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中 민진당 차이잉원 후보가 親中 국민당 후보 한궈위 후보를 22%p 리드...‘연임’이 보인다
홍콩 사태 지켜 본 대만 국민들, 中의 ‘1국가2체제’에 불신...‘안보위기’ 심각성에 새삼 주목
中 스파이 주장한 왕리창, “한궈위, 지난 2018년 대만 지방선거 당시 中공산당 돈 받았다” 폭로에 직격탄...한궈위 후보 궁지에 몰려
‘미·중 무역분쟁’ 반사이익으로 호조 보이는 대만 경제도 차이 現총통 연임에 도움

차이잉원 대만 총통.(그래픽=연합뉴스)

내년 1월 예정된 대만 총통선거(이하 ‘총통선’)의 막이 열렸다. 여당 민주진보당(이하 ‘민진당’)과 최대 야당 중국국민당(이하 ‘국민당’)의 ‘양자대결’ 구도로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민진당’이 ‘국민당’을 22%p 리드하는 형국이다.

지난 13일 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총통선’을 고시했다. 대만 ‘총통선’의 투표 및 개표일은 내년 1월11일. 앞으로 한 달여 남은 셈이다. 대만 전토(全土)는 4년에 한 번 있는 ‘선거전’으로 빠져들었다. 대만 현지 언론들에서 ‘총통선’을 가장 중요한 기사로 다루고 있는 것은 물론, 각 총통 후보들이 내세우는 선거 홍포 포스터와 선전물이 거리 곳곳을 가득 메우고 있다.

이번 선거는 ‘대만 독립’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반중(反中) 성향의 민주진보당(이하 ‘민진당’)의 차이잉원(蔡英文) 현(現) 대만 총통과 대중(對中) 융화 노선을 걷고 있는 중국국민당(이하 ‘국민당’)의 한궈위(韓國瑜) 대만 가오슝(高雄) 시장이 맞붙었다.

그러나 ‘양자대결’이라는 말을 무색하게 할 만큼, 민심은 차이(蔡) 후보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대만 민영방송 TVBS는 지난 10일 자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차이 현 총통에 표를 던지겠다고 응답한 이들이 전체 여론조사 응답자의 51%를 차지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상대 후보인 한궈위 현 가오슝 시장의 지지율과 비교할 때 22%p나 높은 지지율이다.

차이 총통의 높은 지지율은 ‘안보위기’와 ‘경제호조’에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 6월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홍콩 민주화 시위’와 관련된 사태를 모두 지켜본 대만 국민들은 대만에 현재(顯在)하는 ‘안보위기’의 심각성에 새삼 주목, ‘반중’과 ‘대만 독립’을 강하게 주장하는 ‘민진당’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즉, ‘중국과 통일하면 대만이 소멸하고 전장(戰場)과 같은 홍콩과 같은 처지에 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과 함께 중국이 주창하는 ‘1국가2체제’에 대한 불신도 대만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1월24일, 중국의 방위산업체 투자 전문 회사인 ‘중국창신투자유한공사’ 소속으로 홍콩과 대만, 그리고 호주를 오가며 ‘스파이 활동’을 벌였다는 왕리창(王力强)의 폭로는 대만에서 안보위기 인식 확산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특히 왕리창의 폭로 가운데에는 차이잉원 ‘민진당’ 총통 후보의 맞수인 한궈위 ‘국민당’ 후보가 지난 2018년 대만 지방선거 당시 중국 공산당으로부터 중국 돈 2000만위안(한화 약 34억원 가치에 상당)을 지원받았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어 한(韓) 후보는 궁지에 몰려 있는 상태다.

중국국민당 소속으로 총통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한궈위 현(現) 가오슝시(市) 시장.(사진=연합뉴스)

차이잉원 총통이 집권한 지난 2016년 이래 집권 여당인 ‘민진당’은 해상 풍력 발전 등 중장기 산업 육성책을 내놓으며 대중 무역에 의존하지 않는 경제 건설을 목표로 해 왔으나 실질적인 생활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던 차에 ‘미·중 무역분쟁’의 반사이익을 보고 있는 대만 경제의 호조세 전환 역시 차이 후보의 강력한 지원군이 되고 있다.

대만 행정원(行政院)은 지난11월 대만의 금년도 경제성장률은 2.64%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는 지난 8월의 예측치인 2.4%보다 상향 수정된 수치다. 지난 8월 대만은 행정원은 2020년 대만 경제성장률이 2.58%로 예측한 바 있어, 지금과 같은 경제호조가 계속된다면 3% 성장도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만의 높은 경제성장률은 최근 대미(對美) 수출이 대폭 증가한 덕택이다. 최근 수많은 미국 기업들이 통신기기 등의 조달처를 중국이 아닌 대만으로 전환했다. 또 중국에서 생산기지를 둔 대만 기업들도 자국으로 속속 철수하고 있다. 지난 1월부터 11월까지 집계된 자료에 따르면 중국에서 대만으로 철수한 자본이 약 7000억 타이완달러, 우리 돈으로 약 27조1000억원에 달한다. 국제적인 부동산 서비스 업체인 ‘사빌즈’(Savills Plc.)는 2019년 대만에서 이뤄진 오피스 및 공장부지 등의 상업용 부동산 거래의 총액이 2018년 대비 35% 증가한 1428억 타이완달러(한화 약 5조5500억원)에 달한다는 자료를 내놓기도 했다. 이는 사상 최고치에 해당한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고자 한궈위 ‘국민당’ 총통 후보는 ‘여론조사 물타기’를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호소했으나 역부족이다. 지난 11월 말 한 후보는 “여론조사 전화에는 ‘차이잉원을 유일하게 지지한다’고 답하자”며 여론조사 결과의 신용성을 떨어뜨리겠다며 내놓은 기책(奇策)은 커다란 비판에 직면했다. 최근 대만 현지 언론인 ‘빈과일보’(蘋果日報)는 한 후보가 주창한 ‘허위 응답’을 고려하더라도 ‘민진당’ 차이잉원 후보가 ‘국민당; 한궈위 후보를 6%p 이상 리드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한편, 차이잉원 총통의 재선이 거의 확실시되는 것과는 반대로, 같은 날 예정된 대만 입법위원 선거(한국의 ‘총선’에 해당)에서는 ‘민진당’이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지 못 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만일 ‘민진당’이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지 못 한다면 차이잉원 총통이 재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강력한 정책 추진에 제동이 걸리게 된다. 현재 ‘민진당’의 입법위 의석 수는 전체 113석 가운데 68석이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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