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이번 ‘한·일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내용 중 3분의 1 정도가 ‘징용공 문제’ 관련”
아베 日총리, “압류된 일본 기업의 자산이 현금화되는 사태는 피해야만 해” 文에 경고
“일단 현금화 조치가 취해지고 나면 아베 총리로서는 물러설 명분 사라져” 전문가 지적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한·일 정상회담’ 종료 직후 ‘내·외신 기자회견’을 열고 ‘제8회 한·일·중 정상회의’에서 논의된 내용들에 대한 브리핑을 했다.(사진=일본 내각부 홍보실) 

“일본으로서는 주장할 것은 주장했다”

‘한·일 정상회담’이 끝난 후 있은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태평양전쟁 시 조선인 노무동원’(소위 ‘징용’) 문제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기존의 일본 측 입장을 확실히 전달했다는 사실을 이같이 표현으로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과의 양자 회담 자리에서 아베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징용공 문제’와 관련해 현재 진행중인 ‘징용’ 관련 일본 기업들의 한국 내 압류 자산 현금화를 중지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져 국내·외 언론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일본 측 설명에 따르면, 이번 ‘한일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내용 가운데 3분의1 정도가 ‘징용공 문제’와 관련된 것이라고 해, “양 정상이 입장차를 확인했다”고만 한 청와대 브리핑 내용과 큰 차이를 보였다.

다수의 일본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담에 임해 “압류된 일본 기업의 자산이 현금화되는 사태는 피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지난 5월부터 소위 ‘징용 문제’와 관련된 일본 기업인 ‘일본제철’(옛 신닛테쓰스미킨·新日鐵住金)의 압류된 국내 자산을 우리 법원이 현금화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데 대해 일본 측은 해당 절차를 중지하라며 크게 반발해 왔으며, 이번 회담에서도 아베 총리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일본 측 입장을 재확인시킨 것이다.

지난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을 통해 한·일 양국 사이의 모든 채무 관계가 완전하며 최종적으로 청산됐다는 입장인 일본 정부는 지난 10월 한국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징용공 피해자 배상 판결’을 ‘국제법 위반’ 상태로 보고 그간 한국 정부에 시정(是正)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삼권분립의 원칙’에 입각해 사법부(司法府)의 유권 해석에 행정부(行政府)가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상태이며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은 이같은 입장을 바꿀 의사가 없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아베 총리에게 “이 건에 대한 한국 측의 입장은 되풀이해 말하지 않겠지만, 해당 문제의 해결이 중요하다는 것은 스스로도 인식하고 있다”며, “문제를 조기에 해결하고자 한다”고 답했다. 이어서 문 대통령은 “우리(한국)로서도 문제 해결을 위해 외교당국 간 의사소통을 이어갈 용의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별도의 새로운 제안을 내놓지는 않았으며, 지난 18일 한국 국회에서 발의된 ‘문희상 해결안’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일본 측은 설명했다.

‘징용공 피해자 배상 판결’이란 자신들이 소위 ‘징용 피해자’라고 주장하며 김규수·신천수·여운택·이춘식 씨 4명이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재상고심에서 지난해 10월30일 우리 대법원이 ‘일본제철’에 대해 김 씨 등 원고 4명에게 각 1억원씩 배상하라고 한 판결을 말한다.

하지만, 압류 자산의 현금화를 멈추는 것이 일본 정부가 요구하는 ‘마지노선(線)’이며, 일단 현금화 조치가 취해지고 나면 아베 총리로서는 물러설 명분이 사라져 한일관계는 파탄날 것이라는 전문가 지적도 나온 바 있어, ‘징용공 문제’를 둘러싸고 한·일 양국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데 대해 사태의 추이를 계속해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일 두 정상은 지난해 9월 미국 뉴욕에서 회담을 가진 이래 1년 3개월여만에 처음으로 중국 청두(成都)에서 공식적인 양자 회담을 가졌다.(사진=일본 내각부 홍보실)

한편 지난해 9월 미국 뉴욕에서 회담을 가진 이래 1년 3개월여만에 처음으로 공식적인 양자 회담을 가진 한·일 두 정상은 이 회담에서 앞서 언급된 소위 ‘징용공 문제’를 비롯, ‘북한 핵’을 포함한 안보문제, 일본의 대한(對韓) 수출 관리 강화 조치에 관한 내용, 일본의 납북 피해 문제, 후쿠시마원전 처리수(處理水) 관련 내용 등을 논의했다.

특히 이 자리에서 아베 신조 총리는 문 대통령에게 북한의 모든 대량학살무기 및 모든 사정거리의 탄도미사일에 대한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폐기’(CVID)의 실현을 위해 계속해 미북 사이에 진행중인 ‘북한 비핵화 협의’를 지원할 것과 대북(對北) 유류 공급 제한, 북한 해외 파견 노동자의 24개월 이내 송환 등을 정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제2397호 이행 등에 있어 한·일, 한·미·일 간 긴밀한 연대가 중요하다는 점을 주지시켰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관련기사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