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중국 동부전구가 공개한 인민해방군 해군의 훈련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 5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도서관에서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케빈 맥카시 미국 하원 의장이 회동한 후 중국은 이에 대한 반발로 8일 대만 포위 군사훈련을 단행했다. 미국은 9일 이에 대해 중국에 "계속해서 자제와 현상 유지를 촉구한다"는 입장을 냈다.

8일 유사시 대만과의 전쟁에 제1순위로 투입될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는 "8일부터 10일까지 대만해협과 대만섬 북부, 남부, 대만섬 동쪽 해·공역에서 대만섬을 둘러싸는 형태의 전투 대비 경계 순찰과 '날카로운 검 연합훈련'을 계획대로 조직한다"고 선언한 후 실제 훈련에 돌입했다.

동부전구의 스이 대변인은 이어 "(이 훈련이) '대만 독립 분열 세력'과 외부 세력의 유착 및 도발에 대한 엄중한 경고이며 국가 주권과 영토 완전성을 수호하기 위한 필수적인 행동"이라 강조했다.

동부전구의 이러한 성명은 차이 총통과 매카시 의장의 회동에 대한 보복 조치임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대만 독립·분열 세력'이나 '이들이 외부세력과 협력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공공연히 무시하고 있다' 등의 표현은 지난해 8월 10일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및 국무원 신문판공실에서 발간한 '대만백서'에서도 등장하는 표현이다. 중국은 '대만백서'에서 일국양제를 주장하며 대만 국민 '대만 독립주의 세력'을 갈라치기하고, 평화 통일 원칙을 드러내면서도 필요하다면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고 협박을 가했는데 이번에도 이러한 '대만백서'의 주장을 그대로 답습했단 평가다.

대만국방부는 8일 오전 6시부터 오후 4시까지 중국의 J-10, J-11, J-16 등 전투기와 YU-20 공중급유기, H-6k 폭격기, KJ-500 조기경보기 등 군용기 71대와 군함 9척이 대만 인근 해상에서 탐지됐다고 밝혔다고 대만 중앙통신사가 보도했다. 또 이중 군용기 45대가 대만 해협의 중간선을 넘거나 대만 서남부 공역에 진입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이에 더해 로이터통신은 중국이 대만과 필리핀 사이에 위치한 바시 해협 인근에서도 대함 공중 공격과 전자전 시뮬레이션을 실시하고, 대잠 훈련도 강행했다고 대만 안보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또 중국 푸젠 해사국에 따르면 오는 10일엔 실탄 사격 훈련도 예정돼 있다. 푸젠 해사국은 지난 7일 발표한 성명에서 이날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푸젠 핑탄현 인근의 대만해협에서 실탄 사격 훈련을 실시한다고 발표했었다.  중국은 지난해 8월 초 낸시 펠로시 미 하원 의장이 대만을 방문한 후에도 실탄 사격 훈련을 실시한 바 있어 이 역시 중국의 반발 일환이란 평가다.

중국이 7일엔 주미 대만대사격인 샤오메이친 주미 대만대표와 차이 총통의 방미와 연관된 미국 레이건 재단 및 허드슨연구소 등에 제재를 발표한 데 이어 '제2의 군사훈련'까지 실시해 반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단 지적이다.

다만 군사훈련의 규모, 기간 등을 고려했을 때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때보다는 반발 수위가 낮단 지적이 나온다. 이미 반발 수위에 대한 예측이 월스트리트저널에서 나온 바 있는데,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5일(현지시각) 차이 총통과 매카시 의장의 회동을 전하면서 "미 하원 의장이 직접 대만을 방문했다는 상징성이 없는 만큼 캘리포니아에서의 회동은 베이징에 덜 도발적일 수 있다"고 전망했었다.

한편 주대만 미국대사관 격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 재대만협회(AIT)는 9일 "미국은 중국의 대만 인근에서의 훈련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는 입장을 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AIT는 그러면서 "역내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고 우리의 국가 안보 약속을 이행하기 위한 충분한 자원과 역량이 있음을 자신한다"고 했으며, "중화인민공화국과의 소통 채널은 열려 있고 계속해서 자제와 현상 유지를 촉구한다"라고도 했다.

일단은 AIT에서 공식적 반응이 나왔지만, 앞으로 미국의 다른 외교 관련 기관이나 부처에서도 추가적인 반응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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