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학문의 탈 쓴 역사 왜곡에 면죄부" 정의연 "反인권·反역사적 판결"
"日軍 위안부는 매춘"이라는 발언으로 재판 넘겨진 류석춘 前 교수 무죄 선고에 유감 표명
日 학계에서 "학문의 자유 최전선에서 싸운 전사" 환영 입장도

‘교수(敎授)의 자유’를 이유로 서울서부지방법원 형사4단독 정금영 부장판사는 지난 24일 ‘일본군 위안부는 매춘의 일종’이라는 발언을 한 류석춘 전(前) 연세대학교 교수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 24일 선고 직후 서울서부지방법원 청사를 빠져나오며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 중인 류석춘 전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2024. 1. 24. [사진=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지난 24일 선고 직후 서울서부지방법원 청사를 빠져나오며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 중인 류석춘 전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2024. 1. 24. [사진=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이에 대해 좌익 진영을 중심으로 해당 판결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 더불어민주당, “학문의 탈을 쓴 역사 왜곡에 면죄부 줬다”

선다윗 더불어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25일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류 전 교수의 해당 발언에 무죄를 선고한 법원을 향해 “극우세력과 역사 왜곡을 학문과 교수의 자유라며 용인한 사법부의 판결은 매우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선 부대변인은 “법원은 ‘학문과 교수의 자유 침해 최소화’를 이유로 들었지만 납득할 국민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류 전 교수는 선고 직후 기자들을 만나, 마치 법원이 ‘위안부 발언’에 대해 공인해 주기라도 한 것처럼 뻔뻔한 말을 이어나갔다”며 “부끄러움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류석춘 전 교수에게 책임을 면제해 준 것” “교수라는 지위를 악용해 교단에서 학생에게 왜곡된 역사를 세뇌시키려는 행위를 그대로 방치해 주자고 하는 것”이라는 표현으로 법원 판결에 맹비난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진실을 가려줘야 할 사법부가 오히려 극우세력의 역사 왜곡 시도를 용인한다면 우리 사회의 혼란과 갈등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더불어민주당은 역사 왜곡과 나라 전체를 증오와 거짓에 가두려는 시도에 맞서 역사를 온전히 지켜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 정의기억연대, “반(反)인권·반역사적 판결”

지난 1991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약칭 ‘정대협’)로 출발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목표로 활동해 왔다는 정의기억연대는 24일 입장문을 통해 류 전 교수의 발언이 명백한 허위사실에 해당하며 세계 인권운동의 역사를 새로 써 온 자신들의 운동을 시대착오적 색깔론으로 폄훼한 것임에도 법원이 류 전 교수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은 반인권·반역사적 판결이자 상식에 반하는 반사회적 판결이라며 반발했다.

특히 동(同) 단체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1930년대 초부터 1945년까지 아시아 전역에 일본군을 위한 ‘위안소’를 체계적으로 설치하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수많은 여성들을 강압적으로 끌고 가 ‘성(性)노예’(sex slave) 생활을 강요한 반인도적 범죄 행위임이 국제 사회에서 공인됐음에도 한국 사법부가 이를 부인했다며 정금영 부장판사를 향해 “일본의 재판부냐?”고 따졌다.

이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보호법’을 마련해 ‘일본군 위안부’ 강제연행을 부정하는 발언들이 강력한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 니시오카 쓰토무, “류석춘이야말로 한국 학문의 자유 최전선에서 투쟁”

이에 반해 류 전 교수 판결을 반기는 목소리도 나왔다.

니시오카 쓰토무 역사인식문제연구회 회장. 2023. 9. 6. [사진=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니시오카 쓰토무 역사인식문제연구회 회장. 2023. 9. 6. [사진=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일본 아사히신문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 관련해 지난 2014년 과거 자신들이 내보낸 기사들이 오보임을 인정하고 대대적으로 사과한 바 있다. 해당 신문사의 1991년 기사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思い出すと今も涙) 우에무라 다카시(植村隆) 기자와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오랜 법정 투쟁 끝에 승소를 거둔 바 있는 니시오카 쓰토무(西岡力) 역사인식문제연구회 회장은 이번 판결에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니시오카 회장은 “한국에서 학문의 자유가 스스로 지켜진 데 대해 이를 환영하며, 지금껏 싸워온 류 전 교수에게 우리는 강한 연대의 뜻을 전한다”고 했다.

그는 특히 일본군과 ‘군 위안부’ 간의 ‘동지적 관계’를 주장한 《제국의 위안부》의 저자 박유하 전 세종대학교 교수가 해당 저서 관련 명예훼손 재판에서 ‘일본군 위안부’ 강제연행 사실 자체는 부인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던 데 반해 류 전 교수는 ‘강제연행’ 그 자체를 부인하는 입장에 서서 재판에 임해 왔다는 사실을 들어 “류 전 교수의 투쟁이야말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한국에서의 학문의 자유를 지키는 최선에 서 있는 것이었다”는 표현으로 큰 의의를 부여했다.

펜앤드마이크 편집국

관련기사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