측을 치하하는가 하면, 비상사태 '늑장 선포' 논란을 일으키고, 타 국가의 중국인 입국 금지 조치가 불필요하다는 주장을 펴 온 가운데 한국 정부에게 이를 따르라고 간섭한 셈이다. 노골적인 '방역주권 침해'라는 논란이 확산되는 배경이다.

싱하이밍 신임 주한중국대사가 지난 2월4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주한중국대사관 본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관련해 자국 정부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싱하이밍 신임 주한중국대사가 지난 2월4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주한중국대사관 본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관련해 자국 정부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그러면서도 싱 대사는 "중국 정부는 전면적이고 엄격한 조치를 하고 있다. 공개적이고 투명하고 책임 있는 태도로 국제사회와 협력 중"이라며 "중한 양국은 우호적 이웃이며 인적 왕래가 밀접하다. 서로 이해하고 지지해주면 고맙겠다"고 자국 입장만 강조했다.

싱 대사는 우리나라 전세기를 통한 우한교민 철수에 대해서도 "중국 정부의 큰 도움이 없었다면 한국 국민이 그렇게 빨리 돌아올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중측의 일방 조치로 우한 교민들을 실어 나를 전세기를 당초 계획한 2대에서 1대로 줄여 운용할 수밖에 없었고, 한나절 이상 출발이 지연됐던 것과는 동떨어진 '생색내기' 발언이었다.

전세계 다른 나라들도 중국인 입국금지 등의 조처를 취하고 있음에도 이례적으로 공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정부를 특정해 불만을 제기했다는 점에서도, 야당을 중심으로 "내정간섭"이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2월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국 폐렴' 계기 당정청 협의회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발언하는 중 정세균 국무총리(왼쪽)가 경청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하지만 당정청은 싱 대사의 노골적 내정간섭에 대해 사실상 묵묵부답이다. 

지난 1월 정부의 남북협력 추진 사업과 관련 '향후 제재를 촉발할 수 있는 오해를 피하려면 한미 워킹그룹을 통해 다루는 게 낫다'고 언급한 해리스 대사에 대해 근거 없이 일제(日帝)를 엮어 "조선 총독"마저 운운하며 비난했던 것과 극히 대조적이다. 해리스 대사를 겨눈 "조선 총독" 프레임은 제도권 정치인들에 앞서 북한과 종북세력에서 먼저 비롯됐기도 하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4선 중진 송영길 의원은 "의견 표명은 좋지만, 우리가 대사가 한 말대로 따라 한다면 대사가 무슨 조선 총독인가"라고 비판하면서 "대사로서의 위치에 걸맞지 않은 좀 과한 발언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같은 당 3선 중진 설훈 의원도 "해리스 대사가 우리 정부의 남북관계 진전 구상에 대해 제재 잣대를 들이댄 것에 엄중한 유감의 뜻을 표명한다"며 "내정간섭 같은 발언은 동맹 관계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공개 비난했다.

6.25 전쟁 침략자로서 대치 중인 북한 정권의 핵 보유에 따른 국제사회와 미국 독자 제재가 엄연히 작동 중인데도, '대북 퍼주기'로 오용될 수 있는 정책들을 남발해놓고 '내정'이자 '주권문제'일 뿐이라고 강변한 셈이다.

당시 통일부도 이상민 대변인을 통해 "대북정책은 대한민국의 '주권'에 해당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고 미측과 각을 세웠다. 익명의 청와대 관계자까지 해리스 대사 발언을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언론을 통해 폄하하는 등 비난여론전의 배후임을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싱 대사의 방역주권 침해 발언을 두고는 당정청이 모두 침묵하고, 부득이하게 행한 언론 인터뷰에선 '모르쇠'와 '말 돌리기'로 일관하는 모습이다.

익명의 청와대 관계자는 4일 싱 대사의 'WHO 권고대로 발언' 관련 출입기자단의 질문에 "그런 내용이 있었느냐. 어떤 내용인지 못 봤다"고 모르고 있던 것처럼 반응했다. 이 관계자는 "중국 대사는 한·중이 이 문제를 긴밀하게 협력해서 풀자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안다"며 "전체적 맥락을 이해해 달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민주당이 대중(對中) 입국금지 지역 확대를 청와대에 요청했다는 언론 보도를 두고도 "당은 '정부와 전문가가 판단할 몫'이라는 의견인 것으로 안다"며 "당에서 입국금지를 확대하자는 요청을 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공식적으로 요청한 바가 없다"고 부인하기에 급급했다.

(왼쪽부터)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연합뉴스)

뒤이어 5일 송영길 의원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가운데, 진행자가 싱 대사의 '한국이 취한 조치에 대해서 제가 많이 평가하지 않겠다. 그러나 WHO의 근거에 따르면 되지 않을까 한다' 발언을 직접 소개하며 "어떻게 평가하시냐"고 묻자 "그 발언은 저희 정부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거라고 보여진다"고 반응했다.

이어 "그 대사의 발언은, 어느 대사의 발언이든간에 우리가 참고할 수는 있지만 우리가 그들에게 구속되는 것은 아니지 않냐"고 덧붙였다. 발언 내용에 대한 '직접 평가'를 요구받았지만 애써 회피한 셈이다.

그는 "추이톈카이 주미중국대사도 (포럼에서) 미국의 조치를 비판하는 이러한 발언을 했다"고 '한국 주권침해' 논란과 무관한 정황을 거론하는 등 '물타기'에 나서기도 했다.

진행자가 '신임장 제정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싱 대사가 기자회견을 연 것은 어떻게 봐야 겠느냐'고 질의했을 때, 송 의원은 "아무래도 지금이 긴급 상황이기 때문에 그러한 입장을 알리려는 것이 아닌가"라며 "우리 정부의 조치와 우리 국민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도 한 것 아니냐"고 강변했다.

진행자는 거듭 'WHO의 입장을 앞세웠다는 것은 우리나라 방역주권과 검역주권에 대한 불만표시 내지 간섭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는 지적을 내놨다.

그러자 송 의원은 "우리가 전혀 거기에 대해 영향을 받지 않고 자주적으로 결정한 것 아니겠느냐"는 논리로 평가를 거듭 피해갔다.

답변이 만족스럽지 않았던 듯 진행자는 '제가 여쭤본 것은...', '제가 왜 이걸 거듭 여쭤보느냐 하면'이라고 언급하며 구체적 답변을 요구했다.

송 의원 본인이 해리스 대사에겐 "조선 총독이냐"고까지 반발했는데 현재 싱 대사 발언에 대한 반응과 온도차가 크다는 취지였다.

그러자 송 의원은 "그건 온도의 문제가 아니"라면서 '해리스 대사든 싱 대사든 대사의 발언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지금 (중측) 외교부라든지 정부당국이 공식 발표한 것도 아닌데"라며 "우리가 거기에 구속되거나 귀속되는 게 아니다. 자주적으로 판단하는 원칙은 똑같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진행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사는 자국 정부를 대리해서 입장을 밝히는 사람으로 해석하는 게 상식이기 때문에 질문드린다'고 했다.

송 의원은 그러나 "주미중국대사도 같은 입장을 밝히니까 중국 입장에선 상당히 다급한 것 아니겠냐"면서 "국민 보호를 위해서 이번에 후베이성 결정에 대해 우리가 주권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라고 생각이 들고, 이것은 중국 정부도 이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짐작을 내놨을 뿐이다.

그러자 진행자는 "싱 대사가 무슨 말을 하든 우리는 방역주권을 정확히 행사하면 된다는 말씀으로 의원 말씀을 이해하면 되겠느냐"고 정리했고, 송 의원은 그제서야 "당연하다"고 했다.

송 의원은 중국 입국금지 대상지역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에 관한 의견을 묻자 "그때는 지금 판단하기 어렵다"면서 "보건복지부 장관 보고를 들어보니까 어제 모든 중국 입국자들에 대해서 입국할 때 핸드폰으로 현장에서 전화해서 핸드폰이 걸리면 그걸 확인하고 통과시키고 있고, 앱(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서 실시간으로 자기 상태를 보고하도록 앱을 다 설치시키고 보고가 들어가지 않으면 바로 추적될 수 있도록 통제하고 있다"고 답했다.

'입국자에게 그런 앱을 설치하도록 하고 있느냐'는 물음에는 "지금 앱을 개발 중"이라며 "이틀 사흘 내에 개발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관련기사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