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경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과 이준석 대표가 가처분 인용의 결과 관련해 설전을 벌이고 있다. 정 전 최고위는 "이 대표가 '가처분 인용되면 대표직 사퇴하겠다'고 말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이 대표는 "가처분 진행 결과에 따라 잘못된 것을 교정하고 사퇴해도 하는 것"이라 했다며 맞서고 있는 것.
둘간의 다툼은 정 전 최고위가 8월 초 제주도에서 이 대표와 6시간 이상 독대하며 나눴던 이야기가 중앙일보 기사를 통해 공개되면서 시작됐다.
정 전 최고위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8일 최고위원 사퇴 3-4일 전 이 대표랑 제주도에서 만나 한라산에 갔다, 사람이 드문 곳에서 6시간 동안 깊은 속내 얘길 했다"며 "나는 '대표직을 사퇴하라, 그러면 국민과 당원들이 그걸 보고 이준석이 당을 위해 자신을 내려놓았다고 인식할 것이다, 그러면 분명히 나중에 기회가 온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정 전 최고위는 "이 대표가 "난 안 믿는다, 내가 기회를 잡았을 때 계속 갖고 가야한다, 지금 그 기회를 내려놓으면 나한테 뭐가 오겠나'라고 했다"라 했다. 이어 "'당이 비대위 전환을 추진하면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하겠다'는 뜻도 굽히지 않았다"라 전하기도 했다.
이어 정 전 최고위는 "난 '가처분 신청하면 절대 안된다, 대표가 당을 상대로 그렇게 하면 안된다, 그러지 말고 대표직을 사퇴하라'라고 말렸다"며 "굉장히 강하게 말렸다, 그러자 이 대표가 '난 가처분 신청하겠다, 인용되면 그 때 사퇴하겠다'고 했다"라 주장했다.
정 전 최고위는 "이제 그의 말대로 법원에서 가처분이 인용됐으니까 이 전 대표는 물론, 동시에 이번 사태를 촉발한 권성동 원내대표도 사퇴해야 한다, 그것만이 해법이다"라 주장하기도 했다.
결국 정 전 최고위는 이 대표의 "가처분 인용이 되면 그 때 사퇴하겠다"라는 말의 의미를 '가처분 인용' 후 국힘의 상황 변화에 관계없이 이 대표가 사퇴할 것이라는 뜻으로 알아들은 셈. 아울러 당의 안정을 최우선순위에 두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현 상황을 초래한 주요 당사자라 할 수 있는 이 대표와 권 대표의 동반 사퇴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
한편 이 대표는 자신이 말한 "가처분 인용이 되면 사퇴하겠다"의 의미가 전혀 다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31일 오전 페이스북에 이와 관련해 남긴 글에서 "8월 초 상황의 이야기를 왜 지금하는지 모르겠다"며 "정미경 최고위원이 제게 가처분을 하지 말 것을 종용하면서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정 전 최고위가 이 대표에게 가처분 신청을 하지 말라 부탁했다는 사실은 둘 모두 동의하는 셈.
이어 "저는 정 최고위에게 가처분을 진행하고 그 결과에 따라 잘못된 것을 교정하고 사퇴해도 사퇴하는 거지 이건 용납이 안된다고 이야기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그래서 가처분에 참여해야 한다고 설득했고 그리고 그 즈음 장제원 의원과 여러차례 통화 후 정 최고위가 본인 사퇴하겠다며 단독으로 사퇴 기자회견을 했다"고 했다.
또한 "물론 가처분 이후 저자들이 처신을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다른 방향성도 가능성이 있었겠지만 지금 방향성을 보면 정 최고위가 언급한 8월 초의 낭만섞인 결말은 말 그대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 대표는 자신이 정 전 최고위에게 말한 "가처분이 인용되면 사퇴하겠다"가 '가처분 인용 후 당이 이전의 최고위 체제로 복귀하는 게 정상이니, 그리 되면 사퇴하겠다'란 의미라고 말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걸로 풀이된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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