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 형식으로 방미 중인 차이잉원 대만 총통. [사진=월스트리트저널/AP통신]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 의장이 5일 오전 10시경(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리스 인근에 있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도서관에서 회동할 전망이다.

로널드 레이건 도서관에서 회동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확실친 않지만, 차이 총통이 대만으로 귀국하는 비행기가 로스앤젤레스에서 경유하기 때문이란 이유가 가장 큰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매카시 의장의 지역구가 캘리포니아주란 점도 있으며, 레이건 대통령이 1983년 소련을 '악의 제국'이라 공개적으로 천명하고 소련과의 냉전 경쟁에서 승리를 일궈낸 지도자였단 점에서 중국을 일정 부분 겨냥한 것 아니냔 해석도 나온다.

회동 후엔 차이 총통과 매카시 의장은 언론에 성명을 발표하고, 대만 측의 단독 기자회견이 오후에 예정돼 있다.

이에 대해 연합보와 자유시보 등 대만언론은 적극적으로 보도하고 있으며, 둘 간의 만남이 비공개로 진행될 것이라고도 전한 상황이다.

지난달 29일 대만과 수교를 유지하고 있는 중미의 과테말라와 벨리즈를 방문하기 전 미국 뉴욕에 도착한 차이 총통이 이번 주 매카시 의장을 만날 것이란 추측이 나온 바 있는데, 5일로 확정됐다.

회동이 예정대로 이뤄진다면 매카시 의장은 대만 총통이 '경유' 형식으로 방미하는 관행이 시작된 후 미국 본토에서 만난 미국 정치인 중 가장 직급이 높은 사례로 남게 된다. 즉 미국 대통령과 부통령은 아직 미국 땅에서 대만 총통과 회동한 적이 없단 이야기다.

회동이 비공개로 진행되게 된 데엔 중국 측의 반발을 고려해서란 분석이다. 대만과 미국 양국은 회동 자체는 비공개로 하더라도 논의 내용에 대해서는 자세히 공개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중국 측의 반발은 표출되기 시작했다. 로스앤젤레스 주재 중국 영사관 대변인은 3일(현지시각) 차이 총통과 매카시 의장의 회동이 "중미 관계의 정치적 기반에 대한 공격이 될 것"이라며 "이는 넘지 말아야 할 첫 레드라인"이라 주장했다. 

대만 외무부는 4일 중국의 반발이 "점점 터무니없게 돼 가고 있다"면서 중국의 권위주의적인 압력에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 밝혔다.

미국은 차이 총통의 '경유' 형식 방미가 이전 방문과 다르지 않다고 강조하면서 중국이 과도한 반발을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카린 장 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4일 브리핑에서 "(대만 총통의 방미는) 사적이고 비공식적"이라며 "중국이 여기에 과잉 반응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미국 행정부는 이렇듯 차이 총통의 방미에 일정 부분 선을 긋고 있지만, 미국 입법부는 그렇지 않은 모양새다. 댄 설리번(공화, 알래스카)·조니 언스트(공화, 아이오와)·마크 켈리(민주, 애리조나) 등 초당파 상원의원들은 지난 31일(현지시각) 오전 롯데 뉴욕 팰리스 호텔에서 약 1시간 동안 차이 총통과 회동을 가졌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이들은 모두 퇴역 군인이며, 상원 군사위원회 위원들이기도 하다.

왼쪽부터 댄 설리번(공화, 알래스카), 조니 언스트(공화, 아이오와), 마크 켈리(민주, 애리조나) 초당파 상원의원들. [사진=월스트리트저널]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차이 총통은 설리번 의원 및 언스트 의원과는 여러 차례 만난 바 있지만 켈리 의원과는 처음 회동했다. 이 회동에서 초당파 상원의원들은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고,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중국에 강력한 경제적·재정적 제재를 가하는 법안을 입안할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법안은 '대만정책법(Stand with Taiwan Act)'라고 불린다. 법안에 따르면 미국 행정부는 중국이 대만을 침공했단 결론을 내린 후 3일 이내에 중국 공산당원과 중국 금융기관, 산업에 대한 전면적인 제재를 명령하게 된다. 또 미국 기업이 중국 공산당 계열 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금지할 뿐만 아니라, 광물에서부터 직물, 의약품에 이르기까지 중국에서 채굴하거나 만든 제품들의 수입을 전면 금지하게 된다.

설리번 의원은 회동 후 "압력이 있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며 "그것은 중국 공산당으로부터의 전면적인 압박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토록 중요한 민주주의 국가의 지도자가 미국에 왔을 때 우리가 누구를 만날 수 있고 만날 수 없는지를 베이징의 독재자들이 강제할 수 없도록 하는 것, 특히 미국 땅에서 그렇게 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러한 수준의 대중 억지력에 초당적인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도 했다.

언스트 의원은 회동 후 미-대만 간 무역을 늘리고, 군사훈련을 강화하며 대만으로의 무기 이전을 신속하게 하는 등 양국의 파트너십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들 외에도 차이 총통은 하킴 제프리스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와도 회동하는 등 미국 입법부와 차이 총통은 밀접한 관계를 쌓아가고 있단 평가다.

차이 총통과 매카시 하원 의장이 회동할 것으로 알려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도서관 겸 박물관. [사진=월스트리트저널/AP통신]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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