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여권 들고 스파이 활동한 중국인, 호주에 망명…“中 공산당, 세계에 끼치는 해악 크다”
韓 여권 들고 스파이 활동한 중국인, 호주에 망명…“中 공산당, 세계에 끼치는 해악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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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승인 2019.11.27 16:04:51
  • 최종수정 2019.12.19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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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산당 당원 집안에서 태어나 유복한 생활 한 왕리창, “중국창신투자 소속으로 첩보활동” 주장
2018년 대만 지방선거 등 개입하며 ‘하나의 중국’ 실현 위해 투신...가짜 여권 속 증명사진 들여다 보며 내면의 변화’ 생겨
“여권 위조 매우 어려워”...일각에선 왕 씨 소지한 대한민국 여권 관련해 국내 관계자 연관 의혹 제기
지난 23일 호주에 망명을 요청한 ‘중국 첩보요원’ 왕리창에게 발급된 중국 여권의 사본(위). 해당 여권은 왕리창이 아닌 왕창(王强)이라는 이름으로 발급됐다. 한편 왕리창이 소지한 것으로 알려진 ‘가짜 대한민국 여권’ 사본(아래)에는 주민등록번호가 성이 ‘WANG’, 이름은 ‘GANG’으로 표기돼 있는 데 반해 한글 성명이 ‘조경미’로 돼 있는 등 위조된 흔적이 역력하다.(사진=제보 및 <더에이지> 보도 영상 캡처)

“중국이 전 세계 민주주의를 훼손하기 위해 벌이고 있는 일들에 큰 부끄러움을 느꼈다.

중국 첩보요원으로 활동해 오다가 최근 호주에 망명을 요청한 왕리창(王立强)의 말이다.

그의 폭로로 중국이 대만, 홍콩, 호주 등지에서 펼쳐 온 공작 활동 내용의 일부가 드러났지만 중국 당국은 이같은 왕 씨의 주장을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중국 공산당 당원의 자식으로 태어나 “당(黨)에 충성하는 것이 곧 애국”이라는 굳은 신념을 갖고 있던 왕리창이 호주안전정보원(ASIO)과 접촉해 망명을 요청한 것은 지난 24일. 왕 씨는 홍콩에 있는 중국군 고위 정보장교들의 신원과 이들이 벌인 공작에 대한 세부 정보를 ASIO에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중국 첩보기관을 떠나기로 결심하게 된 계기는 ‘대한민국 여권’과 관계가 있었다. 그는 지난 2018년 대만 지방선거 개입 작전에 투입됐는데, 자신의 손에 들려준 ‘대한민국 여권’에 인쇄된 자신의 얼굴을 보면서 내면의 변화를 체험했다고 한다. 또 그는 중국과 ‘자유 세계’를 오가면서 세계관의 변화를 겪기도 했다고 밝혔다. 왕 씨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지난 5월 인터뷰에서 “나이가 들고 세계관이 바뀜에 따라 점차 중국 공산당의 권위주의가 전 세계 민주주의 및 인권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깨닫게 됐다”며 “당과 공산주의에 대한 내 반감은 전에 비할 수 없이 확고해져 조직을 떠날 결심을 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중국 본토 푸젠성(福建省) 출신으로 안후이재경대학(安徽財經大學)을 졸업한 이후 대학 관계자의 권유로 홍콩 소재 중국 방위산업체 투자사인 중국창신투자유한공사(中國創新投資有限公司, CIIL)에 지난 2014년 입사했다고 한다. 왕 씨의 설명에 따르면 CIIL 입사 이후 CIIL 대표의 아내에게 미술 수업을 해 준 것이 계기가 돼 CIIL 대표로부터 신임을 얻어 첩보활동에 뛰어들게 됐다고 한다. 그가 속했던 CIIL은 투자 회사를 가장해 중국 공산당 고위간부 휘하 해외 첩보조직과 연계 속에서 스파이 활동을 하고 있는 첩보기관이라고 왕 씨는 주장했다.

그의 첩보 활동은 주로 대만, 홍콩, 그리고 홍콩에서 이뤄졌으며, 여기에는 중국의 육해공 3군이 관계돼 있다고 왕 씨는 주장했다.

그가 폭로한 바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내년 1월 예정돼 있는 대만 총통 선거에서 ‘하나의 중국’(一個中國) 정책을 정면에서 반대, 대만의 독립을 부르짖고 있는 민진당(民進黨) 소속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을 낙선시키기 위해 50여개 인터넷 회사 및 매체를 매수해 언론을 장악, 선전 및 선동 활동을 벌여왔으며, 해외 단체 명의로 2018년 대만 지방선거 당시 중국 국민당(國民黨) 한궈위(韓國瑜) 가오슝(高雄) 시장 후보에게 2000만위안(한화 약 34억원 가치에 상당)의 선거 자금을 제공했다고 한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왼쪽)과 한궈위 대만 가오슝 시장(오른쪽).(사진=대만 정부 공식 웹사이트 및 로이터)

그가 대만 지방선거 개입을 위해 대만 입국 시 사용한 ‘대한민국 여권’과 관련, 일각에서는 여권 위조가 지난(至難)하다는 점을 들어 중국에 포섭된 국내 관계자들이 이 사건에 연관돼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또 그는 홍콩에서 친중 성향의 현지 대학생과 본토 출신 중국인 유학생들을 포섭해 중국 공산당의 이념을 세뇌시키고 첩보 관련 활동에 동원했다고 증언했다. 왕 씨는 홍콩에서의 활동 목표가 “홍콩의 모든 말썽꾼들을 공포에 떨게 하는 것”이었다면서, 그는 홍콩 대학에 침투해 반중국-친독립 성향 대학생들의 동향을 파악하는 임무를 맡았다고 말했다. 그는 그가 포섭한 친중 성향 대학생들을 반중 성향 대학생 단체에 침투시켰다고 한다. 그는 또 홍콩의 반중 세력을 겨냥한 사이버 공격에도 가담했음을 인정했다.

호주에서 이뤄지고 있는 중국 당국의 활동에 대해서도 그는 폭로했는데 호주 현지 언론인 나인네트워크(Nine Network)에 따르면 중국 정보부가 전 호주 연방의원 등 호주 내 거물 정치 자금 제공제들과 왕 씨가 접촉했으며, 왕 씨는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로 관련 은행 거래 내역을 호주 정보 당국에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왕리창의 왕 씨의 진술 일체를 부정하고 나섰다. 지난 24일, 왕 씨의 망명 소식이 알려지자 주(駐) 호주 중국 대사가 나서서 “왕 씨는 첩보요원이 아니라 사기 혐의로 수감 전력이 있는 무직자에 지나지 않는다”며 왕리창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하지만 호주 정부는 왕 씨가 제공한 정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호주에 망명한 중국 인사는 왕 씨의 사례가 처음이 아니다. 천융린(陳用林) 전 호주 시드니 주재 중국 총영사관 정무영사가 지난 2005년 호주에 망명하며 “1천 명에 달하는 중국 스파이가 호주 전역에서 활동중”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천융린 전 호주 시드니 주재 중국 총영사관 정무영사.(사진=위키피디아)

한편 지난 24일 중국 당국이 호주 의회에 간첩을 심으려다가 실패한 정황이 발견돼 호주 정보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호주 언론에 따르면 중국 첩보기관의 공작 대상이 된 32세 중국계 호주인 사업가 보 자오가 지난 3월 모 모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이는 자오 씨가 중국 측 정보요원들이 접근해 호주 자유당 소속으로 의원에 출마하라며 100만 호주 달러(한화 약 8억9000만원에 상당)를 자신에게 건네려 했다고 ASIO에 신고한 이후라고 한다.

마크 버지스 ASIO 원장은 성명을 통해 해당 사건을 조사중에 있다고 밝히며 “적대적인 외국 정보 활동이 호주 안보에 실질적 위협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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