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SNS 캡처
사진=SNS 캡처

기밀 사항인 대통령의 일정이 김건희 여사 팬클럽 '건희사랑'을 통해 유출돼 파문이 일고 있다. 대통령실 경호처는 경위 파악에 나섰다. 대통령실 출입 기자단은 24일 이번 일과 관련,이례적으로 대통령실의 엠바고 요청을 거부키로 하는 등 문제가 커지고 있다.

23일 페이스북 그룹 페이지 '건희사랑(희사모)'에 복수의 게시물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예정된 외부 일정이 상세히 적힌 댓글이 올라왔다. 김 여사 팬클럽 회원들은 "공지합니다. 윤석열 대통령, 대구 서문시장 26일 12시 방문입니다. 많은 참석, 홍보 부탁드린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를 본 회원들은 "가서 응원해 드립시다. 참석"이라고 호응했다.

회원 수 2만3000여 명에 달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공간에 극비인 대통령의 향후 외부 일정이 공개된 것이다.

대통령의 일정은 경호상 문제 등으로 철저하게 기밀로 취급된다. 통상 대통령실은 언론에 대통령 일정을 미리 알리면서 '경호 엠바고'를 요청한다. 대통령 안전 등을 위해 보도를 유예해달라는 취지다.

하지만 이번에 유출된 일정은 대통령실 출입 기자단에도 공지되지 않은 행사였다.

대통령실 관계자에 따르면 실제로 윤 대통령은 해당 일정을 계획 중이라고 한다.

김 여사 팬클럽을 통해 대통령 일정이 사전 유출됐음에도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출입기자단 공지를 통해 "경호 엠바고 일정은 별도 공지가 있을 때까지 사전 예고 기사가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실 경호처 관계자는 "관련 부서에서 대통령 일정 유출 경위를 확인하고 있는 상황"이라고만 했다.

그러자 대통령실 출입 기자단은 24일 "팬클럽이 관리가 되든 말든 그건 기자단이 상관할 일이 아니며,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신변 안전을 이유로 경호엠바고를 요청할 명분이 없다"면서 대구 일정 경호 엠바고를 받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례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앞서 '건희사랑' 회장으로 "김 여사 팬클럽은 정치결사체"라고 강조한 강신업 변호사는 최근 "제 페북에 올린 정치적 견해는 저의 개인 의견"이라며 "요즘은 (김건희 여사와) 교류도 하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 제명과 구속기소를 외쳤고, 수백억원대의 투자금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사기죄 등으로 중형이 선고돼 교도소 수감 중인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의 '성상납 의혹' 변호를 맡았다.  

그동안 강 변호사의 '건희사랑'은 대통령실도 모르는 김 여사 단독, 또는 대통령 내외의 미공개 사진들을 공개해 왔다. 지난 5월 22일 청와대 개방 기념 열린음악회 참석 사진, 같은달 29일 집무실 방문 사진, 주말에 칸 영화제 수상작인 '브로커'를 영화관에서 관람하는 윤 대통령과 김 여사 사진 9장 등이 대통령실을 거치지 않고 공개됐다. 대통령 집무실은 '보안구역'이기 때문에 사전 허락을 받지 않은 사진 등은 공개될 수 없다. 집무실 방문 사진 유출은 대통령실이 "촬영자가 대통령실 직원은 아닌 것 같다"고 해명했다가 "김 여사 카메라로 찍은 것"이라며 정정해 논란이 커지기도 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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