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불기소 송치했는데 윤석열의 서울중앙지검 재수사 착수…"자료 내라"
소상공인聯 "회계결산서 누락은 단순 기술상 문제, 고발한 회원들도 수긍한 사건"
野 김병준 "檢의 다시 털기, 독재정권과 뭐가 다르냐" 김성태 "표적수사고 탄압"
김진태 "국민 분노 어쩌려고 이러나"…당 소상공인특위 의원들도 비판 기자회견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이 지난 7월17일 서울 동작구 회의실에서 열린 제3차 긴급 임시이사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이 지난 7월17일 서울 동작구 회의실에서 열린 제3차 긴급 임시이사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권의 최저임금 급속인상에 '생존권 위협'을 호소하며 반대해 온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에 대해 경찰이 '불기소 의견' 송치한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지검장 윤석열)이 수사 재개한 것으로 밝혀져 "표적수사" 파문이 일고 있다.

12일 검찰과 소상공인연합회에 따르면 중앙지검 형사9부(이헌주 부장검사)는 지난 4일 소상공인연합회에 2016년 중소상공인희망재단으로부터 위탁받은 소상공인 희망센터사업 관련 서류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올해 초 연합회장 선거에서 최승재 회장 선출에 반발했던 '소상공인연합회정상화추진위원회'가 지난 4월 "최 회장 측이 2016년 중소상공인희망재단으로부터 받은 4억6700만원을 회계 결산서에 반영하지 않았다"며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중앙지검이 사실상 재수사하려는 데 따른 것이었다.

앞서 이 사건을 맡은 경찰은 최 회장에 대한 뚜렷한 혐의를 찾지 못하고 지난 7월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는데, 검찰이 관련 서류를 다시 제출하라고 한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한 언론에 "고발인(정상화추진위) 측에서 '최 회장 혐의를 입증할 만한 자료가 있다'고 검찰에 먼저 말했다"며 "그래서 최 회장 측에 '이를 반박할 추가 자료가 있는지 내라'고 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소상공인연합회 측에선 "정치 외압"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관계자는 "경찰 수사 결과에 대해 당시 고발한 회원들도 모두 수긍하고 일단락된 사건"이라며 "검찰이 다시 수사하는 데는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결산서에 누락된 건 아직 종료되지 않은 사업들이 있었기 때문이고 이는 단순 기술상의 문제"라며 "이미 경찰에서 무혐의 의견으로 송치한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검찰이 전반적인 서류를 달라고 하는 게 과연 통상적인 절차인지, 아니면 이례적인 상황인 건지는 의심스럽지만 검찰의 판단 아니겠는가"라고 덧붙였다.

(왼쪽부터)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에 대한 서울중앙지검의 재수사를 일제히 비판했다.(사진=연합뉴스, 김병준 페이스북)
(왼쪽부터)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에 대한 서울중앙지검의 재수사를 일제히 비판했다.(사진=연합뉴스, 김병준 페이스북)

이와 관련해 정치권에서는 즉각 "명백한 600만 소상공인·자영업자 입장을 줄기차게 대변해 온 소상공인연합회에 대한 표적수사이고 탄압"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이같이 말한 뒤 "한국당은 어떤 경우든 정권의 이런 몰염치한 탄압에 대해 결코 간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입장문을 내 "검찰이 소상공인들을 대표해 정부의 최저임금정책 등을 비판해 온 최 회장을 수사한다고 한다"며 "경찰에서 뚜렷한 혐의점을 찾지 못해 불기소 의견을 올린 문제를 검찰이 다시 털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래도 되는 것인가. 이런 식이면 과거 독재정권들과 뭐가 다른가. 참으로 유감스럽다"며 "소상공인들의 입을 틀어막는다고 등돌린 민심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겁을 준다고 해서 경제가 좋아지지 않는다"고 성토했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어제(11일)도 대구 서문시장을 다녀왔지만 들리는 목소리가 모두 '밥 좀 먹게 해 달라'는 것이었다"며 "우리 당은 600만 소상공인들과 함께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며 (검찰 수사에) 단호히 대처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 페이스북 캡처

같은 당 김진태 의원도 이날 <소상공인을 두 번 죽이지 마라!>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 "정부정책에 반대하면 조사 들어간다. 검찰이 소상공인 연합회장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거리로 내몰린 570만 소상공인들이 울부짖고 있는데, 눈물을 닦아주긴커녕 감옥으로 보낼 태세"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다. 경영자총협회(경총)는 정부의 친(親)노동정책을 비판했다가 대대적인 감사를 받고 있다. 지난 정부가 불통이라면서 촛불로 탄생한 정부가 이젠 눈막고 귀막고 있다. 아니 몽둥이로 위협하고 있다"고 상기시켰다.

그는 "(경제인들을) 경제악화로 한 번 죽이고, 탄압으로 두 번 죽이고 있다"며 "경찰이 무혐의 한 사건에 덤벼들고 있는 검찰에 대해선 말이 아깝다.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고 강아지도 이러진 않는다"고 겨냥한 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 들불처럼 일어나는 국민의 분노를 어쩌려고 이러나"라고 경고했다.

한국당 소상공인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도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앙지검의 최 회장 재수사를 공개 비판했다.

제2야당인 바른미래당에서는 하태경 최고위원이 이날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최 회장에 대한 내부 회계 문제 수사가 이미 끝났는데 다시 재수사를 하고 있다"며 "최 회장에 대한 정치 탄압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하 최고위원은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지금 이 시점에 최 회장에 대해서 이미 끝난 수사를 어떤 이유건 간에 재수사에 착수했다는 건 우리 어렵고 힘든 소상공인들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정부가 할 일은 최 회장에 대한 재수사가 아니라 최저임금 더 이상 과속하지 않겠다는 대국민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 소상공인특별위원회 의원들이 12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에 대한 검찰의 재수사 중지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왼쪽부터 이은권, 김규환, 최교일, 신보라, 성일종, 곽대훈, 추경호 의원.(사진=연합뉴스)
자유한국당 소상공인특별위원회 의원들이 12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에 대한 검찰의 재수사 중지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왼쪽부터 이은권, 김규환, 최교일, 신보라, 성일종, 곽대훈, 추경호 의원.(사진=연합뉴스)

한편 최 회장은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등을 강하게 반대해왔다.

최 회장은 앞서 지난달 3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최저임금 재심의 거부 규탄 기자회견을 통해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은 소상공인 사형선고와 마찬가지다. 정부가 소상공인에게 일방적으로 폐업을 강요한 것"이라며 "정부와 최저임금위는 최저임금 인상 결정에 책임을 져야 한다. 소상공인과 중소 영세기업은 총결집해 단체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조직적 행동을 시사했다.

뒤이어 소상공인연합회는 같은달 29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최저임금 제도 개선 촉구 국민대회를 열고 최저임금 인상에 전면 반대했다. 당시 소상공인 3만여명(주최측 추산)이 '최저임금 차등 적용'과 '최저임금위원회 추천권 보장' 등을 촉구했다.

검찰의 최 회장 수사에 대해 일각에선 수사지휘권이 검찰에 있는 만큼 재수사 자체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지만, 검찰이 정부 속내를 읽어 최 회장 '손봐주기'하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 정부가 최 회장을 완전히 찍었다'는 뒷말도 나온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문재인 정권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해 지난 8월29일 주최측 추산 3만명(경찰 추산 1만5000명)의 소상공인들이 광화문 광장에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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