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인근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도서관에서 회동했던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케빈 매카시 미 하원 의장이 공동 브리핑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 의장 간의 만남이 5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리스 인근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도서관에서 성사됐다. 매카시 의장은 차이 총통이 '경유' 형식으로 미국을 방문해 만난 미국 정치인 중 최고위급 인사다.

이날 오전 10시 직전 도서관 입구에서 만난 두 사람은 악수를 나눈 후 곧바로 도서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약 2시간의 회동이 이뤄지는 동안 밖에는 대만 지지자들이 "대만 화이팅"이란 팻말을 들고 회동을 지지하기도 했다.

회동 후 브리핑에서 매카시 의장은 차이 총통과의 관계에 대해 "우리의 유대는 내 인생의 그 어느 시점 때보다 강하다"고 했으며, 차이 총통은 매카시 의장의 평가에 동의하며 "우리는 함께 있을 때 더 강하다"고 말했다. 차이 총통은 또한 미국의 초당적 지원에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이렇듯 두 사람은 양국 간 점점 긴밀해지는 관계를 밝히긴 했지만, 신중하게 단어를 선택해 말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평가했다. 특히 차이 총통은 "변화하는 외교적 현실의 시대" "대만이 직면한 독특한 도전" 등 중국을 염두에 둔 표현을 쓰긴 했지만, 중국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반면 매카시 의장은 "대만에 무기 판매를 지속해야 한다"면서 "그런 판매가 아주 적시에 도달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만에 미국 무기가 전달되는 속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는 데 (미국 정계의) 초당적인 입장이 있다고 믿는다"면서 차이 총통과 관련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대만 국민에 대한 미국의 지지는 확고하고, 흔들림 없이 초당적으로 남아 있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특히 무역과 기술 분야에서 경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대만과 미국 국민의 우정은 자유 세계에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그것은 경제적 자유와 평화, 지역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중대하다"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책무를 중요하게 여기고 모든 미국인들이 공유하는 가치에 대한 우리의 약속을 다시 다짐하겠다"고 밝혔다.

매카시 의장은 "현재 대만을 방문할 계획은 없다"고 했지만 "중국은 내가 어딜 갈 수 있는지, 누굴 만날 수 있는지에 대해 말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이번 회동에 반발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대변인 담화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과 중미 3개 공동성명 규정을 엄중하게 위반하고, 대만 독립·분열 세력에 엄중하게 잘못된 신호를 보냈다"면서 "중국은 이에 대해 결연히 반대하며 강렬하게 규탄한다"고 했다. 또 "미국과 대만이 유착해 행한 엄중하게 잘못된 행동을 겨냥해 중국 측은 앞으로 결연하고 강력한 조치를 취해 국가주권과 영토의 완전성을 수호할 것"이라 강조했다.

중국은 외교부 외에도 국방부 등 다른 부처의 담화를 통해서도 이번 회동을 비판했다. 중국 국방부는 "중국 인민해방군은 직책과 사명을 준수할 것"이라면서 "시시각각 고도의 경계를 유지하고 국가의 주권과 영토의 완전성을 결연히 수호하며,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단호히 수호할 것"이라 강조했다.

중국공산당 대만판공실은 대변인 성명에서 "민진당 당국이 대만과 미국의 결탁을 추동하고, 미국에 의지해 독립을 도모하는 또 하나의 도발 행위"라 주장하며 "이를 강렬하게 규탄하고, 결연한 조치를 취해 대만 독립·분열 세력과 그 행동을 징계하고 국가 주권과 영토 완전성을 결연히 수호할 것"이라 했다. 대만판공실은 지난해 '대만 백서'를 출간한 곳으로, '대만이 중국의 일부'이며 필요하다면 군사적 수단을 통해 대만을 굴복시킬 것이라 주장한 장본인이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국회에 해당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외사위원회 역시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결연히 반대" "강렬한 규탄" 등의 용어를 사용했다.

이제 관건은 중국이 공갈성 외교 수사 대신 어떤 실질적 군사 도발을 행할 것인가다. 미국 행정부는 중국에 과잉 반응을 하지 말라고 거듭 촉구하고 있지만, 지난해 8월 초 낸시 펠로시 미 하원 의장의 대만 방문 때 이뤄졌던 대규모 군사 훈련·도발의 가능성은 상존한단 평가다. 

다만 미 하원 의장이 직접 대만을 방문한다는 상징성이 이번에는 나타나지 않은 만큼 중국이 이번 회동을 그 수준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캘리포니아에서 차이 총통과 회동한 것은 베이징에 덜 도발적일 수 있다"라고 평가한 상황이다.

미국은 양안 관계의 '현상 유지'를 원하는 만큼 대만을 지지하면서도 중국과 관계를 이어나가고 싶어하는 모양새다. 커트 캠벨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은 지난주 "이러한 의사소통을 계속 열어두는 것이 미국의 의도"라며 "우리의 동맹국과 파트너 국가들은 미중 간 건설적인 관계를 원한다"면서 "이는 누구도 원치 않는 대립으로 세계를 몰아넣지 않는 관계"라 밝혔다.

하지만 중국은 '양안 통일'이란 궁극적 목적을 이루기 위해 '현상 변경'을 시도 중이다. 이렇듯 미국과 중국의 입장이 근본적으로 다르기에 미국 행정부가 중국에 도발 자제를 촉구해도 별다른 소용이 없을 수 있단 것이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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