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침투법’, 중국에 의한 선거 개입 내지 내정간섭 등의 방지 목적
차이잉원 대만 총통, “홍콩을 보라, 中이 말하는 ‘1국가2체제’는 이미 믿을 수 없는 것” 신년사에서 비판
中, “대만과 중국 간 교류를 파괴하며 고의적으로 대립을 만들어내고 있다”...‘반 침투법’에 반발

지난해 12월29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대만 총통 후보 마지막 TV토론에 여당 ‘민진당’ 후보인 차이잉원 현(現) 총통이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대만 입법원(우리나라의 ‘국회’에 상당)에서는 지난해 12월31일, ‘반(反) 침투법’이 통과됐다. ‘반 침투법’은 중국에 의한 선거 개입 내지 내정간섭 등을 방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번에 통과된 ‘반 침투법’은 ‘해외적대세력’으로 중국을 상정하고 만들어졌다. ‘반 침투법’의 제정에 따라 대만 사법당국은 ‘해외 적대세력’의 지시나 자금 원조를 배경으로 정치 헌금, 선거 활동, ‘가짜 뉴스’ 퍼뜨리기 등의 행위를 한 정치사범에 대해 최대 5년의 징역형 또는 1천만 타이완달러(한화 약 3억8000만원에 상당)의 벌금형을 부과할 수 있게 됐다.

대만의 집권 여당인 ‘민주진보당’(이하 ‘민진당’) 소속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은 지난해 12월29일 있은 2020년 대만 총통선거 후보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민주주의를 지킬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차이잉원 총통은 이번 선거에도 입후보해 연임을 노리고 있다.

최근 대만에서는 ‘반중(反中) 바람’이 불고 있다. 작년 6월 대만 타이베이시에서는 중국 편향적인 언론에 항의하는 10만여명의 군중이 모여 집회를 벌였다. 또, 지난해 11월, 자신이 중국의 스파이로 활동해 왔다며 호주 정부에 망명을 요청한 왕리창(王力强)은 2018년 대만 지방선거 당시 중국공산당이 당시 한궈위(韓國瑜) 가오슝시(市) 시장 후보 에게 막대한 선거 자금을 제공했다고 주장했고 대만 언론은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해 왔다.

한궈위 현(現) 가오슝 시장은 이번 대만 총통선거에서 제1야당인 ‘중국국민당’(이하 ‘국민당’)의 후보로 나섰지만, 대만에 불어닥친 ‘반중 바람’의 직격탄을 맞고 수세에 몰린 상황이다. 대만의 인터넷신문 ‘미려도전자보’(美麗島電子報)가 지난 19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진당’ 소속 차이잉원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46.5%에 달해, 야당인 ‘국민당’ 소속 한궈위 후보를 25.5%p. 리드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차이잉원 총통은 이 기세를 몰아붙이며 총통선거에서의 승리를 굳힐 생각으로 보인다.

“홍콩에서의 정세 악화와 정부의 권력 남용을 세계가 목격했으며 신용은 이미 파탄 났다.”

차이 총통은 신년사에서 이같이 말하면서 중국이 주창하는 ‘1국가2체제’를 비판했다. 이어서 그는 “중국이 홍콩에 적용하고 있는 ‘1국가2체제’를 대만 통일 때에도 이용할 의향이지만, 대만이 이를 수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차이 총통의 발언은 지난해 1월2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명의로 발표된 신년사를 염두에 둔 것이었다. 차이 총통은 당시 시 주석이 “(대만과의) 평화 통일을 향해 ‘1국가2체제’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고 지적하고 “민주(民主)와 전제(專制)는 한 국가 내에서 병존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그는 또 “중국이 대만을 굴복시키고 양보하게 만드려 무력 위협과 사회 개입을 강화하고 있다”며 “대만의 주권을 단기적인 경제 이익과 맞바꿀 수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민진당’ 부비서장(副秘書長)을 맡고 있는 린페이판(林飛帆) 씨에 따르면 당내에서는 “중국이 최종 국면에서 선거 정세를 바꾸려 정보 공작을 격화시킬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기도 하다.

‘국민당’ 측은 총선을 앞두고 ‘민진당’이 ‘반 침투법’을 통과시킨 것을 두고 대만 국민들의 ‘반중 감정’을 부추기는 데에 법안 통과의 목적이 있다며 반발하고 나서는 모양새다.

한편 중국공산당의 기관지인 인민일보에 따르면 이 법안이 통과되자 중국 측은 “양안(兩岸·대만과 중국) 사이의 교류를 파괴하며 고의적으로 대립을 만들어내고 있다”며 주펑리엔(朱鳳蓮)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대변인 명의의 비난 성명을 냈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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