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영부인 백기사 역할하는 인물이 여당 당권 투쟁 뛰어들어...건국 이래 미증유의 전무후무한 엽기적 난맥상

김건희 팬클럽 '건희사랑' 캡처
사진=SNS 캡처

가짜 이강석 사건을 아시나요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민들에게 또다시 큰 웃음을 선사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실세들의 등 뒤에 숨어 '호가호위'를 한다고 대정부질의에서 목청을 높였기 때문이다.

사실, 호가호위(狐假虎威)가 읽고 쓰기에 무척이나 어려운 한자어임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명색이 유수의 4년제 대학을 졸업한 다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공영방송사에서 오랫동안 아나운서로 근무했던 현역 지역구 국회의원이자 전직 청와대 대변인이 그 뜻을 거꾸로 알고 있다는 건 개탄스럽다 못해 아예 신기할 정도다.

호가호위는 여우 즉 간신배가 호랑이, 곧 권력자에게 빌붙어 독단과 전횡을 일삼는 세태를 풍자적으로 묘사한 나름 유명한 고사성어이다. 이를테면 윤석열 대통령을 방패막이로 삼은 구태 윤핵관들이 전당대회에서 당원들에 의해 정당하게 선출된 30대 젊은 당대표를 쿠데타 획책하듯이 우격다짐으로 축출하고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의 당권을 무리하게 찬탈하는 일련의 참담한 광경들을 호가호위로 표현해야 올바른 용법인 것이다.

현대 한국사에서 호가호위 사건의 대명사는 자유당 정권 말기에 일어난 '가짜 이강석 사건'이었다. 슬하에 자식이 없던 이승만 전 대통령은 민의원의장 이기붕의 장남 이강석을 아들로 입적시켰다. 잇따라 개헌을 강행하며 장기집권 체제를 구축한 권력자의 양아들이 되었으니 이강석의 위세는 하늘을 나는 새도 떨어뜨릴 만큼 무소불위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급기야 이강석을 자칭하는 못된 청년까지 나타나게 됐다. 휴대전화와 인터넷은커녕 유선전화조차 귀하던 시대에 실명확인은 언감생심이었다. 자칭 이승만 양자에게 줄줄이 낚인 경주 지역의 군수와 경찰서장과 유지들이 극진한 환대에 더하여 넉넉한 거마비까지 챙겨줬다가 톡톡히 망신살이 뻗친 사건이 다름 아닌 가짜 이강석 출현 소동이었다.

김건희 여사의 이상한 침묵

무명의 백수 청년이 이강석을 대담하게 사칭하기로 결심한 계기는 대통령의 양자가 합법적 공무집행을 수행하는 헌병의 뺨을 후려치는 불한당 짓거리를 저지르고서도 아무런 제재와 처벌을 받지 않았다는 소식을 우연히 전해들은 데 있었다.

정상적인 선진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막강한 권력에는 그에 상응하는 막중한 책임이 따르기 마련이다. 허나 초대 이승만 정부 이래로 대한민국은 권력의 크기와 책임의 크기가 반비례하는 사회로 국민들에게 인식돼왔다. 그 화룡점정이 문재인 정권에서 극단적으로 기승을 부린 기득권 586 집권세력의 거짓되고 위선적인 내로남불 행각이었다.

호가호위가 가능하다는 건 사회가 골병이 들어도 단단히 들었다는 징표이다. 문제는 이와 같은 증상이 ‘공정과 상식의 복원’을 집권 명분으로 표방하며 출범한 윤석열 정권에서도 좀처럼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수많은 국민들은 대통령 영부인 김건희 여사의 팬클럽 「건희 사랑」의 회장이자 운영자인 강신업 변호사의 좌충우돌하는 행태에 당사자인 김건희 여사는 물론이고 용산의 대통령실도 강력한 제동을 전연 걸지 않는 모습을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다. 김건희 여사와 대통령실의 석연치 않은 방관과 침묵은 강신업 변호사 입장에서 판단하자면 호랑이에게 날개를 달아준 격이었다.

다수의 일반대중은 너무도 중요한 국가보안시설인 대통령 집무실에서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함께 촬영한 사진이 어떠한 경로를 거쳐 강신업 변호사에게 전달됐는지 여전히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강신업 변호사는 며칠 전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멘토를 자부하는 신평 변호사와 온라인상에서 막말을 불사하는 뜨거운 설전을 벌인 적도 있다. 이들 두 법률전문가의 논쟁이 누리꾼들로부터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부부싸움 대리전이라는 조롱과 야유를 받은 연유이다.

강신업 변호사는 이 과정에서 아주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남겼다. 자신은 신평 변호사와 달리 권력자와 나란히 찍은 기념사진을 자랑하지 않았다는 소리였다. 영부인의 사진이 수중에 확보돼 있는데 일부러 예의상 공개하지 않는다는 건지, 아니면 만약 그런 사진이 설령 생긴다 한들 남우세스럽게 과시하지는 않겠다는 것인지 미묘하고 아리송한 뉘앙스를 풍기는 말이었다.

강신업 변호사의 최근 활약상은 가히 종횡무진이다. 그는 정치평론가 유창선 박사에게 필자가 차마 글로 옮길 수 없는 험악한 욕설을 퍼부은 데 뒤이어 신평 변호사와는 볼썽사나운 언쟁을 불사했다. 그의 맹활약은 본인이 과거에 이준석 대표에게 불미스러운 성상납을 했다고 주장하는 어느 중소기업 사장의 변호사로 선임되는 일로 마침내 절정의 단계에 도달한 느낌이다. 절정 다음은 당연히 하강과 종말이다. 대통령 영부인의 백기사 역할을 요란하게 자임하는 인물이 여당의 당권 투쟁에 노골적으로 뛰어드는 상황, 대한민국이 수립된 이후 단 한 번도 목도되지 않았을 미증유의 전무후무한 엽기적 난맥상이다. 이준석을 쫓아내겠다고 단단히 결심한 세력들은 강신업 변호사의 안하무인의 행동을 ‘윤심’이 자기네를 편드는 증거이자 신호라고 해석하고 있다. 강 변호사가 깊숙한 권부의 밀명을 받들어 이준석을 제거하는 자객 노릇을 수행하고 있다고 믿기로는 이 대표의 지지층도 마찬가지이다. 강신업 변호사가 입을 열 때마다 이준석을 열렬하게 옹호하는 2030 남성들이 벌떼같이 일어나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극렬하게 맹공하는 까닭이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강신업 변호사와 자신은 무관하다는 의례적 해명 외에는 김건희 여사 측은 별다른 수습책과 해결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 해명조차 김건희 여사 스스로가 아니라 익명의 소식통을 통한 간접적 형태로 흘러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을 포함한 세 차례의 중차대한 선거를 연속으로 승리로 이끈 당대표를 싸늘하고 매정하게 토사구팽했다. 반면, 김건희 여사는 누가 봐도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을 사고뭉치 인사와 무슨 미련과 집착이 그리 많은지 좀처럼 단호하게 절연하지를 못하고 있다.

검사 시절의 윤석열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최순실) 씨 사이를 경제공동체 관계로 규정하며 둘 모두에게 차가운 수갑을 채웠다. 그렇다면 김건희 여사와 강신업 변호사의 인연은 뭐라고 호명해야 적당할까? 두 사람이 정치공동체 관계로 묶여 있다고 여기는 국민들이 하나둘씩 늘어가는 현실을 윤석열 정권 수뇌부는 더는 간과하지 말기 바란다.

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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