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13개의 對美 보복 시나리오’ 발표한 지 하루만에 ‘보복’ 공격 나서
1차 공격으로부터 3시간여 후, 駐이라크 미군 기지 향한 2차 공격 개시
美 “피해 없다”, 이란 “미군 병사 80여명 사망”...피해 규모 놓고 美·이란 주장 달라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의 생전 모습. 솔레이마니는 지난 3일 미군의 공습으로 사망했다.(사진=연합뉴스)

이란 현지시간으로 8일 오전 1시 15분(한국 시간 오전 7시 30분) 경, 이란이 이라크에 주둔중인 미군 기지를 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이날 이란이 감행한 미군 기지 공격의 작전명은 ‘순교자 솔레이마니’로 알려졌다. 친(親) 이란 계열 민병대 ‘쿠두스군(軍)’의 사령관 가셈 솔레이마니를 미국이 공습해 사망케 한 데 대한 이란의 반격으로 보인다. 솔레이마니의 사망 당일인 지난 3일 이란은 미국에 대해 ‘가혹한 보복’을 경고했으며, 7일에도 ‘13개의 보복 시나리오’를 언급한 바 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미국이 주둔하는 알아사드 기지에 탄도미사일 10여발을 발사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AFP 통신도 최소 9발의 로켓탄이 미군 기지를 강타했다고 전했다. 이밖에도 복수의 미국 매체가 이란의 미군 기지 공격 소식을 전하고 있다.

알아사드 미군 기지는 이라크 서부 안바르주(州)에 위치해 있다. 미군은 2003년 이라크를 공격해 사담 후세인 정권을 축출했을 때부터 이곳에 주둔해왔으며, 최근에는 이곳을 기반으로 이슬람국가(IS) 격퇴전을 펼쳐왔다. 알아사드 기지 외에도 이라크 북부 아르빌시(市)에 위치한 미군 기지도 표적이 된 것으로 보인다. 주(駐) 이라크 미군 기지에 대한 1차 공격으로부터 3시간 후인 8일 오전 4시 무렵 이란은 미군 기지를 향해 2차 공격을 개시했다.

미국 폭스뉴스는 이번 이란의 탄도미사일 공격으로 인한 미군 사상자는 현재까지 없다고 이라크 바그다드 주재 미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날 보도했다. 그러나 이란 국영방송의 주장은 이와 달랐다. 이란 국영방송은 “미국인 테러리스트 80명이 죽고, 미군의 드론과 헬리콥터와 군사 장비 등이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이란 측은 또 미국이 반격에 나설 경우 미국 본토를 공격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이어서 이란은 이란 본토가 미군의 공격을 받을 경우,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최대 도시인 두바이와 이스라엘의 하이파를 공격해 제3국으로 여파를 확대하겠다고 했다.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자 백악관은 바삐 움직였다. 이날 미국의 수도 워싱턴D.C.에는 큰 눈이 내려 관공서도 2시간이나 일찍 문을 닫은 상태였지만, 이란의 미사일 공격 소식이 전해지자 백악관은 긴급 회의를 소집했다. 이와 관련해 스테퍼니 그리셤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브리핑을 받았고,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며 국가안보팀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장관,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장관 외에도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제인스 인호프 상원 군사위원장 등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회의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다. 또 대(對) 이란 반격 등 향후 대응책에 관한 별도 언론 브리핑도 없었다.

이란의 미사일 공격과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발표할 예정으로 알려지기도 했지만 대통령의 담화 발표는 없었다.

이란의 주(駐) 이라크 미군 기지 공격 소식을 전하는 미국 ABC방송의 뉴스 화면.(이미지=ABC방송)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3500명 규모의 미군 병력을 중동에 추가 파병하기로 결정했다. 또 ‘대(對) 이란 작전’을 위해 전략폭격기 6대가 인도양에 배치될 예정이다. 현재 이라크에 주둔중인 미군 병력은 5000여명 규모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미국 현지시간) 백악관 출입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이란이 검토하고 있는 ‘보복’ 공격과 관련해 “우리는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 CNN 방송에 의하면 미군은 중동 지역의 미사일 방어를 담당하는 부대에 대해 이란의 무인기 공격에 대비하도록 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이란이 미국을 공격할 경우 52개 목표를 타격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당초 많은 언론들이 이란이 미국과의 전면전을 피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지만, 이란이 미군 기지를 공격한 이상 이같은 관측이 더 이상 유효한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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