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NHK 방송 프로그램 ‘일요토론’에 출연, 징용공 문제 관련 지난 2018년 대법원 판결과 그 진행 경과에 재차 우려의 뜻 표명
“한일 관계의 기초인 한일 기본조약과 청구권협정을 우선 지키라...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교제할 수 없다”...징용공 문제 관련 日 정부 태도에 변함 없어
지난 1965년 체결된 ‘한일 청구권협정’, 일본 민간인들이 남기고 떠난 재산에 대해서 日도 對韓 청구권 주장하지 않기로 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12일 오전 방송된 NHK 프로그램 ‘일요토론’에서 일본제철 등 일본 기업의 압류된 한국 내 자산의 현금화와 관련해 우려의 뜻을 밝혔다.(이미지=NHK ‘일요토론’ 공식 웹사이트 캡처)
문재인 대통령과 악수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아베 총리는 12일 오전 방송된 NHK 프로그램 ‘일요토론’에서 일본제철 등 일본 기업의 압류된 한국 내 자산의 현금화와 관련해 우려의 뜻을 밝혔다.(사진=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12일 NHK 방송 프로그램인 ‘일요토론’을 통해 일본제철 등 일본 기업의 압류된 한국 내 자산의 현금화와 관련해 우려의 뜻을 밝혔다.

사전 녹화를 거처 12일 오전 방송된 이 프로그램에서 아베 총리는 한국 법원이 진행하고 있는 일본 기업들의 압류 자산 현금화 움직임을 두고 “(한일) 청구권협정에 명확하게 위반되는 행위”라고 지적하고 “그런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약속 속에서 한일 관계를 쌓아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한일 관계의 기초인 한일 기본조약과 청구권협정을 우선 지키라고 강하게 요구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우리 대법원은 지난 2018년 10월 ‘태평양전쟁 시 조선인 노무동원’(소위 ‘징용’)의 피해자임을 주장한 여운택 씨 등 원고들에게 관련 일본 기업이 각 1억원을 보상해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이어 우리 법원은 대법원의 판결에 응하지 않은 일본제철 등 관련된 일본 기업의 국내 자산을 압류했고, 지난해 5월부터는 압류 자산의 매각·현금화 절차에 착수했다.

아베 총리가 출연한 2020년 1월12일 방송의 프로그램 내용 소개.(이미지=NHK 공식 웹사이트 캡처)

이 자리에서 아베 총리는 “청구권 협정이 지켜지지 않는, 국가 간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상황을 확실히 바꾸도록 할 필요가 있다”며 “나라 대 나라로 교제함에 있어서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교제할 수 없으니, 그런 계기를 확실히 만들어 달라고 강하게 요구하고자 한다”며 “앞서 (중국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도 그것을 (문재인 대통령께) 말씀드렸다”고도 했다.

지난 1965년 박정희 정부 시절 한일 양국 사이에 체결된 ‘한일 청구권협정’은 한일 양국 국민이 상대 체약국에 대해 청구권을 더 이상 제기하지 않을 것을 정하며 해당 문제가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고 정한 바 있다. 당시 우리나라는 일본에 대해 식민지 피해 보상과 ‘태평양전쟁 시 조선인 노무동원’에 동원된 한국인들의 미불 임금에 대한 채권 등을 주장했다. ‘한일 청구권협정’의 체결로 우리나라는 일본으로부터 무상 3억달러의 경제 원조와 함께 유상 차관 2억달러, 상업차관 3억달러 등 총합 8억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수혈할 수 있게 됐다.

일본은, ‘한일 청구권협정’의 체결과 동시에, 한국이 일본에 대해 더 이상 채권을 주장하지 않기로 했으며, 일본 역시 조선으로부터의 ‘히키아게샤’(引揚者·조선과 만주국 등 1945년 당시 일본의 식민지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가 본국으로 철수한 일본인들의 총칭)들이 한국에 남기고 떠난 민간 재산에 관해 한국에 대해 그 채권을 주장하지 않기로 양국이 약속했다는 입장이다. ‘히키아게샤’들이 남기고 떠난 민간 재산은 미군정에 귀속됐다고 해서 ‘귀속재산’이라고도 하고 ‘적산’(敵産)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데, 1945년 해방 당시 일시적으로 미군정에 귀속됐다가 이를 넘겨받은 이승만 정부 아래에서 민간에 불하(拂下)됐다.

하지만 우리 사법 당국은 개인 차원의 대일(對日) 청구권은 남아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역시 ‘삼권분립’(三權分立)의 원칙을 근거로 사법부(司法府)의 판단에 행정부(行政府)가 관여할 수 없다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간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에 대해 ‘한일 청구권협정’의 준수를 촉구하며 한국 법원에 의해 압류된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자산의 현금화를 적극적으로 반대해 왔다.

한편, 압류 자산의 현금화 문제와 관련해, 일단 한국 측이 ‘현금화’를 실행하게 된다면, 일본 정부 측으로서도 ‘물러설 명분’을 완전히 읽게 돼, 한일 관계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될 것이라는 전문가 지적도 있었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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